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말할 나위 없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부산문화회관 시설은 공연자에게 부끄러울 정도로 낙후되었네요.

최고의 연주자들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하나되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잊지못할 시간이었습니다 ^^

공연을 보는 내내 내가 이 순간에 참여할 수 있음이 행복했다.
내가 너무나 아끼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마력 같은 흡입력으로 유명한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물론 이들이 펼칠 연주가 얼마나 대단할지는 이러한 이들의 이름만 보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았디.

그러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 비를 맞으면서까지 기다린 뒤에 직접 듣고 보고 느꼈던 이들의 연주는 그 이상이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그리고 애도사이자 애도곡인 가곡 "기다리는 마음" 모두가 명연 그 자체였다.
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음악애호가로서의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였다.

먼저 가곡 "기다리는 마음"은, 그 시공간을 침잡케 하는 마법의 주술과도 같았다.
안타까운 사건을 기리는 연주자들의 애도 어린 마음과 더불어 호흡하는 관객들의 반응 속에는,
곡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박수를 하지 않고 기다리며 잠잠히 그 침묵과 그 침묵 속 처절함을 공유한 그 순간 속에는
우리 모두가 이 공연에 참여한다는 의식이 반영되어 있던 것만 같았다.

그 뒤에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온 힘을 다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은 정말 명연이었다.
지휘자, 오케스트라와 호흡하며 이끌어내는 베토벤의 혈기왕성하면서도 거대한 서사를 목도했으니 말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베토벤의 음악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그들은 증거하였다.
마치 신이 증거하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놀라운 사제의 예전처럼 말이다.

그 뒤에도 무려 20여 년간의 작곡과 수정을 거쳐 탄생한 무거우면서도 촘촘한 브람스의 심포니 1번도 주목할 만 했다.
역시나 마력적인 흡입력을 자랑하는 이반 피셔다운 연주였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브람스를,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브람스 고유의 색깔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이끌어내는 방식은 자못 훌륭했다.

부산시민회관에서 들려준 이 공연이 정말 만족스러웠고, 앞으로 인터파크를 통해 체험하게 될 수많은 공연들이 기대된다. :)

비를 뚫고간 보람... 너무 감사드립니다 앵콜곡 까지 완벽..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였어요 ㅠㅠㅠㅠㅠㅠ조성진을 볼수 있게 해준 부산 문화 회관 너무 감동..스럽습니다

조성진씨 연주는 제 인생에 처음 직접듣는 것이었는데, 역시 유투브와 제 구린 이어폰은 담을 수 없는 섬세함이었네요. 그 날 비가 억수같이 와서 괜시리 공연보러간다고 신었던 구두에 물이 들어가서 발이 퉁퉁 부었는데요. 전혀 불쾌하지 않았어요. 연주를 듣고 나오는 길에 생각했답니다.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다면 맨발로도 괜찮겠다...하고. 다른 연주들을 많이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오늘의 연주가 어느 정도 였느니...하는 감상을 늘어놓으실 수 있을테지만, 저는 그 날이 처음이여서 그저 황홀하고도 황홀했습니다. 집에 와서 조성진씨가 연주하신 드뷔시의 달빛을 들으며 잤어요. 제 인생에서 너무 행복한 경험이여서 관람 후기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