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하신 분은 대사전달이 잘 안되어 조금 아쉬웠고
정수영님 연기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햄릿하면 그 유명한 명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떠오르기 마련이죠. 분명 소설속 햄릿과 연극속 햄릿은 그 똑같은 대사를 했지만, 그 느낌은 무척이나 달랐습니다. 그 이유는 이 연극이 극중 극 구조였다는 점에 있습니다. 소설속 햄릿은 현실의 괴로움에서 죽음을 생각하며 극도의 고뇌속에서 저런 말을 외칩니다. 반면 연극속의 햄릿은 그와 비슷한 느낌을 느끼면서도, 극중 극에서 그런 말을 하고있는 자신을 연기하고 있었기에 자신이 연기를 하고있다는 일말의 안도감이라도 있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소설속 햄릿에서도 연극이 나옵니다. 클로디어스 왕의 의중을 살펴보러 자신이 아버지의 망령으로부터 들었던 얘기를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어 공연을 합니다. 클로어디스 왕의 반응을 통해 햄릿은 진실을 알게되지요. 소설과 연극은 바로 이부분까지는 똑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가 다르지요.

소설속 햄릿은 실수로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죽이게 되지요. 그리고 영국으로 갑니다. 오필리어는 자살하고, 그의 오빠와 실제로 결투를 벌이지요. 알다시피 왕과 왕비, 햄릿과 레어티즈까지 모두 죽게되는 결말입니다. 하지만 연극속에서는 왕에대한 진실을 확인한후 다시 자신의 친구들과 연극을 공연할 계획을 짜는데요, 그 이후로 실제의 연극(제가 돈내고 본 연극)이 끝날때까지 그들은 연극 계획을 짭니다. 그 과정에서 소설속 햄릿이 겪는 모든 과정을 연기하게 되지요. 이것은 연극속 햄릿이 "복수의 리허설"이라고 부른 공연 계획입니다.

공연을 통한 복수라면 아마도 공연을 통해 클로디어스 왕의 비밀을 폭로하는것이 그 내용이겠지요.
하지만 햄릿은 점점 자신의 의도와는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구요? 애초에 폴로니어스가 죽고 그가 영국에 가는 것도 그가 의도한 복수,즉 "폭로"와는 영 딴판으로 흘러가버린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됐든 그는 그렇게 극중 극에서 죽는 연기를 마지막으로 연기를 마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극도의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평화로운 음악이 나옴과 동시에 그의 어머니인 거트루트왕비가 일상속에서 부르는듯한 말투로 햄릿을 부릅니다. 자신과 함께 연기하던 거트루트역의 배우가 독주를 마시고 죽은연기를 하고있는 채로 말이죠.

햄릿과 함께 리허설을 하는 두 연극배우는 사실 왕비 거트루트가 보낸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해석하기로는 햄릿은 미쳤거나 미쳐가고 있는중이고, 그것을 옛 친구들인 배우들과 연기를 통해 다 해소시키려는 의도로 왕비가 계획을 짠것으로 보입니다. 이런종류의 상황극을 통해 심리치료를 하는 경우는 현실에도 있는 것이죠. 극중 극에서 햄릿은 소설속 햄릿과 마찬가지로 클로디어스 왕을 찌르고 자기 자신도 독이 퍼져 죽습니다, 아니, 그런 연기를 합니다. 아마 그런 과정을 통해 연극속 햄릿은 대리만족을 했을테고, 연극을 통해 심리치료효과가 나기를, 적어도 그의 극도의 분노와 긴장이 해소되기를 왕비는 바랬던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거의 속임수에 가까운 연극입니다ㅋㅋㅋ 연극을 비방하는게 절대아닙니다. 정말 훌륭하고 기발하지요. 관객들이 극중 극에 빠져 한참 몰입되고 있을때, 감정마저 동요되고 있는 그시점에서 "자, 그 다음에는 어떤 시나리오를 할까?" 라고 말할때는 거의 감정을 기만당한듯한 느낌이 들었지요.그런게 두번쯤 지나고 나면, 이건 연극을 즐겨야하는건지 연극속 연극을 즐겨야 하는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고 있는 연극속 연극을 무덤덤하게 "이것은 연극이지"하면서 보게됩니다. 연극을 보면서 "이것은 연극이지"라니요? 하하. 그런데 여기에 이 연극을 만든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햄릿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연극을 진행하다가 "이건 현실이야!" 라고 외칩니다. 그는 복수심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던거죠. 그때 여자 연기자가 말합니다. "아니요, 연극이에요. 비극이죠." 비극적 현실이 연극이 되면서 그 현실감은 한꺼풀 쌓여서 반감 됩니다. 그리고 그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게 되지요. 심리치료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때 일어납니다. 어쩌면 이 연극은 모두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연극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끔 해주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거트루트가 햄릿에게 그렇게 했던것처럼 말이죠.

