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내내 너무 즐거웠어요.
클레오버 지휘자 아저씨를 따라서 들어오는 소년들과 청년들.
처음부터 따뜻해서 눈물이 납니다.
참 아름다워요. 합창단 노래 듣다가 그 위 조명이 내려오는 천장을 봤습니다.
천사들이 눈을 감고 감상하고 있었어요. 추운 겨울 따뜻하게 해준다고 가만히
공중에서 인사하고 있었어요.

대기석에서 울려퍼지는 예쁜 화음이, 조용히 문이 열리고 줄을 지어서 들어옵니다.
감동만 줍니다. 살며시 끼어드는 피아노 소리마저 처음엔 거슬릴 정도로 고요하고,
겨울밤 창 밖의 눈 내리는 소리, 바람 소리처럼 아름답습니다.
어느새 피아노가 다른 듯 같은 듯, 조용히 하나가 되요.
합창단의 외국향과 관객들의 한국냄새가 은은하게 하나가 됩니다.

노엘송 들을 때 같이 부르는데, 저도 합창단의 일원이 됐어요.
계속 앵콜송 듣고, 나중엔 지휘자님이 시계를 가리키시고. 하하하.
더 듣고 싶었어요. 2시간 동안 열심히 하나가 되었는데, 맛있는 것 많이 드셨나요?
제일 키작은 귀여운 아이, 다양한 모습들, 노래 부를 때마다 저마다 움직이는
몸짓, 저마다 다른 키로, 목소리로, 표정으로 환하게 움직였어요. 예뻐요.
오른쪽 편 까만머리 청년이 계속 생각납니다. 울림새를 꺼내서 절대음감을
맞추는 정성스러움. 노래 못 부르는 저지만, 그것 하나 구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천사들을 접했습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집이 양재라서 버스를 탈까하다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걸어왔습니다.
다 닿을 무렵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합창단원들도 봤을 거예요.
와.. 얼마나 착하게 노래 불렀으면 하느님께서 눈을 내리실까 생각했지요.
다들 옷 갈아입고 차 타러 가려다가 눈 맞고 까무라치진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연신 싱글거리면서 떡볶이랑 오뎅 사들고 집에 왔네요. 떡볶이 먹으면서 가족들에에
공연 자랑 실컷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쁘고 큰 마음. 나름대로의 첫눈을 내렸습니다.
눈이 하얗게 쌓였습니다.
킹스컬리지 합창단의 고운 소리 덕에 눈이 내렸습니다.

관객석에서 즐겁게, 눈물흘리고, 함께 화음 맞추면서 기쁘게 눈을 맞았습니다.
2006년 12월 16일은 첫눈이 내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있다가 가족들 만나러 가시길 바래요.
다음엔 영국에서도 공연 감상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천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