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유대인 학살 정책과 전쟁 상황 속에서 안네가 기록한 일기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적인 프레임 속에 갇힌 안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 유대인에게 걸린 육체적인 제약을 피해 은신처로 몸을 숨겨야만 했던 안네와, 비록 육체는 자유롭지만 스스로에게 정신적인 제약을 걸어버린 현대인들을 ＇은신처＇라는 공간으로 연결지어 이야기하고자 하며, 줄은 극중 핵심적인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유대인 탄압 정책이 잇달아 공포되고, 어린 안네는 점차 혼자가 된다. 비가 쏟아져 내리는 밤, 안네와 가족들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아빠의 사무실 안의 은신처로 향한다. 절대로 바깥 출입을 할 수 없고, 아주 작은 소리도 낼 수 없는 은신처의 생활. 그러던 중 은신처에 판 단 가족이 새로 들어오게 되고, 안네는 판 단 씨의 외아들 피터와 조금씩 가까워진다. 안네는 은신처에서 사춘기를 보내며 가족과 관계에 대한 사고, 성에 대한 호기심과 신념 등 가치관의 변화를 겪으며 성장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