이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분명 연극속 연극이 아닌 연극 자체에 있어야 합니다. 연극속 연극이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차지하므로 하이라이트를 찾기가 굉장히 힘들죠. 아무리 극적인 장면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연극속 연극일 뿐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하이라이트는 가장 마지막 장면입니다. 사실 어쩔수 없이 연극에 몰입하게 되면, 연극속 연극의 연기자와 동일시가 일어나며 극도의 긴장감이 형성되지요. 햄릿과 레오티즈가 검술 시합을 하는 장면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결국 레오티즈가 죽고, 왕비도 죽고, 햄릿이 클로디어스를 죽이고 햄릿마저 죽게되면 그 비극성은 극도로 치닫습니다. 극장 전체가 비탄에 빠져있는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불현듯 극도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연극속 현실의 왕비 거트루트가 햄릿을 부릅니다. 햄릿은 불려나가죠. 이것은 거의 유머에 가깝습니다. 웃음은 긴장이 풀리면서 자연스레 터져나옵니다. 시원스런웃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 하하.. 정도의 안도의 웃음을 터트리게 되지요. 공연의 긴장성에 비하면 거의 빵터진듯한 웃음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에 이 연극의 미학이 있습니다. 현실에 대해 터뜨리는 유머스러운 웃음. 현실의 고통과 분노에 대한 긍정적 자조, 객관화와 이성, 이 모든게 마지막 장면에 느껴지는 감정의 흐름속에 모두 담겨있다고 봅니다.

만약 이것이 극중 극 구조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셨거나, 도중에 까먹으신 분들이라면 전체 구조가 산만하고, 현실과 연극 사이가 모호하게 느껴지며, 자꾸 뒤섞여버리는 등장인물들 때문에 혼란스러우실 것입니다. 하지만, 극중 극 구조라는 것만 잘 파악하고 계시면 문제없습니다.

이호협-정수영씨 출연하셨었는데

저만 이호협씨 연기 실망한건지..
그날 컨디션이 안좋으셨던건지 어쩐건지..
개인적으론 정말 별로였습니다.

햄릿에 대한 새로운 연출, 새롭기는 했지만
밑에 다른 후기처럼 다시 보고싶지는 않은...
끝에가선 지루하기까지 하더군요.

그냥 새로운 경험정도로 생각하려구요.

햄릿은 워낙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공연되어 온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떻게 무대에 올릴지 연출가의 능력이 크게 요구되는 작품입니다.
그만큼 더 재미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고 보았고
저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조선주씨의 목소리는 압권이었고 무대 세팅도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을 강추합니다.
감사합니다.

햄릿은 항상 어렵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복잡하고 모순덩어리인 그의 내면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던게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햄릿에 대한 궁금한 건 있었다.
이번 극은 연출가의 말처럼 정해진 이야기를 정해지지 않은 걸로 가정하는 설정은 완전 재밌다!!
즉흥으로 이어지는 햄릿의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더쉽게 이해하게 해주고
상황에 맞닥뜨려지는 햄릿의 캐릭터는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니 이제까지 알던
뭉글뭉글 하던 햄릿이 더 잘보이게 되었다랄까
오늘 또 다른 햄릿을 만날건데 너무 기대된다
어떤 모습일까...넌 누구냐 햄릿! 스스로 그를 연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