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주 선생님의 재즈 공연>

늦은 아침 10시,
1시간의 희열을 맛보고자 한강진역으로 갔다.
블루스퀘어는 아직 대중들에겐 잘 알려져있지 않은 보물같은 명소다.
특히 북스토어는 최고의 인테리어와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디자인이나 시각적 자료들이 많아서 시간이 훌쩍 지나곤 한다.

빈 속에 재즈를 듣는 건 영 불편할 것 같아,
카페에 앉아서 크루아상과 따스한 라떼를 마시며 배를 채웠다.
그 후 뿌옇한 어두움 가운데
머리를 질끈 묶은 원피스 차림의 그녀가 등장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티스트 송영주.
아침에 마신 라떼처럼 한없이 따스한 그녀의 곡들은
모두 영롱하게 빛을 발했다.

특히 함께 나왔던 베이스 담당 선생님도 최고였다.
수줍으며 몰입했던 그 순간 순간에 감탄을.

송영주 선생님의 세련된 원피스와 고상한 말씨와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묶은 포니테일은
그녀의 뒷모습을 더욱 편안하고 잔잔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흩어진 머리카락이 좋았다.
건반을 누르는 힘에 따라 함께 따라 움직이는 정돈되지않은 머리카락들.
난 그것이 재즈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세심히 다듬어진 풍성한 C컬로 무대에 나왔거나,
혹은 진한 속눈썹들로 한껏 강조된 풍만한 원피스로 시선을 끌었다면,
나는 오히려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끝없는 변주, 즉흥성, 정의내릴 수 없는 아름다움.
내가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들이다.
거의 대부분의 아침을 재즈선율로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 내내
나는 편안하게 휴식하며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에서 여러 사유를 즐겼다.
음악이 있는 곳에, 내 생각도 같이 실어서.
흩어지고 모이고, 좁혀지고 넓히고를 반복하며
긴긴 전율을 오래토록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으로 움직이는 피아노와 베이스.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는 ''나''라는 청중.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로 함께했다.
보이는 것만을 ''진짜''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불행하다.
그 너머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으니, 얼마나 삶이 비좁을까.

앞으로도 이렇게 가끔씩 영혼의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이
내 삶에 허락된다면 좋겠다.
앞으로도 내게
평일 아침 11시를 아티스트의 라이브 연주로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어쩌면 오늘은 다시 오지 못할, 나의 마지막 ''오늘''일지도.

좋은 시간되었습니다.

11월의 마지막날 알싸한 코끝 차가움을 갈래주던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재즈 공연ㅇ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