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 표를 예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하다가 결국 가기로 마음 먹었다. 구체적인 세트 리스트 분석 없이 한때 경도되었던 The Smiths의 음악에 대한 남다른 추억, 기억만을 안은채로.

일단 공연 도입부는 정말 멋졌는데 사실 이번엔 Morrissey를 직접 보는데 큰 의미를 둔 공연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데 따른 신기함이랄까 그런게 수시로 상기된 공연이기도 하고

중반부터 조금 루즈해지는 느낌이긴 했지만(일단 개인 솔로곡은 아는 곡이 거의 없다. 공연 분위기상 부른 The Smiths곡도 몇 곡 안됐고) 그래도 곡들이 대체로 짧은 편이어서 완급 조절이 어렵지 않게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앵콜곡은 한 곡 뿐이어서 좀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_-

공연이 끝난 뒤 여운은 확실히 느껴지더라. 내 평생에 그를 다시 볼 날이 있을까 싶은. 그 정도로 그의 내한 소식은 의외성을 많이 띤 느낌이었다.

악스 코리아 맞은편 호프집에선 이미 스미스(위주)의 곡들이 흘러나오며 공연의 여운을 달래는 외국인들로 가득 찬 분위기. 우리도 그 분위기를 최대한 즐기기 위해 간단히 소주 한 잔 하고 파하기로 했다. 공연에선 안불렀지만 호프집에서 "The Headmaster Ritual"이 흘러 나올때의 짜릿함이란~ 캬

모리세이의 열렬 팬이자 미국 거주 중인 남편의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모리세이 캘리포니아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는 얘기를 듣고, 페이스북으로 모리세이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던 중 우연히 서울 공연을 확인하게 되었답니다. 국내에는 공연을 앞두고도 별로 홍보되지 않아서 (레이디 가가에 다들 초점을 둔 탓에), 모리세이가 공연하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4월이 되어서야 예매를 했어요~

저는 남편을 통해 뒤늦게 모리세이를 알게 되었지만, 남편은 모리세이의 오래 된 열렬 팬. 표는 이미 구입했지만 4시부터 가서 공연을 기다렸답니다. 표 번호 순서로 입장한다는 안내를 인터파크에서 보기는 했지만, 공연 진행 요원에게 물었더니 "선착순"이라고 해서 잠깐 점심만 먹고 5시부터 가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번호 순 입장이더군요. 0~200, 200~400 등 번호 구역 내에 맞춰 서서 입장하는 건 이해되는데, 일일이 번호까지 확인하면서 줄을 재배열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또한, 진행요원에게 재차 물었을 때도 작은 크기의 제 핸드백도 못 가지고 들어간다면서 입장시 전부 검사한다고 하셔서 모두 록커에 보관했는데, 정작 입장할 때는 백팩 빼고는 아무 제한이 없더군요. 검사 절차도 전혀 없었구요. 물어봤을 때 카메라도 못 가지고 들어간다고 해서 저는 모두 록커에 넣었는데, 실제로는 아무 통제가 없어서 대부분의 관객들이 자유롭게 촬영하는 모습이었구요. 일관성 없는 진행/통제(?) 방식이 아쉬웠어요. 직원들이 친절하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공연 자체는 매우 즐겁고 만족스러웠답니다. 1시간 20분이라는 다소 짧은 공연이기는 했지만, 모리세이는 열정적이면서도 감미로운 공연을 선보였고, 남편도 많은 관중들과 함께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정말 즐거워 했어요. How soon is now로 시작해서 많은 곡을 불러주었고, 앵콜도 해주셔서 좋았어요. 2009년 라스베가스 공연 때는 팬들이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앵콜에 응해주지 않으셨거든요^^ 드럼에 태극기를 붙여주신 센스까지~ 한국에는 다시 오실지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팬들이 많으니 다시 가실 수도... 일본에 오시면 그 때도 다시 가려고 해요! (사진 포함 상세후기: http://blog.naver.com/mstarcom1/80159635217)

전설을 눈앞에서 재연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내한 일정들이랑 너무 많이 겹쳐서 금전적으로 부담됐던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의 내한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질렀습니다.
공연 시간이 짧았던 점은 아쉽지만, 좋은 공연이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네요.
다시 한국에서 볼 수 있을거란 기대는 별로 안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꼭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도 듣고 싶네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공연을 보여준 모리시에게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참, 좋은 공연 기획해준 나인엔터테인먼트에도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