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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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저녁 시간에 인천 1호선을 탔다.

평소 출근하기 위해 아침 시간에 송도방향으로 가는 편을 타는데

오늘은 반대로 저녁시간에 전철을 타니 승객들의 모습이 완전히 달랐다.

아침 시간의 손님은 대개 나이 든 사람들이 하는 일터로 가니 조금 어두운 면이 보였으나

저녁시간의 손님은 모두 서울방향에서 일하고 오는 젊은이들이라 옷부터 화려했다.

오늘 공연은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 줄까?



전철 인천 1호선의 예술회관 역에 도착해 전철 문을 나와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뒤를 보니 전철 안전문에 거대한 그림이 그려 있다.

오늘 공연하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공연 포스터를 선팅해 놓은 것.

혼자 감탄을 하며 계단에서 다시 내려 와 포스터 앞에 섰다.

유럽 풍의 클래식 공연 안내를 보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오늘은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시벨리우스를 듣기 위해 찾아왔다.

그리고 북구 유럽의 노르웨이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특히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박종해의 연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라...










북구유럽은 신화의 나라다. 그래서 대개 대가들이 작곡하는

작품의 소재도 신화로 이루어져 있다.

동토의 땅 북구유럽은 그 거대한 자연이 모두 신들의 창조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오래 전 아내와 함께 북구유럽을 여행하면서 추운 지방에 사는 국민들의

강인한 성향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예술회관으로 들어가는데 군인들이 상당히 많이 몰려 있다.

군인들의 단체 관람이구나. 문득 그 들이 무척 부러웠다.

억지로 불려 나오는 군인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젊은 시절에 이런

클래식 공연을 볼 기회를 갖는 것은 일반 사회에서는 힘든 일일 것이다.

군인들을 유심히 보니 군인들을 인솔하는 중대장이 견장을 찬 여자 대위다.

니들은 군대생활 복터졌다. 이 공연만 오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마 다른 공연도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혹시 젊은 시절에 내가 근무하던 부평의 화학부대는 아닐까?

70년 대 중반에 군생활을 보낸 곳.

그 때 대대장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 우리 부대가 전군에서

학력 수준이 제일 높은 곳이라 했었다.










지방에 있는 공연장치고는 인천의 문화예술회관은 무척 큰 편이다.

정보를 보니 1332석. 의자간의 공간도 넓은 편이고 전체적인 색깔 톤이

진한 떡갈나무 색이라 안정감을 준다.

아니, 내 고향 인천 앞바다의 갯벌 색이라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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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공연장을 가득 채운 뒤 연주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그런데 악기의 배치가 조금 의외다.

첼로와 비올라의 자리가 바뀌었다.

콘트라베이스가 무려 8대. 거대한 심포니도 연주 가능할만한 편성이다.

많은 스트링이 압도했지만 반면에 브라스 쪽은 조금 빈약해 보였다.

곡에 따라 다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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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의 서막은 시벨리우스의 ''투오넬라의 백조''로 시작했다.

일반 공연장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은 곡이라 설명을 검색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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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신화 『칼레발라』에 의한 교향시곡 「칼레발라에 의한 네 개의 전설」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네 곡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모음곡이며, 이 곡은 그 중 세 번째가 된다.










투오넬라는 저승의 이름인데, 그 어두운 삼도(三途) 강에는 신성한 백조가 떠 있으면서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서글픈 백조의 노래가 잉글리시호른의 독주로 시작되고, 약음의 현과 희미한 큰북의 연타(連打)가 소용돌이치는 흐름을 암시하면서 반주한다. 괴기하고 음울한 음악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교향시 「투오넬라의 백조」 Op.22, No.3 (최신명곡해설 & 클래식명곡해설 - 작품편, 2012. 5. 31., 삼호ETM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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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처음 접하는 곡이다.

지휘자 이병욱씨는 어린 시절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지휘를 공부한 정통 유럽파다.

