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 명연기까지~
고루 고루 갖춘 훌륭한 작품..
특히 오레스테스 엄마 역을 맡았던 서이숙씨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방대한 양을 한꺼번에 담으려고 하다보니 조금 지루한 면도 있었습니다.
연출가님께서 욕심이 좀 있으셨던 것 같은데~
오랫만에 만난 고품격 연극이었습니다.

최고의 그리스 비극이...
최고의 배우들과 만나다.

연기 신공의 정점에서 만난 멋진 연극

2시간 20분... 상당히 길다.

박지일, 서이숙씨 등등 연길력 뛰어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라 꽤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본 이들의 평이 그닥 좋지 않아서 마음을 비우고 갔다.
아르코대극장의 자리도 앞에서 2번째줄, 무대가 시원하게 보이고 마음을 비웠음에도 느낌은 참 아쉽다는 것.

너무나 친절하게 풀어놓은 작품이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정극들이 시적인 대사들을 함축된 표현과 분위기로 올렸던점에 비해 너무나 많은 설명과 소설적인 이야기의 전개로 진행되었다.
그러니 당연 시간이 길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객을 배려한(?) 설명과 표현들은 지루하고 극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어 버린 듯하다.
무대는 얼마전 국립극장에 올려졌던 그리스국립극장의 엘렉트라를 떠올리게 할만큼 꽤 흡사했다.
또한 그리스국립극장의 코러스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공연에서 들려지는 노래소리나 무덤앞 여인들의 대사 느낌 또한 그들의 공연을 연상시켰다.
그래서 일까!
엘렉트라에 이어지는 오레스테스 버젼의 공연이란 느낌이 든다.

통일성 없는 의상들은 오랜옛날 아테네를 떠올리기 어려웠다.
신전의 인물들의 복장은 유럽 군인들의 겉옷 정복 또는 영화 등에 나오는 우주함대 제복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출연진이 그리 적은 인원이 아닌데 여러 군중들을 표현하는 장면도 썰렁하고 원로원 및 시민을 표현하는 이들의 의상도 그닥 아테네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그들이 표현한 인물들은 상당히 코믹하게 보여진다.
획일적인 대사 표현들, 단체 및 전반적인 대사들이랑 행동들도 많이 거슬렸다.

연기력 있는 여러 배우들이 많이 무대에 섰지만 그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희랍비극인데 그닥 비극스럽게 다가오지도 않고.
신전에서 내려진 판결의 살인의 유죄, 무죄에 대한 판결이 양쪽 동일하여 그에게 사면이 주어지지만 판결자들의 인원이 7명이었는데 도리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어 도리어 의아하다.

공연을 다 보고 난 느낌은 ... 참 재미없게 만들었다는 것.

다만, 엘렉트라역의 이지하씨 연기에서 그녀의 슬픔 및 분노에 대한 느낌이 생생해서 다가와서 좋았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더불어 가장 뛰어난 그리스비극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스>를 무대 위에서 만나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고전극이 현대에도 끊임없이 올려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것이 지니는 가치가 아직까지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오레스테스>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에 맞서려는 인간존재의 '증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타를 퉁기며 동방의 나라를 여행하는 오레스테스에서
우리는 그가 누구보다 인간으로 자유를 갈망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 아가멤논의 무덤가에서 서글피 노래하는 오레스테스.
얽히고 설킨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

무대 위에서,
여러분들이 직접 그것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학로 거리에서
포스터에 보이던 악기 들고 걸어 가시는
박지일님 보고서는
이 작품을 덜컥 예매했습니다.

엘렉트라...
아가멤논의 비극..
등의 작품으로 동시대의 작품을 무대위에서
만나왔는데 이번에는 오레스테스를 주인공으로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죽이고 손에 피를 묻히고
갈등하는 오레스테스.

전쟁의 승리를 위해
딸을 제물로 바친 남편을 죽인
클리템네스트라

그들의 서글픈 가족사가
하얀무대위에서
핏빛 색채와 더불어
서글프게 느껴졌습니다.

뮤지컬 일색의 무대에서
박지일님의 작품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