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소리짱

극을 알리기에 기간이 너무 짧아요...다음엔 길게...길게...

공연이 짧아서 아쉬워요

우리 모두가 강주룡임을 시사하기 위해 나이별로 인물을 바꾸는 연출이 넘 좋았고 무엇보다 남편을 여성배우로 연출한 게 최고였다. 이것이 진정 의미 있는 젠더프리라고 생각한다. 1초도 빠짐없이 매장면 공들인 티가 나서 기특하고 어여뻤다. 그리고 판소리극은 자칫 피곤해질 수 있는데 강약조절이 탁월했다. 특히 떼창이 넘 황홀했고 군무도 압도적이었다. 대본집을 간절히 원하게 될 정도로 좋은 대사가 가득했다. 다만 극이 진행될수록 묘하게 집중이 안 되는 느낌이라 이 부분만 잘 수정해서 다시 올라오면 정말 좋을 거 같다.

매우 훌륭한 문학성, 수준 높은 기량의 판소리 배우들, 미니멀리즘의 효과적인 무대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문학성을 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소설을 각색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하겠으나 아쉬웠던 점은, 강주룡의 일대기 형식으로 연극을 풀어나갔다는 점이다. 소설에서 일대기 형식이었으리라 짐작하지만, 무대예술에서 일대기 형식은 자칫 예상 가능한 다음 행보 때문에 지루해지기 쉽상이다. 몇 살에 무엇을 했고, 언제는 누구를 만났고(강주룡의 친구들 이야기가 구구절절 나오게 되면서) 등등. 흔히 일대기 형식의 대표격인 위인전이 감동을 줄 수도 있으나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있는 이유이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안무나 연출이 반복되는 것은 때로 안정감을 주고 강조를 함으로써 강렬한 미학을 창출할 수 있는데반해, 반복의 위험은 그 경계선 즉, 반복의 미학과 지루함 사이의 오묘한 경계선에서 멈출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무나 무대 연출이 반복의 미학에서 한발씩 더 나감으로써 지루함을 주었다는 것이다.
130분 공연에서도 지루하지 않게 이완과 긴장을 풀었다 당겼다 하면서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끌고 갈 수 있다. 나는 180분 공연도 지루하지 않고 계속 집중하며 본 경험이 있다.

위의 두 가지 작은 아쉬움만 제하면, 체공녀 강주룡은 판소리연극으로써 재미있고, 의미 있고, 실력 있는 배우들에 의해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