그는 포디움에 섰을 때 무언가 이상해서 보니 지휘봉이 없다.

그리고 이 춤곡을 연주하는데 연주하는 단원들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은 그의

아름다운 지휘였다.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른 손목 관절을 가지고 있는지 양 손이 토슈즈를 신은 늘씬한

발레리나의 손과 발처럼 아름답게 움직였다. 음악보다 그의 지휘에 취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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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의 땅인 핀란드의 숲에서 짙은 안개가 서서히 움직이듯 베이스 클라리넷의 묵직한 음이 조금씩

무대에 울려 퍼지며 넓은 공연장에 골골이 유럽의 신화를 전해 주었다.

멀리서 북소리가 조용히 들리며 신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피아니시모로 들리는 반면 지휘자의 연주의 폭은 아주 넓었다.

그렇게 첫 곡은 조용히 클라리넷으로 시작해 끝은 첼로의 독주마무리로 안개처럼 사라져갔다.



박종해씨가 무대에 올랐다.

박종해씨는 아내 친구의 아들이라 그의 어린 시절부터 연주를 볼 기회가 많았다.

금호그룹에서 그를 키웠으며, 순수한 국내파 피아니스트지만 전 세계의 유명 피아노 콩쿨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그의 프로필에는 늘 ''최연소 연주자''라는 타이틀이 붙고

전세계의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이제는 대표적인 국내 및 해외의 연주자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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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율부린너같은 힘찬 발걸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복의 뒷단을 툭 치며 지휘자와

눈을 맞추니 바로 팀파니의 빠른 연타에 맞추어 힘찬 피아노의 타건과 함께 익히 듣는 선율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많이 이 곡을 들었던가. 특히 1악장의 선율은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귀에 익은 멜로디처럼 친숙하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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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의 작품이나 시벨리우스의 작품은 모짜르트, 베토벤, 브라암스의 작품들과 사뭇 다르다.

후자는 같은 동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반해 전자는 그다지 많이 반복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 클라이막스겠구나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또 다른 클라이막스가 나오는 전형적인 3 B 작곡가의 풍이 이 북구 유럽의 작곡가들의 곡에는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냥 아마추어의 귀에 그리 들렸을까?










이 곡이 더욱 감미로운 것은 아마 마이너의 작품이라 그런것일까?

CD 코너에서 집어드는 유명 클래식 모음곡 CD의 레퍼터리에는 늘 이 곡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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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선율이 때로는 목관 악기들 때로는 현악기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제 1 주제를 이끌어 나간다.

그렇게 힘차게 1악장이 끝나 지휘자가 허공에서 지휘봉을 멈추었을 때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안다''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없었다.

문득 저 대목에서 클래식 공연장에 별로 갈 기회가 없는 젊은 군인들이 박수를 치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는데 미리 사전 교육을 시켰는지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중대장님 감사합니다.''

피아니스트는 천천히 손수건을 꺼내어 이마에 흐르는 땀과, 손바닥의 긴장을 닦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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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악장을 듣고 나면 더 듣지 않아도 될만큼 이미 포만감을 만끽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가.

이 곡의 제 2악장이나 3악장은 그다지 많이 연주되지 않는 편이다.

2악장의 아다지오에서 스트링은 길게 활을 긋고 피아노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연주자의 손은

건반위에서 느리게 춤을 추다가 후반에 다시 영롱한 멜로디로 마무리하며

바로 행진곡풍의 3악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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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들으며 늘 생각하는 것이 작곡가는 어떤 이야기의 소재를 가지고 작곡을

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어떠한 이야기의 흐름이 있으니 곡도 그렇게 이어가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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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의 중반에 플륫의 멜로디가 많이 듣던 선율이다.

