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약해진건지, 세상이 그만큼 각박해진건지...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자살소식은 모든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역시 지인의 자살 소식에 꽤 오랫동안 자책하고 원망하고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다.
구민주란 배우 이름만으로 연극을 보러갔던 나는 '자살'이란 무거운 주제가 껄끄럽기만 했다. 하지만 주인공 영순이의 삶을 보면서 울고 웃다보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연극은 '너도 많이 힘들지? 원래 삶이란게 그런거야. 좋은날이 있으면 힘든날도 있고...다들 그러면서 살아.'라고 말한다. 영순이도, 땀을 뻘뻘 흘리며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구민주님도 꼭 끌어안아 주고 싶었던 하루였다. 덕분에 위로받고 따뜻해졌으니까...

열일곱 무렵..
이외수님의 "들개"를 읽고 굶어죽어볼까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처도 달라질 것 없는 현실이 너무나 힘겨워서..
ㅎㅎ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사'라니.. 그게 과연 성사나 될까 싶지만.. 그때는 그렇게 우울했고, 무기력했더랬다.

영순이를 만나고.. 그 시절의 나를 만나고 온 듯 했다.
힘들었고, 그래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던 시간.. 그 시간을 거쳐 성장해 온 나를 보았다.
또한, 영순이의 읊조림에 따라 눈물을 훔치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리고 이따금씩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순간을 영순이와 같이 음미해 보았다.
바람따라 살랑이는 치맛자락, 흔날리는 머리카락, 비오는 창가를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 고즈넉한 새벽녁 혼자 깨어 있음..

그래, 나는 아직 살아있다!
영순이는 내게 살아있고, 살아있어서 감사하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한편의 좋은 연극으로 마음의 날개를 달아 가벼워 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연극!
"영순아 어디가니"를 많은 분들이 보시고 함께 가벼워 지기를 감히 권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