10월 7일 저녁, 찬 가을비가 내렸다. 일주일 전만 해도 9월, 10월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내리던 더위는 온데간데 없었다. 으스스한 기운이 옷 사이의 작은 틈들을 비집고 들어왔다. 마치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의 주인공이 죽은 그 악장처럼 말이다. ‘거인’의 죽음 그 후, 말러는 인생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본인의 멘토인 한스 폰 뷜로에게 교향곡 1번에 대한 혹평을 들었고, 그의 절친한 동료 한스 로트 죽음의 저편으로 떠나버렸다. 깊숙하게 가라앉던 그가 꺼낸 곡은 2번째 교향곡 ‘부활(Auferstehung)’이다. ‘Auferstehug’는 ‘종교적 관점에 있어서 정신적 부활’이자 ‘신앙을 통한 부활’이며, ‘죽음에 대한 부정을 통한 부활’이라 정의한다.




말러의 삶에 있어서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의 인생과 곡을 이해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렸을 때부터 9명의 형제 자매를 떠나 보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동료와 스승을 떠나 보내며 홀로 서야만 했다. 심지어 그의 자녀들마저 아버지보다 일찍 인생이라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저버렸다. 이는 그의 작품에 있어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와 같은 작품의 형태로 반영되었다. ‘죽음’이라는 키워드 외에도 종교적인 것도 말러의 학창 시절부터 큰 영향을 미쳤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말러는 빈 음악원을 다니면서도 동시에 독일의 중등 교육기관인 김나지움에서 수학했고, 그 김나지움에는 유대교 과목이 여럿 있다고 알려져있다. 이런 점을 통해 말러의 부활(Auferstehug)은 위의 세 가지 부활의 관점 모두를 함축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말러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는 말러의 음악 자체를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배경을 아는 것이 큰 도움을 준다. 2번의 경우, 이 외에도 말러 그 자신의 증언에 따르자면 스토리가 정해져 있는 교향곡이다. 각 악장 별로 소제목도 정해져 있다.




1악장 <영웅의 죽음과 장송의식>

2악장 <영웅의 삶에 비친 한 줄기 햇살>

3악장 <혼돈의 삶>

4악장 <신성함에 대한 원초적 갈망>

5악장 <최후의 심판, 부활과 영원한 삶>




긴 대서사시를 통해 말러가 이 곡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5악장의 합창으로 요약된다. 죽음의 굴레로부터 벗어남, 정신적 부활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이카루스적(的)인 표상을 나타내며 곡을 마무리한다.




이 곡에서는 5악장이라는 파격적인 구성적 특징이 존재한다. 곡 자체에 있어서도 눈에 띄는 ‘규모’적 특징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교향곡에 4대 정도 등장하는 호른이 10대나 등장한다. 심지어 합창단과 소프라노, 알토까지 있는 규모 측면에 있어서 엄청난 대곡이다. 규모뿐 만 아니라 시간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연주 시간에 1시간 반 정도에 이른다.




이렇게 정보가 많이 담겨있는 정보도 흔치 않다. 때문에 많은 오케스트라들은 말러의 무게에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포디움에 오르는 지휘자들은 보통 시지프스와 이카루스의 경계라는 시험대에 서게 된다. 이 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박영민은 말러의 악보에 충실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말러의 악보에는 많은 기법이 들어 있는데, 이는 단순히 음악적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소리’와 ‘공간’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의 문제이다. 대표적으로 관객들의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은 마지막 악장이었을 것이다. 대기실 문이 열리고 무대가 아닌 그 안에서 팀파니, 호른을 연주하는 모습 자체도 신기하지만 동굴 깊숙한 곳에서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이는 무대의 개념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공연 예술가 말러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지휘자는 이를 훌륭하게 활용했다.



이번 공연에서 백미는 역시 합창과 알토, 소프라노가 나오는 4, 5악장이었다. ‘부활하리라’를 외치는 어둡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통하여 성경에서 예수 재림을 묘사한 요한 계시록의 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소프라노와 알토,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소리 밸런스는 정삼각형의 무게중심마냥 균형 잡혀 있었다.




현실과 동떨어진듯한 공연이 끝나고 나갔을 때는 시작전보다 조금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산을 펴고 싶지 않았다.


참고 문헌

구스타프 말러, 옌스 말테 피셔 저, 이정하 역

구스타프 말러, 김문경 저

[출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18회 정기연주회 <박영민의 말러 2번 “부활”>|작성자 artmplus

더 자세한 내용은 아트엠콘서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artmconcert.com)

역시 날 실망 시키지 않은 말러...
예전 임헌정 지휘자때도 부천필이 많이 성장했었는데
이번 박영민 지휘자로 바뀌게 되면서 관람하는 첫 공연이었다.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한 연주였다.
박영민 지휘자로 바뀌면서 부천필이 더욱 성장한 것 같았다.
내 자리는 맨 앞자리라 오케스트라는 전체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박영민 지휘자의 단원들과의 교감을 잘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하나하나 세세한 사인까지 주며 한마디 전에는 검지손가락을 들어서 미리 알려주는
박영민 지휘자의 센스도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만족한 지휘였다.
브람스, 베토벤 등의 교향곡도 좋지만 말러를 들어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일단 말러 1,2번을 권한다. 가장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있을 연주도 기대하며 관람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