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야.
넌 어쩌다 그렇게 귀엽게 생긴 것이니?
하는 짓도 예쁘고 너의 온 몸에 난 무늬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네개의 다리도 예쁘고 심지어 가까이서보니 속눈썹까지 예쁘더구나.
아직도 네가 총총 걷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앞으로 자주 출연해 줄 수 있겠니?
너의 반려인께서 하시던 인생포기사 개그는 반려견을 키우는 나에대한 이야기인가 싶어서 조금 눈물 났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닌 고통이었다는 것에 큰 위안을 받았단다.
공연 끝나고 내 반려견과 인사시키고 싶었지만 애가 겁이 많아 친구를 만나면 통돌이 세탁기가 되어서 멀리서만 지켜봤단다. ㅜ
사랑해 무늬. 건강하렴.

아,

그리고 같이갔던 저의 애인이 하이쿠 개그(?)를 선보이신 김은한님께 크나큰 감명을 받고 종종 본인도 시도해 보지만 역부족이네요. 다음번에는 어떤 하이쿠를 선보이실지 기대합니다.
화가 많이 나보이던 배선희님.. 수준높은 개그 살풀이의 느낌으로 잘 즐겼습니다. 단전의 화를 살풀이 개그로 건강하게 해소하고 계신게 아닌지.
마지막으로 신강수님. 본투비 혐오당하는 자로서 말씀해주신 주옥같은 말씀 세기며 종종 혐오를 당하는 사람으로서 험한 세상 잘 헤쳐나가다가 내년 이맘때쯤 꼭 무대에서 다시 뵙고 싶습니다.

최고의 코미디!

살아있어서 다행

"2022 코미디캠프：파워게임" (작,출연:배선희, 안담, 김은한, 신강수 기획,연출:김진아 음악:배선희 조명:정유석 제작:지금아카이브 극장:펀타스틱 씨어터 별점:★★★★★) 작년 "2021 코미디캠프 : 어린 시절" 에 이어서 다시 올라왔다. 작년 처럼 네 명의 배우가 펼치는 스탠드업 코미디 이다. 1.김은한<상식적인 접근>“제가 아는 비밀클럽이 있는데 가보시겠어요?” 하이쿠의 매력과 침묵의 코미디를 느낄 수 있다. 2.안담<Power OFF>“제가 개를 키워요. 우리 개는 파워 개임.” 무늬가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배우님께 더 큰 박수를... 3.배선희<비행기술 : 토미에해방의식>“냉장고 속에 토막난 여자 시체가 있었어요. 토미에! 토미에 였어요!” 나도 양갱 먹고 싶다! 4.신강수<매너가 꼰대를 만든다>“혐오로 태어난 꼰대가 이 시대에서 살아남는 공략법, 지금 알려줄게!” 내년에도 꼭 보고 싶어요! 모두 재밌었지만 이 공연을 선택하게 한 배선희 배우님의 공연에 대해 좀 더 적어본다. 배우님이 직접 쓰시고 연기한다.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토미에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좀 더 보강하여 모노 드라마로 만들면 더 좋을거 같다. 땀 흘리면서 너무나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님의 모습에 푹 빠졌다! 전작 "오아시스" 를 봤었던 애정하는 배선희 배우님! 2012년도 "뻘" 을 시작으로 23개의 작품을 봤는데, 이제는 너무나 애정하는 배우로 불러야 하겠다.

스탠딩 코미디를 처음 보는 나는 앞자리에 앉기가 조금은 불편했다. 안 웃기면 어떡하지? 내가 그들의 코미디에 웃어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앞섰다. 관객으로서 박수를 치고 웃고 호응을 해야 한다는 어떤 이상한 책임의식을 가진 나의 불편하고도 피곤한 마음때문에 한동안 공연을 보지 않기도 했다. (세상엔 피곤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 오랜만에 선택한 공연에서 잔뜩 책임감을 가지고 앞자리에 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즈음 ‘김은한’의 공연이 시작 되었다. 어설픈 개그와 작위적으로 이끌어 내는 호응들. 나는 옆자리에 앉은 친구의 눈치를 보며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그의 공연에 나는 다시한번 책임감을 느끼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이 공연이 망한 채로 끝나는 듯 보였으나 (젖꼭지 빔을 날렸을땐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그때 김은한의 공연은 보란듯이 변주 되고 비틀렸다. 억지로 웃고 있는 당신들을 나는 다 알고 있어- 라고 말하듯 웃음을 ‘침묵’으로 표현하는 비밀클럽에 김은한은 나를, 그리고 관객들을 안내했다. 비밀클럽에 소속되고 나의 불편한 마음들이 마법같이 사라졌다. 온전히 나는 무대위 그들의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더 나아가 나는 그들의 호흡과 나의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안담이 노년신사를 이야기하며 쓴웃음을 지었을 때는 같이 쓰게 웃었고 배선희가 땀을 비오듯 흘리며 헐떡 거릴 때는 나도 헐떡였다. 신강수가 코미디를 계속 하라는 관객들의 말을 듣고 기쁨의 몸짓을 보여줄땐 나도 기뻤다. 무대와 관객석이 허물어지는 경계 속에서 그들의 코미디를 보고 느끼고 체험했다. 신기한 경험, 이것이 비밀클럽의 특권일까. 우리의 침묵을 사랑스럽게, 애틋하게 바라보는 김은한의 표정을 나는 한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