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향녀라늗 몰랐던 소재로 현대인을 잘그린거같아요 낭독극인게 좀 아쉽네요
정말 좋은 극이었다. 배우들의 연기, 무대, 연출 다 좋았지만 모든 것을 다 떠나서 나는 이 극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과거 역사 속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나 또한 그랬다. 사실 이 극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시놉시스의 말을 빌리자면 ‘화낭년’)은 역사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내가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울 때에도 선생님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갔고, 나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그렇게 눈길을 주지 않고 넘어갔던 역사의 파편을 오늘 극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놀랐다. 모두가 주목하지 않는 역사의 한 파편을 이토록 섬세하고 다정하고 성심껏 다루었다는 것에 말이다. 정말로 나는 이 극이 주목받지 못한 역사를 이렇게 발견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큰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분명히 존재하고 살아갔던 이들에게 눈길을 둔 작연출과 그들을 연기하며 시간을 되짚어갔을 배우들에게 애틋함도 느낀 것 같다. 물론 이 극이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인물이 인상에 확 남는 건 아니었다(낭독극인데도 불구하고 비언어적인 소통을 하는 인물이 더 인상적이었다). 극의 전개는 내가 지금껏 많이 봐왔던 극들과는 달리 기승전결이 확실하지 않아서 처음엔 이게 뭘까?? 싶었다. 그런데 계속 생각할수록 이런 연출이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져서 몇 번이고 곱씹게 된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한 것 같아서 두근거리기도 한다. 낭독극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물들이 관객을 보고 말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인물이며 뭐며를 다 떠나서 나는, 작중 소은의 대사처럼, 온전히 이 극이 나에게 준 좋은 것들만을 말하고 싶다. 이 극은 나에게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곳을 바라보도록 해 주었다. 참 좋은 경험이었다.
극장을 나오며 누군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다소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라 어떤 관객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 점에 오히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주고 싶다! 환향>은 연극의 순기능 중 하나인 ‘타인의 삶을 재발견하는 것’을 관객들에게 심어주었고 적어도 나는 그게 너무나 좋았다. 극 도중에도 배우들이 이 이야기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런 작품을 정성스레 만들어준 작연출과 배우들, 스탭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작연출님 앞으로도 이런 좋은 극 많이 만들어주세요.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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