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공연은 처음 보는 거였는데 중간에 설명도 해주시고 여러가지 형태의 적벽가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신을 벗고 들어간 국립국악원의 ‘풍류사랑방’에서의 공연은 특별했다. 우리는 같이 이야기 나누고 같이 얼씨구, 공감하며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연주자 선생님들은 ‘원래는 어떠한 곡인데, 오늘은 다른 부분보다는 이 부분을 더 연주하게 될 것이다’와 같은 오늘의 연주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고, 곡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이야기해주셨다. 지성자 선생님은 연주가 끝나고, “옛 어른들이 가야금을 하루 종일 가지고 놀았다는데, 그 마음을 알겠다”면서 가야금에 대한 애정도 보여주셨다. 나는 그 부분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재화 선생님은 ‘집마다 김치맛이 다르듯 계면조도 다 다르다’는 설명과, <진도 아리랑>을 통해 거문고의 전조가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여주셨다. 팸플릿에 ‘전조’라는 내용이 있어서 국악에서의 전조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했는데, 직접 들으며 배우니 정말 좋았다. &#8232; 연주된 곡은 성금연류 가야금산조와 한갑득류 거문고산조였는데, 둘 다 계면조의 표현이 두드러진 곡이다. 연주를 들을 때는 계면조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돌아와 찾아보니 슬프고 처절한 느낌으로, 서양의 ‘단조’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런 울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처참한 아픔은 아니었던 것 같다. 쓰라린 아픔보다는 애절함, 기다림 같은 느낌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연주를 들으며, 이 음악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 긴 곡을 외워서 연주하는 걸 보면 필히 어떤 스토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성자 선생님의 연주가 끝나고 선생님께서는 “오늘은 오늘의 이야기를 했고, 내일은 내일의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라고 하셨다!
거문고 연주는 춤추는듯 했다. 날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거문고 연주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조그맣게 중얼거리듯 ‘솔시b도도’ 소리가 나는 가락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내 귀는 장단보다는 가락으로 기억하는 게 익숙한 것 같다. 장단의 변화나 음과 음 사이의 미묘한 변화가 있다는 것은 인식은 하지만 넘어가면 곧 잊어버리고 만다.
모든 연주는 곡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소리가 끊어지는 법이 없었다. 속도가 빨라지고 음의 높이가 위아래로 움직일 때, 어떤 추억이 생각날 것만 같았는데, 그 순간 장단이 바뀌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악기와 연주자가 따로라기보다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금이 연주자의 손을 빌려 소리내는 것 같기도 하고, 연주자가 가야금의 소리를 빌려 온 몸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좋아하는 피아노 곡인 라벨의 ‘라 발스’에서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 때도 있었다. 쿵 올렸다가 휘몰아치고 빠른 가락으로 강약이 섬세하게 바뀌고... 와! 재미있다, 고 생각한 순간 덩-덕 쿵덕 쿵-덕 쿵덕 하는 (내가 아는) 장단이 들린 것 같았다.
‘좋아해야지’ 마음 먹고 나간 소개팅처럼, 국악에 대해 꽤나 무지함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의 연주는 매혹적이었다. 멋있었던 것 중에 하나는 고수와 연주자 간의 호흡이었다. 북과 현을 퉁기는 리듬이 너무나도 절묘하게 맞아 들어갔고, 흘러갔다. 박자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것, 그게 참 어려운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모던 락을 연주하는 밴드에서의 연주 경험이 있다. 우리가 같은 박 속에서 연주하기 위한 방법은 메트로놈의 박자를 이어폰으로 함께 들으며 연주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떨어지는 ‘�伶혤� 소리를 들으며 연주한다 해도 잠깐의 긴장을 놓치면 엇나가기 쉽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연주는 그 흐름과 긴장이 마구 요동치던데... 그래서인가 고수와 하나의 숨으로 만들어가는 소리가 더더욱 멋있었던 것 같다.
내가 국악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관객들 중에는 ‘얼씨구’와 같은 호응을 해주시는 분도, 거문고의 연주에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분도 계셨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숨죽이고 조용히 듣는 것과, ‘이 부분이 과연 굿거리 장단일까?’ 추측해보는 것뿐이었다. 더 많이 알았더라면, 더 소중한 시간이었을텐데. 종종 이렇게 찾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