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의 엘리야...

오라토리오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헨델의 메시야... 그 다음이 하이든의 천지창조..

물론 엘리야는 3대 오라토리오중의 하나이지만, 그 양의 방대함 때문인지 공연을 자주 접할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무턱대고 두달전에 예매를 했는데 사실 오늘 갈지말지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일도 늦게 끝난데다가 날씨는 갑자기 추워졌고...

하지만.. 앞에서 4번째 자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다!

그리고 언제 또 엘리야 공연이 있을지..

미친듯이 뛰어 내려가 택시를 타고, 공연장에서도 무턱대고 뛰었다.

예매표를 바꿔야 해서 마음이 바쁜데 입구에서 손세척제를 바르고 입장하란다.

이거 왜 이러시나.. 내가 병원에서 일하는데...

참.. 플루가 무섭구나 하면서 공연장에 들어갔다.

다행히 입장시간이 5분 남았다.

자리에 앉고 연주자들이 자리에 앉기 시작할때 공연장을 고개돌려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빈 자리가 많았고 2층과 3층에는 아예 사람이 없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제법 보

인다. 아 맞다. 플루 때문에 사람들 많이 모인 곳을 조심하는 구나...

병원에서 일하다보니 어쩌면 플루에 가장 둔감해져 버린 것 같다. 워낙 병원에 즐비한 환자들을

보다 공연장이 썰렁하니 새삼 플루의 위력을 느꼈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서...

갑자기 한때 유명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났다.

거기서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하는 날 그 지역에 홍수가 났었나 해서 사람들이 공연이 거의 취소

될 뻔하였지만, 우리의 마스터는 굴하지 않고 공연을 멋지게 해내고, 재해민에게도 희망을 준다는

그런 내용이다. 마치 내가 그 스크린 속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 공연은 대전 국제음악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공연이다.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였을까? 분명 이 공연은 대전 국제 음악회의 절정으로 생각되어지고

기획되었을 공연이다. 아마 지난 며칠간의 국제 음악회의 공연들도 쓸쓸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었다.

비록 빈 자리들이 많아 준비한 연주자와 공연 관계자들은 아쉬었을지 모르지만, 참석했던

사람들은 정말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 나도 오랜만에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조금이나마 저 무대에 선 사람들에게 위로와 보람이 되길 바라면서....

난 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케스트라의 감정 표현과 연주실력도 훌륭했고 합창단과 오케스트

라의 조화도 흠잡을데 없는 공연이었던 것 같다. 지휘자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지휘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고나서는 연주회때 지휘자의 모습도 관찰하는 버릇이 생

겼다. 방대한 양의 전체 풀스코어를 다 기억하고 하나하나 짚어주고 감정을 살려주는..대단하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처음엔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접하는 클래식 공연이어서 지친 나의 삶에 휴식이 되는 듯 하였고

누군가는 퇴원하여 일상에 복귀하여 저기 내 앞에서 멋진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물론 저 사람은 내가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지만) 한때의 주치의로서 뿌듯함도 들었다

'닥터 하우스도 이런 마음으로 자기 환자들 퇴원하면 그들보러 몰래 다녔던걸까?'

2부에는 음악 혹은 연주 혹은 합창이 아닌

오페라가 아닌 오라토리오만이 줄 수 있는 감동..

나의 신앙적인 면에서.. 그 가사들이 주는 감동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이러한 감동들을 더 같이 공유할 수 있었을텐데...

지방공연이지만, 결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공연이었다.

지방공연의 아쉬운 점은 그 질이 아니라, 제대로 알아줄 수 있는 많은 관객들이 없는 점이

더 안타까운 것 같다.

보석같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병원에서도 날 괴롭히는 신종플루가 더욱

고약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그 아쉬운 마음에 이리도 긴 후기를 남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