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윤이상! 어떻게 이런 곡을 쓸수 있을까, 그는 진정 천재다

정말 오랜만에 관이 잘하는 오케스트라 소리를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윤이상의 오케스트라 곡은 실연으로 오늘 처음 듣는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 듯..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아무 기대없이 왔는데 참 좋았다.

스트라빈스키도 참 좋았다.

하지만 정경화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가 당연히 가장 좋았다.
어릴 때 집에는 정경화의 엘피판이 많았다. 나에게 모든 바이올린 음악의 기준은 정경화다.
내가 바이올린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게 만들어 준 대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한 연주자가 만 70세에 들려주는 브람스는 참 아름다웠고 여전히 열정적이었다.

앙콜로 들려준 바흐의 무반주곡은 너무 아름다웠다. 눈물은 주책맞게 흘렀지만
영혼은 정화되는 느낌
평생을 음악에 헌신한 그의 음악은 맑고 순수하고 고귀했다.

간간히 보는 바이올린 협주곡의 공연들
대체로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파트를 비롯한 현 파트 연주자들의 표정은 무표정하거나 냉소적일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 보훔 심포니의 단원들의 표정은 존경과 애정 그 자체였다.

악장은 뒤통수만 볼 수 있었지만 간간히 악장과 부악장이 눈빛을 주고받을 때 부악장의 표정
정말 행복하다는 표정

오케스트라 전체의 집중을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대가에 대한 순수한 존경과 경의

앙콜을 할 때 오케스트라 전체의 집중을 느낄 수 있었고
협주곡 반주를 오케스트라가 이렇게 열심히 집중해서 하는 것도 처음 봤다.

간간히 자기 파트가 쉴 때에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첼로파트의 표정들 (내 자리가 앞에서 4번째 줄 왼쪽 끝이어서 첼로 파트의 표정들이 더 잘 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열광하는 관중들과 지휘자와 단원 전체가 같이 발을 구르고 박수를 쳤다.
앙콜이 끝나고도 관중들은 다들 떠날 생각이 없었고 한곡만 더 했으면 하는 간절한 분위기였다.

미샤 마이스키와 막심 벤게로프 독주회 이후 가장 집중해서 본 공연이었다.

4월 2일에 다시 부산에서 통영까지 가서 그의 독주회를 본다. 정말 좋아하는 포레 소나타와 프랑크 소나타
벌써 가슴이 설렌다.

오늘 4월 3일에 부산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독주회 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가서 보고 싶다. 처음 가 본 통영국제음악당은 아름답고 음향도 참 좋았다. 주변 경관도 정말 아름다웠다. 통영이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하라는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그 맥락을 이해하고 들으니 온갖 생각들이 여기저기서 뛰쳐나오는 듯 했다.

1부의 불새도 좋았다. 특히 그 호른독주에서 잠시 멍했다가 우루쾅쾅에 맘이 해피해졌다.

통영국제음악제의 이번 키워드는 ''귀향''이었습니다.
윤이상 선생님의 유해가 통영에 돌아오면서 이를 위한 추도식과 개막공연을 참여하게 됐는데요.
오랜 세월 정치적인 이유로 그가 겪은 고통이 이번 기회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기원합니다.
더불어 독일 보흠심포니의 윤이상 ''광주여 영원히''와 스트라빈스키 ''불새''는 이번 음악제의 시작을 알리기에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정경화 선생님의 협연이 있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특유의 여유로움과 혼신을 다한 연주는 모든 관객을 오로지 연주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윤이상 선생님에게 바친 앙코르 바흐의 안단테는 모든 이의 마음을 울렸죠.
최고의 연주, 감동의 공연이었습니다.

정경화 바이올린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