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습니다

현시대의 바이올린 여제가 들려주는 순수하고 농염한 소리에 마음이 한껏 힐링받았습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역시 섬세한 소리 가길 잘 했지요

화려하면서 난해하나 푸근한 연주

지난 10월 14일, 데뷔 40주년을 맞은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가 한국을 찾았다. 그간 60개가 넘는 음반 발매, 4번의 그래미상 수상 등 그 연주력과 스타성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을 받은 거장 안네 소피 무터는 2013년 이후 오랜만에 찾은 한국 관객들 앞에서 베토벤, 모차르트, 레스피기, 생상스를 연주했다. 특별히 이날은 첼리스트 김두민이 함께하여 그 무대를 더욱 빛내주었다.



베토벤 피아노 3중주 Bb장조 ''대공'' 은 편안한 도입부 선율로 시작하여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음색간의 아름다운 결합이 돋보였다. 쾌활함, 따뜻함, 목가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작은 웅장함마저 느껴졌으며 실내악곡 답게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밀도 있게 짜여진 곡 구성이 인상 적이였다. 이는 역시 무대 위 연주자들의 높은 연주력과 깊은 호흡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날의 주인공 이였던 안네 소피 무터 외에도 피아노 반주의 램버트 오키스, 또한 특별히 함께한 첼리스트 김두민, 이 세 연주자들의 호흡 역시 무대 위에서 빛났다. 피아노의 장식적인 패시지나 마치 엉킨 실타래처럼 번갈아 흐르는 바이올린, 첼로의 선율들 역시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빛났다. 연주자들의 편안해 보이는 호흡은 듣는 이들 역시 편안함을 느끼고 귀를 열고 무대를 감상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역시 고전음악의 균형미, 아름다움, 절제미가 여실히 느껴지는 무대였다. 빼곡하게 쌓여 올라간 음들 간의 균형이 흐트러짐 없이 안네 소피 무터의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활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아름다운 레가토를 만들어냈다. 선율을 아름답게 연결시켜 나가며 곡을 전개해나가는 전형적인 고전 음악의 아름다움을 안네 소피무터는 정성스럽게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듯 했다. 또한 피아노와의 호흡 역시 빠른 패시지에 치닫을 수록 더욱 돋보였다.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b단조로 단조곡이 가진 애수적인 분위기, 신비로운 낭만적인 분위기를 모두 보여주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보다 시대를 훨씬 뛰어넘은 20세기 초의 레스피기의 곡은 역시 고전, 낭만음악과는 확실히 다른 곡의 구성과 전개방식을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 안네 소피 무터는 조용한 집중력과 섬세한 기교, 높은 음악성 등으로 흡입력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한음, 한음 관객들도 함께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무대였다.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오소 역시 단조 조성으로 시작하면서 다소 음울한 선율로 무대를 열었다. 이윽고 예고 없이 나오는 빠르고 정열적인 패시지는 마치 춤곡을 연상시키는 듯 했다. 한음 한음 모든 음들을 정성스럽게, 악보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정확한 기교로 연주한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였다. 안네 소피 무터 특유의 강하게 긋는 활의 움직임 역시 무대를 집중하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곡은 매 순간 장면을 달리하며 관객들에게 흥미로움을 유발시켰다. 이러한 장면의 전환을 놓치지 않고 모두 관객들에게 귀로 보여준 안네 소피 무터 ,그리고 피아노 반주의 램버트 오키스의 연주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차이코프스키 멜로디와 룸바,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의 곡까지, 꽉 짜인 앵콜곡에서 안네 소피 무터가 보여준 관객들에 대한 애정, 무대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이 날 연주는 어느덧 데뷔 40주년을 맞은 안네 소피 무터의 지치지 않는 음악적 행보를 응원하고 또 거장 안네 소피 무터가 앞으로 들려줄 새로운 음악을 기대하게 하는 연주였다.

[출처] 안네 소피 무터 바이올린 리사이틀|작성자 artm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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