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극으로 세명의 이야기가 합쳐진다. 중간에 다른 극 중 등장인물들의 투입 혹은 교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세명의 배우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세 개의 단편드라마를 돌려보듯 이야기를 번갈아 풀어낸다. 연극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책을 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몸짓 손짓보다는 줄줄줄 풀어내는 대사들이 특징인 연극이다. 처음에는 세 이야기가 모두 어둡고 칙칙해서 공감이 되지 않는가 싶다가도,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등장인물에 대한 안쓰러움과 인간적인 면들에 공감하며 푹 빠져드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결국 세 이야기가 서로 연결고리를 물며 하나로 이어진다. 짧고 규모가 작은 연극이지만 스토리텔링은 탄탄한 연극이었다.

연극을 보면서 딱히 지원 사업을 들먹일 필요가 없었지만, 연극 사인은 2019아르코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사업 선정작이라는 타이틀이 아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동승무대 소극장은 혜화역에서 ㄱ 거리가 먼 편이라 접근성이 좋지 않고, 여느 소극장과 비교해 딱히 장점이 없는 공간이라 공공지원에 적합하다. 대도구 없이 무대 위에 이동식 침대 하나, 배우 셋, 의자 두서넛.

열악하다면 열악한 조건이지만 연극은 그래서 이야기의 힘에 집중한다. 2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세 명의 청춘이 독백처런 나누는 이야기는 흔히 알만한 고충인가 싶다가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 무게를 가벼이 다루지 않고 묵직하게 끌고가는 힘이 좋았다. 75분이면 연극치고 짧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사족을 줄이고, 또 욕심을 줄이니 작품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놀란 점은 기성세대 입장에서 아직 사회 경험도 제대로 없는 고시생, 알바생, 무직의 20대들의 이야기이면서도 현재가 아닌 과거, 즉 후일담이라는 데에 있다. 각각 회고하는 시점이 유년시절, 대학시절 등 다르기는 하나 그 무게가 나이나 세대와 별개로 그 먹먹한 울림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데에 있다. 앞서 말했듯 이는 사실 이야기 구조를 군더더기 없이 잘 짠 덕분이고, 또 젊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선보인 데에 힘이 실린다.

마치 독거노인처럼 스스로 혹은 사회로부터 격벽을 치고 앉은 그들에게는 열정, 우정, 사랑 따위 극중 대사처럼 촌스런 대학 홍보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젊다, 혹은 어리다, 라는 이미가 실수, 실패에 너그럽다는 의미로 통상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인데, 조로한 이들은 그 아픔이나 회한이 채 가정, 취직, 합격 등 인생에서 안정감을 찾기 전에 깊은 상처로 다가와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인을 미리 알아챘더라면, 하는 바람은 소박하다. 신파로 빠지지 않고 경계하는 점도 칭찬을 보낼만 하다. 제목을 수정하고, 조금만 더 다듬어서 좀 더 좋은 시설의 좋은 제작 환경에서 작품을 올려도 좋을 만한 수작이다. 이들의 놀라운 첫 출발에 박수를 보낸다.*

전반적으로 매우 밀도가 높아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해서 관람했습니다. 연출도 정말 좋아서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잊게 하는 훌륭한 무대 구성이었어요.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엘리트가 변해가는 과정이 미친개처럼 차곡 차곡 쌓아진 느낌이 아니라 그냥 원래 사이코 패스였나 라는 부분과 결말이 너무 급작 스러워 클라이막스에서 급하게 마무리 돤 느낌이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오랜만이라 매우 만족스러운 70분 이었습니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인물들의 주마등을 보는 듯한 실감나는 연극이었습니다. 한 사건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인물의 감정묘사가 오버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소름이 돋았습니다 자칫하면 딱딱할 수 있는 소재를 재치있는 농담과 세명이 얽혀가는 에피소드를 통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유익한 연극이었습니다

신호나 직후, 혹은 죽은 원인을 뜻한 사인의 중의성을 통해, 세 사람 사이에 일어난 사건과 그 과정을 세 사람의 시점에 따라 교차시켜 가며 보여 주면서 폭력에 대한 시선과 관심을 환기 시킨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