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나비(Papillons Op.2), Carnival Op.9, Olivier Messiaen (아기 예수에 대한)의 기쁨의 성령이 바라보는 시선,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Petrouchka 중 3 movements


이번 슈만 곡들, 나비와 카니발은 모두 가면 무도회를 영감으로 작곡된 곡들이라고 한다. 무도회장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까. 여러 개의 작은 곡의 모음곡들이라 그런지 나비와 카니발은 다르면서도 결이 비슷해서, 1부 자체는 하나의 무도회를 위한 커다란 모음곡같이 느껴진다.

나비 No.1부터 샤라라라~올라가는 음계들에 바로 꽃밭 위로 마음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처음의 이 주제가 중간중간에도 마지막 곡에도 들려오는듯 하다. 역시 나비는 날아올라야지.


햇살로 희뿌연 아지랑이 속에, 나비는 반짝이는 꽃밭 위로 5월의 공기 속에 사라졌다 나타나며 여러 잔상을 남긴다. 하늘을 날다가, 소녀가 되어 왈츠로 발랄하게 춤추고, 펼쳐진 선율들에 쪼르르 달려와서, 서정적으로 노래하기도 하고, 멈추고 어리둥절 돌아서기도 한다. 셋잇단 느낌으로 종종종 뛸 때 어린아이가 꺄륵거리며 내 주위를 돌며 나를 어지럽히듯, 내 마음을 즐거움으로 흔들어 놓는다. 흥겹게 투스텝으로 뛰어다닐 법한 No.8 Waltz (C# minor)가 특히 기억에 남아 흥얼거려진다.

카니발은 생각보다 화려하게, 장대하게 시작되어 넓은 공간으로, 때로는 무도회장 구석으로 안내한다. 장난치는 이들도, 단 둘만의 아름답거나 재미있는 대화, 여러 이야기들과 장면이 이어지는 듯 하다. 작은 표제들을 보면 슈만의 자아인 Eusebius와 Florestan도, 광대들과 별, 파가니니, 쇼팽, 나비도 등장한다. 이 축제에는 초대받은 이들이 참으로 많다. 슈만의 음악적 비밀코드나 작은 표제들 안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들은 차치하고, 아름다운 봄날 나비가 노닐듯, 바라보듯, 꽃밭도 무도회장에도 다녀왔다.


2부의 메시앙의 곡은 프로그램에서도 알려준 바와 같은 기쁨의 테마가 마음에 크게 울렸다. 테마는 간단하지만, 실제 연주에서 불협화음 속에 들려오기 때문에, 더욱 큰 신비함으로 다가온다. 1부 슈만은 암보로 하셨는데, 이 곡은 현대곡이기도 하고, 패드를 갖고 나오셔서 악보를 보시며 연주하셨다. 악보를 주시하는 시선도 집중력이 느껴져서 멋지다.

오르간 연주자(메시앙)의 곡이라 그런가 중간중간 소리가 파이프를 따라 하늘로 보내어지는 기분도 든다. ‘성령’의 기쁨의 시선이라는 제목처럼, 사람으로서 편안한 화음이 아닌, 불협화음에 느껴지는 오묘한 긴장감과 신비감 속에 강하게 울리는 이 테마에 해방감과 벅찬 환희가 느껴진다.


페트루슈카는 피아노 난곡 중의 하나로 알고 있다.
중간중간 숨쉴 수 없듯이 달려가는 듯한 부분들도 많았는데, 연주자의 파워가 느껴졌다.

1부는 즐겁고 행복하게 놀았다면, 2부는 마스크도 한몫한 벅찬 희열이 느껴졌다.

앵콜로는 고도프스키(Godowsky) 편곡의 생상스의 백조. 무도회 후 벤치에 앉아서 보는 호수의 풍경같다.

두번째 앵콜은 바흐의 오르간 소나타 BWV 528, Adagio
애절한 슬픔이라기보다는 관조적인 슬픔같아 기쁨의 festival에 숨고르기용으로 좋았다.

그칠줄 모르는 박수에 예상치 못한 추가 앵콜을 해주셨다. 슈만의 헌정 (Widgmung).
정말 기쁘게 흐르는 슈만의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에 열정이 숨어있다.

계속되는 박수 속에 미소지으며 피아노 뚜껑을 닫고 나가시는 모습에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경희대 교수로도 재직중이신 피아니스트 김태형님, 따뜻하고 꾸밈없는 듯한 성품이 연주에 느껴진다. 다음 리사이틀은 언제가 될지 몰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