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다소 생소한 분야였는데...
수원시향의 공연 좋네요~
김대진 지휘자님의 포스가 물씬 느껴지는 공연~!
잘 감상했습니다~

2015.0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년이 지난 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날의 참사를 기억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그날의 참사를 안타까워 하고 있을까. 사실 여기저기서 희생자들을 위한 위로 글들이 보이지만 나는 그 글들이 단순히 머리로 쓴 글인지 가슴으로 쓴 글인지 의아한 면이 많다.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으로 안타까워 하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수원시향의 이번 연주를 보러 갈 생각이 없었다. 전날 원주시향의 차이콥스키 4번 교향곡을 듣고 격양된 기분으로 나머지 교향악축제 프로그램을 살펴보는데 우연찮게 모짜르트 레퀴엠이 수원시향 프로그램에 있는 것을 보았다. 필자는 트럼본 전공인데 모짜르트 레퀴엠에 있는 트럼본 솔로가 워낙 빅솔로인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단순히 그 몇마디 트럼본 솔로가 궁금해서 충동적으로 예매한 것이었다. 때문에 나는 수원시향의 프로그램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구성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고 연주 가기 직전에서야 친구에게서 그 구성의 의미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합창석 한가운데, 지휘자 정면으로 앉아 숨을 죽였다. 늦게 도착해 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인해 첫 곡의 시작이 어수선해 질 뻔 하였으나 지휘자는 조용히 서서 관객들을 기다렸다. 곧이어 첫곡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목금관타악 없이 오로지 현악만의 구슬픈 소리가 홀을 채우고 바다의 파도처럼 곡은 고요와 격양됨을 반복한다.바버가 이 곡을 ''현악''을 위해 만든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로지 느린 선율만으로 깊은 호소력을 느끼게 해주는 곡이었다. 강렬한 애수를 불러일으키고 또 막연히 슬픔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굉장한 위로를 받게 만드는 곡. 사실 모짜르트 레퀴엠보다 사람들에게 더 와닿는 곡이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수원시향 현악 연주자들의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연주가 소름 돋도록 좋았다.
두번째 ''엘가 첼로 협주곡''. 사실 필자는 관악인지라 현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1부의 현악이 메인인 프로그램이 부담스럽게 다가왔었는데, 첫곡에 이어 두번째 곡도 마찬가지로 너무 좋았다. 엘가 첼로 협주곡은 이전에 한두번 연주 해본 적이 있었는데 협주곡은 협연자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서글서글한 인상과는 달리 굵직하고 거침없는 첼로 선율이 인상 깊었던 연주였다.
세번째 메인 프로그램이었던 ''모짜르트 레퀴엠''. ''레퀴엠''은 죽은자들을 위한 곡으로 라틴어로 ''안식''을 뜻한다. 이 곡은 프란츠 백작이 세상을 떠날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모짜르트에게 의뢰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미완의 상태로 모짜르트 역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후에 쥐스마이어가 곡의 완성을 도왔다. 나는 아직도 레퀴엠의 첫곡인 입당송, 팜플렛에 적혀 있던 그 입당송의 가사가 가슴에 남는다. ‘주여 영원한 안식을 그들에게 주시옵소서. 끝없는 빛을 그들의 머리 위로 비춰 주시옵소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시옵소서’. 첫곡을 듣는 순간부터 세월호가 퍼뜩 떠올랐다. 분주하고 세심한 현악의 움직임과 엄숙한 합창, 그리고 한탄인지 절규인지 모를 관악의 선율이 어지럽게 섞이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수원시향은, 그리고 김대진 지휘자는 그 어느때보다 있는 힘껏 연주했다.
레퀴엠이 끝나고 김대진 지휘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추모 멘트를 하며 마지막에 덧붙였다. "앵콜곡이 끝나면 박수 없이 가시면 됩니다." 곧바로 앵콜곡인 아베 베룸 코르푸스가 연주되었다. 모짜르트가 병든 아내의 쾌차를 바라며 작곡한 곡이었다. 지금까지의 프로그램이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연주였다면, 마지막 앵콜곡은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위한 곡이었다.

음악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쉬운 것이 또 있을까. 그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는 이번 연주로 수원시향과 김대진 지휘자에게 굉장한 감명과 감동을 느꼈다. 교향악축제라는 의의에 걸맞게 충분히 화려한 교향곡을 선택해서 연주 했을 수도 있지만 ''축제''를 포기하고 ''추모''를 택한 그들. 그 연주가 막연한 슬픔을 위함이 아니라 떠난 이들과 남겨진 이들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는 것, 머리로만, 입으로만 말하는 추모가 아니라 진정 마음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좋은 연주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 어느때보다도 온 마음으로 연주하기 위해 힘썼을 수원시향과 합창단, 그리고 김대진 지휘자에게 마음 속 깊이 감사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엘가 첼로 협주곡..두분간의 환상적인 호흡 거의 face to face 모드 / 날이 날인 만큼 레퀴엠 ..김대진 지휘자만 수고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