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애서 듣던 사운드를 오케스트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앗습니다.

퀄리티는 당연히 보장하고 고전게임음악을 챕터4에 넣고 메들리 형식으로 들려준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으며 그 선택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기존 챕터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완벽했으며 신선함까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공연

초등학생 때 열심히 달팽이랑 버섯 잡으면서 레벨업시켰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새 많이도 변한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좋은 게임은 남아있군요. 공연 마지막에 테트리스랑 버블버블 배경음악 연주도 신나고 좋았습니다.

게임속에서 듣던 음악을 직접 들어보니 신기하네요

전공이 음악쪽이라 디테일한 분석을 하며 공연을 보는게 습관이 되어버린점을 먼저 밝히며 후기를 씁니다.
어제 관람 도중 꼭 세세하게 후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간단하게 한마디로 좋다, 하기엔 아쉽고 한마디로 별로다 하기엔 좋은점들이 분명히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다음 회차공연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아쉬운 부분의 할말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첫째로 홀의 음향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에서 스트링, 현악기군이 공간감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어제 공연에서는 하프, 목관악기, 그리고 타악기의 과다한 음향장비 사용으로 조화가 흐트러져 스트링의 공간감이 실종되었습니다.
특히 고음역을 찌르는 플룻과 하프의 소리는 같이 갔던 비전공자 친구도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였으며, 타악기(특히 트라이앵글과 가죽타악기 부분)는 빈약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되어 등장할때마다 오케스트라를 다 잡아먹고 소리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바이올린군의 피치카토는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더군요;
안양아트센터 관악홀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분명 음향의 문제가 커보이는 공연이었습니다. 다음 회차 공연시에 꼭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둘째로 오케스트라의 숙련도가 아쉬웠습니다.
실제 사용하지 않는 가상의 악기들을 사용하는 음악들을 오케스트라로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는데 편곡적인 부분에서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을 택해 그 부분의 만족도가 높았던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초반 삐그덕거림과 전반적으로 둔하고 디테일하지 못한 연주는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무엇보다 클래식 전공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팝적인 리듬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연주를 보며 이 연주자들은 과연 원곡을 들어봤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엘리니아 테마같은 호흡이 길고 조성감이 모호한 멜로디들은 그냥 활을 죽죽 긋는다는 인상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마찬가지로 호흡이 길고 조성감이 긴 멜로디를 가지는 바그너의 음악은 분명 그렇게 연주하지 않을텐데 말이죠.
몇번 되지 않는 회차의 익숙하지 않는 곡들로 구성된 레퍼토리임을 감안해야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들어온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분명 이보다 훨씬 난해하고 낯선 창작 초연 현대음악들을 포함한 레퍼토리도 소화했던 것으로 기억했기에 아쉬움을 더 자아냈습니다. 안양공연이 첫 연주는 아니라고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남은 회차가 있다고 알고 있기에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적습니다.

셋째로 영상의 활용은 분명한 플러스 요소였습니다.
특히 게임속 컷신을 이용한 영상들은 몰입에 더 큰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뜬금없이 등장하는 게임 플레이 영상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닉네임이나 펫을 구경하게 되고... 회사 직원분들의 아이디일지 일반 유저의 아이디일지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Chapter 4의 고전게임 영상들은 편곡과 함께 적절하게 들어가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영상부터 음악까지 모든걸 아우르는 게임의 종합예술적인 면모를 느꼈다고 한다면 너무 과한 감상평일까요?

넷째로 소프라노의 등장에 대한 물음표가 남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며 소프라노가 등장하기에 멜리스마적인 어떤 성악의 소리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등장한 소프라노 분은 분명 전혀 성악적인 발성으로 부를만한 곡이 아니며 실제 연주자도 성악발성도 아닌 가요발성도 아닌 그 사이 애매한 그 어딘가로 소화하고 내려갔습니다. 후에 원곡을 찾아보니 역시 성악가를 초빙할만한 곡은 아니더군요. 혹시 음악외적인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여기도 마이크에 걸린 과도한 딜레이가 부담스럽더군요.


별로였던 점들을 쭉 늘어놓긴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도 많았고 그 또한 좋은 선택인듯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분명 더 좋은 공연이 될 수 있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재 많은 음악인들이 게임업계로 들어가 일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음악들이 쉴새없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이런 음악들이 이렇게 한번 더 평가 받을 기회가 생긴다는건 앞으로의 게임음악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라 생각합니다. 한문위의 이런 행보에 지지를 표하며 내년의 또 다른 좋은 게임과 좋은 음악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