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이 신선해서 흥미로운데 놀라울정도로 재미가 없다.
일부러 절제해서 만든건 알겠지만 좀더 재미있다면 좋을텐데 ㅠㅠㅠ
신선한 모든게 바래질만큼 재미가없다 ㅠㅠㅠ

국제분쟁에 관한 연극인가봐,
대충 광고를 흘려 읽고
그게 궁금해서 본 것인데
그것도 그것이지만
언어의 쓰임, 현실과 꿈의 경계,
개인과 예술의 관계,
연극의 정의 등을
말하고 있었다.
미세한 부분, 일상사를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거대한 덩어리들을 집어낸다.

연출가의 동생이 직접 출연해
무대에
책상과 씨디들과
녹음기들을 갖춰두고
본인이 진술한 것을 동시녹음하고
다시 틀어주고
그것을 영상으로
반복하며
그의 생활패턴을 보여준 뒤,
자신이 이미지 인식 장애와
기억회로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것이 레바논 내전 중
저격수의 총격으로
머리에 총을 맞았던
실제 사건이 원인이 됐던 것을
차분히 진술하고
그 시발점이 됐던 순간으로
가서 그 동네 사진과 그때의 정황,
치료 과정을 들려주고
그 이후
실어증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며
언어를 찾아가는지 보여준다.
지난 과거의 순간들이
그런데
왜 공연이 되었는지는
(물론 이것은 공연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글로써만
대화록을 타이핑해
엔딩으로 건네면서,
어릴 적 자신의 꿈이었던
음악인의 포즈로
형(연출가)과 함께 노래한다.

뭐, 군더더기도 별로 없고
버릴 것은 많이 버리고.
그러면서도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끔찍한 사고의 순간을
덤덤히 얘기하는 데
한 사람의 세계가 무겁게 지나갔다.
결코 가볍지 않은데
그렇다고
막 짓눌리지도 않으면서

언어와 기억, 국가, 연극, 진실 등
많은 것들을 나 스스로
섣불리 정의해볼 기회였다.

레바논 언어를 알리 없으니
듣는 것은 소리요.
보는 것은 자막인데
그래서 더 좋았다.

낯선 언어의 텁텁한 진솔함이
연극 극장을 채운 영어와 한국어
활자들과 섞이어,
사람이 왜 여러 언어로 나뉘어도
근본적인 교감은
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일장일단의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다큐멘터리 형식의 공연은 아직 한국에서는 낯설겠지만

공연좀 봤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닥 낯선 주제도 아닌, 그냥 그저그럴지도 모르는
공연일 겁니다. 잘난체하는거같지만 저도 이제 후자쪽에 가까워지는듯합니다.


이 공연은 외국에서는 많이 부름을 받는 공연이라고 합니다.
그럴만한 공연입니다.

딴 얘기 하자면,
이 공연을 보면서 저는
세월호가 떠올랐습니다.
레바논 내전과 세월호,
어쩌면 다른 거 같습니다
세월호는 아직도 우리 가슴에 뜨거울 수 있지만
레바논 내전은 뭐? 남의 나라 이야기잖아?
하고 생각할 수 있죠.
근데 결론적으로,
이 두 이야기는 현재 우리에게
지워져가는 하나의 외적 사건일 뿐이죠.

세월이 가면 잔인했던 사건들도 점점 기억속에서 희미해집니다, 보통사람들은요.
그런데 그 당사자들은 어떤가요. 당사자들도 과연 잊혀질까요.
이 공연의 시작점은 그 부분인 듯 싶습니다.


아 길게 적어봤었는데.. 글이 ㅄ같아 그냥 지우고 다시 짧게 적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줄곧 언급되었던 것입니다)


자, 이 공연. 과연 이건 연극일까요? 그런가요. 그럼 왜죠? 어딜 보고?
아니면 이건 반연극인가요? 왜죠? 연출가가 이건 연극이라는데?

이런 논의는 예술사를 들춰보면 뭔가 낯익은 냄새가 납니다.
네, 뒤샹이 떠오릅니다.
한창 미술관의 아우라가 팽배해있던 시기에 어디서 줏어온 변기통 하나 덩그러니
두고선 ''이것도 예술이다'' 라고 하는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죠, 이건 연극입니까?


개인적으로 제 평가이자 답변은요, "NO" 입니다.
왜냐구요? 그 이야기에 대한 작품 내적인 설명은 너무 불성실합니다.

