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의 의미

화장실이 없는 세입자들과 화장실이 집인 연희, 어느 순간 연희의 프라이버시는 사라졌다. 친절과 호의를 주고 받는데 있어 있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허용해야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거절을 잘 못한다. 주위 사람이 부탁을 할 경우 거절을 하면 굉장히 미안해한다. 이유가 뭘까? 착하기 때문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착해야 하는데, 실제 모든 사람은 착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유독 우리나라만 거절이라는 문화 또는 태도에 대해서 민감한 걸까. 이것은 온정주의가 밑바탕에 있다. 특히 가족은 더 심하다. 사기 사건 중 대부분이 주위 사람 또는 가족이다.

좋은게 좋은 거라고, 너 한명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어 라는 그 한마디가 듣는 사람에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연희는 화장실인 집으로 이사왔다. 그녀는 돈이 부족하며, 갈 곳이 없어 대안이 없다. 서울에서 버티면 조그마한 희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인어..인어는 어떤 존재일까..

연희는 욕조 속에서 인어를 키운다. 욕조는 인어의 집이다. 인어는 상반신은 사람의 몸, 하반신의 물고기의 모습를 가진다. 연희 집 옆집 등 건물 세입자들은 화장실이 1개 밖에 없다. 아침에는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화장실을 갖고 있는 연희가 부럽기도 하고, 화가 난다. 왜 화장실을 독점하는 거지? 그들에게 화장실은 생존과 같다. 반드시 차지해야만 한다. 택배 기사는 연희의 집에 택배 박스를 놓고 간다. 연희는 택배 기사와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서울에 이사온 연희에게 누구하나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다. 외롭다. 연희는 세입자들이 처음에 와서 이야기 걸어 준다는 것에 고마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입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오로지 화장실을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으니..

생각의 차이는 결국 연희가 점점 집에서 분리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화장실인 집은 연희의 공간이 아닌 세입자들의 공간이 된다. 연희는 왜 거절을 하지 못했을까? 연희는 한두번 정도만 사용하면 더이상 사용을 안하겠지 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한번 허락을 하게되면, 이제는 당연하게 느끼고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거절을 하게 되면, 화살은 나에게 날라온다.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지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싫어, 안돼, 하지마, 의 단어를 하루에 몇번이나 할까? 사회는 녹녹하지 않다. 연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나로써 사랑하고, 나에 대한 부적절한 부탁은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다.

연희는 집의 문을 잠근다. 그리고 욕조 속의 인어가 된다. 인어는 그녀일까? 아니면 그녀의 또다른 그녀일까..

<욕조 속의 인어> 는 김경민 작가의 2014 동아신춘문예 희곡부분 당선작을 작품화 하였다. 스토리 구성은 화장실이 없는 세입자들이 연희의 집이기도 한 화장실을 탐내 하는 모습들을 통해 연희의 무너져 가는 삶을 이끌어낸다. 연희 역의 양승주 배우 연기가 돋보인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화장실인 집에서 사는 그녀의 감정, 세입자들과의 관계, 주체적인 나로서의 삶을 표현 연기가 좋았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인어알도 등장하고 화장실만 세를 얻는다는 설정 등 완벽하게 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연극적 설정들이 있지만 그 이후 이야기전개나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인간 군상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여러모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욕조 속의 인어’는 엉뚱한 이야기로 재미있으면서 의미있는 연극이었다 두번째 줄에 앉아서 기까이서 연기자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볼 수 있었고 연기자분들의 대사 전달력은 좋았지만 소극장이어서 그런지 좌석은 좀 불편했다 무대는 화장실인데 바닥은 타일 가운데 욕조가 놓여있고 문도 잠기지 않는 허술한 상태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 주인공 연희는 서울에 상경해 집을 구하러 다니는데 얼마 안되는 돈으로 작은 방을 얻으려 하지만 마땅한 집이 없다 중개인에게 소개받은 집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다 중개인의 온갖 설득에 넘어가 결국 화장실에 살게 된다. 의문의 택배가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주인공은 순수함에 호의를 베풀고 거절을 못하는 성격으로 화장실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뻔뻔스런 다른 세입자들로 인해 힘들어 한다 유머도 있어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고 80분이 짧게 느껴지는 의미 있는 연극이었다

즐겁고 기대되고 긍정적이기만 했던 처음과 달리 사람이 싫어지고 웃음을 잃어가고 그 와중에 즐거운 일 좋은 사람을 만나는.. 좋은 연극이네요

진지한 고민이 묻어나는 연극이네요. 중간에 대폭소도 했어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