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행만 가진 이들 또한 없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연극이었고 배우들의 열연 또한 돋보였다..

대한민국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사람 4인. 50만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소위 ''''''''행복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아픔과, 고충과, 불행이 있다. 그것은 얼핏 보면 개인적인 것 같으나, 넓게 바라보면 현대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문제들에서 비롯된다. 여학생의 고충, 어머니의 고충, 예술가의 고충, 취준생의 고충. 그들의 고충을 어루만지며 사회의 무력함을 고발하고자 하는 포부는 대단했으나, 뒤로 갈수록 텍스트는 힘을 잃어버린다. 인간은 때때로 장애물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넘어지면 방향을 잃고 무기력해지지만, 우리에게는 다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힘이 있다. 그 장애물이 개인의 문제든지 사회에서 비롯되었든지,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게 떼는 발걸음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태동이 되는 것이 아닐까. 집단을 대표하는 캐릭터들 네 명 모두가 결국 ''''''''행복''''''''을 위해 ''''''''행복''''''''을 버린다는 이야기. 무기력한 사회를 고발하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연극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해소되는 것이 없어 대단히 답답하고 아쉽다. 연극은 사회적 움직임(혹은 메시지)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무대 위 배우와 동화되는 것이 관객이니만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관객은 배우와 동화되기 싫어진다. 그 순간 제4의 벽은 한없이 두꺼워진다.

연극은 무조건 재미있고 신나야 한다는 통념에 사로잡힌 듯하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 무거운 주제였다면 소위 ''''''''진지빨고'''''''' 연출했더라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을 법했다. 만연한 사회문제들을 속으로 곱씹고 싶어도 웃음을 강요하는 듯한 배우들의 ''''''''과도한'''''''' 에너지는 관객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무대디자인과 소품의 사용은 매우 아쉽다. 나무와, 장식품과, 미술작품을 표현한 프레임과, 시들어가는 화분. 네 명의 캐릭터의 무의식을 상징하는 각각의 소품인 듯 하나, 다른 장면에서도 조명의 구분이 없기에 소품들은 각기 다른 장면에서도 그대로 노출된다. 나무는 야외를 의미하나, 실내를 의미하는 다른 장면에서도 나무가 그대로 노출되니, 불필요한 브레이크가 걸린다. 시든 화분을 술집 테이블로 사용하는 의도는 잘 모르겠다. 소품을 표현주의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면, 술집 플라스틱 의자는 다분히 현실적이어서 매치가 되지 않았다. 구조상 개방되어있는 두 개의 등장로를 버티칼 커튼 형태로 표현한 것은 재미있었다.

장면 전환도 아쉽다. [현실-무의식/무의식/무의식/무의식-현실/과거/현실]의 전환인데, 에피소드형식을 무대화하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텍스트 구조상 암전은 필수불가결하며, 마지막 장의 사회자가 네 명의 과거에 각각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은 조명전환만으로 연결하기에는 어색했다.

연출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빈틈을 메우는 것은 배우의 몫으로 돌아간다. 배우의 역량으로 모든 빈틈이 채워진다면 바랄 게 없지만, 그것이 가장 어렵다. 부끄러움도 결국 배우 몫이다. 그리고 배우가 부끄러워하면 관객도 부끄럽다. 관객이 무대에서 눈을 떼기 싫어야 하는데, 몇 번이고 눈을 피하고 말았다. 분명 무대화하기 어려운 텍스트이긴 했다. 그러나 여러모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