이 작품은 라비라는 연출가의 동생의 서사를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나와서 자신의 탄생부터 지금 여기까지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죠.
보통의 연극과는 다릅니다. 주인공과 적대자가 있고, 적당한 갈등, 기승전결이 있고,
깔끔한 해소와 함께 커튼콜이 되는, 그런 연극과는 다릅니다. 서사의 긴장감이 없습니다.
그저 이 작품은 연출가의 동생인 야세르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데 그칩니다.
물론, 따지고 들어가자면 이 개인적인 서사에서 주인공, 적대자, 서사의 기승전결은 존재합니다만
그건 감상자가 이 작품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짜맞춰야만 만들어지는 그런 구조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잔인함'' 입니다만 그 속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주인공 야세르, 한 사람 자체가 오브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전시는
이전 박물관의 시초가 되었던 ''흑인 전시''와 닮아 있고 이 공연에서 연출가인 라비는
자신의 동생을 ''전시''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가 만들어졌지 그의 내러티브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보이기만 할 뿐입니다.

또 관객과의 대화에서야 비로소 연출의 숨겨진 의도를 알았는데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건 좀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랄까를 받았습니다.
왜냐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자.. 예술가나 연출가 등의 사람들이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려고 주제나 기타 등을 질문하면
자기 작품론에 기반하면서도 이성적인 답변이 가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홍상수 감독처럼 그저 작품에만 몰두한 뒤에 인터뷰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후자에 기반한 느낌이 강합니다. 이유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자꾸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연출가가 의도한 부분은 "이건 연극이다" 라는 건데요.
저도 사실 공연 보면서 궁금했습니다. 이게 왜 연극인지. 맨 위에도 적었었죠.
그는 이걸 한사코 연극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 연극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유도했다고 합니다.

근데. 그걸 유도했다고 보기는 좀 어불성설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저 기존 작품에 네이밍만 ''연극''이라고 해서 그런 논란을 부추겼다는 정도랄까
그저 애기가 어른한테 떼쓰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봐달라고 칭얼거렸달까..
충분한 이유가 작품에 없었습니다. 작품에서는 그저 야세르의 개인적 서사만 담겨있고
그 개인적 서사를 비틀었다던지 아니면 그 속에 메타 연극을 표현해주는 상징을 풀어놓은것도
아니고 말이죠.

다만 여기에 적은 ''this show must go on'' 라는 제목은
이런 생각할 거리를 주는 공연은 한국에 흔치 않습니다.
요즘 연극. 뭐가 있나요.
뭐 메이져 극장에서는 고전 극만 줄창 하거나 고전 극 비튼 척하는 각색극이나
영화보다 드럽게 재미없는 창작극, 아무도 이해못하는 변태적 개그코드를 지닌 극,
아니면 이정도면 사람들 웃을꺼야 라면서 적당한 보잉보잉 상업극 정도 있나요?
뭐 다양한게 있으면 좋다하지만 이게 다양한건가요?

다르게 딴지 하나 걸어보자면,
현재 한국에서 기독교 이미지는 땅바닥에 있죠.
왜라고 생각하십니까. 단순합니다.
그들의 단점을 그들은 고치지 않습니다. 논의를 하지 않죠.
연극 역시 현재 그렇습니다. 그 좁은 연극바닥에 서로 상처입지말고
잘 살아보자고만 하지 그들 자체에 대한 critic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극은 존재해야만 합니다. 좋든 나쁘든 이런 생각을 끄집어내니깐요.

상당히 불쾌한 지점은
이게 과연 한국에 씨알이라도 먹힐 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든 경제든 미술이든 뭐든 간에
다른 사람 말은 ''색깔론''으로 다 밀어붙이는 쓰레기같은 나라에서
이런 공연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지
그가 이 공연에 이름을 불러줘
꽃으로 다가갈지
아니면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지.

개인적으로 하나의 몸짓이 아니기만을 바라면서 글 접습니다.

"구름을 타고" (부제:두산인문극장 2015 예외 작,연출:라비 므루에 출연:야세르 므루에, 라비 므루에 제작:두산아트센터 극장:두산아트센터 Space111 별점:★★☆☆☆) 레바논 내전에서 부상을 당한후로 단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아세르는 의사의 권유로 비디오를 촬영하기 시작한다. 무대위의 본인과 영상 속의 자아가 합쳐져 레바논의 정치적 현실과 주관적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지 않는 공연 형식인 영상과 자막이 함께 나오는 작품이라서 흥미롭지 않았다.

여러 다양한 연출들이 저에게는 처음 보는 형식이어서 정말 신선했습니다.
짧은 공연이었기에 더 집중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장면은 정말 제 마음까지 따뜻해지게 하는 그런 엔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