이 곡을 어디에서 따로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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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집중하며 보다가 문득 ''지휘자가 왜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쪽으로는 얼굴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30분의 연주 중에 단 한 번 오른 편을 향해 얼굴을 돌리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단지 왼쪽의 피아노 연주자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뒤돌아서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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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클라이막스로 치달으며 피아노의 솔로가 이어지고 메일 선율이 천천히 이어지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휘자는 맘껏 여운을 즐기고 한참뒤에 큰 박수가 울려 퍼졌다.

독주자는 힘든 모습으로 일어나 환호를 몸으로 다 받고 인사하며 퇴장했다. 그런 때 어떤 기분일까?

연이은 커튼 콜. 지휘자가 퇴장하고서도 커튼 콜은 그치지 않으니 피아노의 앵콜 곡이 이어졌다.

무슨 곡일까? 처음 듣는 곡인데..

앵콜곡은 연주가 끝난 뒤 대개 공연장 밖에 별도로 알려주는 편인데 공연 후에 안내자게 물어보니

매니저에게 알아 보아야 한다며 난색을 표명했기에 집에 돌아와 박종해씨의 가족을 통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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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의 ''Valse Triste 슬픈 왈츠'' 라는 곡이다.

그래서 그렇게 피아노의 선율은 천천히 흐르고 연주자는 그 슬픔을 몸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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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연주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 1번 e단조 Op. 39.

지휘자가 들어서기 전에 악장이 튜닝하기 전에 급히 플륫 주자 한 명이 밖으로 나갔다가

튜닝이 끝나고 지휘자가 들어오기 전에 얼른 손에 무언가를 들고 제자리로 들어왔다.

악기는 아닌 듯 했고, 아마 연주 도중 플륫을 청소하기 위한 도구 같았다.










지휘자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포디움에 올라서고

잠시 뒤 사인만 주고 미동도 하지 않는 가운데 솔로 클라리넷의 잔잔한 선율이

팀파니의 작은 울림과 함께 천천히 흘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합주.

조금 후 하프의 영롱한 소리도 합세했다.

대개 1악장의 멜로디가 주 선율이 많은데, 내가 이 곡을 자주 듣지 않고

방송도 자주 안하는곡이다 보니 멜로디가 익숙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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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악장이 아다지오로 시작되는 싶어 조용히 피아니시모의 음악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템포가 빨라진다. 안단테? 그러는가 싶더니 2악장은 피아니시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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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알레그로.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활대신 손으로 현을 긋는 듯 했다.

중간에 관악기의 선률에서 노르웨이의 민속음악인 것 같이 별도의 가사를 붙여도 좋을 만한

멜로디가 흘렀다. 아닌가? 내가 그렇게 들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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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악장의 첫 멜로디부터 비장함이 묻어 나왔다. 아울러 지휘자의 연주폭이 넓어졌다.

클라이막스로 치달으며 팀파니가 신나게 울렸다. 문득 팀파니의 소리가 잦아지고 있는데

지휘자의 손이 내려갔다. 어? 뭐지? 팀파니가 아직 작은 소리로 두들기고 있어

연주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한 번 지휘자이 올라갔다.

다시 팀피니가 힘차게 울리다가 잦아지더니 현악기들이 작은 피치카토.

그리고 지휘자의 손은 하늘로 날라가다가 멈추어 버렸다.

잠시 그 상태로 멈추고 지휘자의 손이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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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는 몇 번이고 인사하고 퇴장했다가 다시 나와 각 파트를 인사시키는데

대체적으로 관악기들의 수석부터 인사시키고 차츰 차츰 현악기로 오는데

이번엔 현악기 한 두 명 그리고 관악기를 한꺼번에 일어나 인사시켰다.

이제까지 알던 연주후의 패턴이라 무언가 좀 다른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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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가 이어지니 포디움에 올라 즉시 지휘봉을 흔들었다.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중 한 곡인 것 같은 짧은 소품이 연주되고 더 이상의 앵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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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를 보고 나오는 예술회관 앞에서는 청년들이 깃발공연을 연습하는 듯

리더의 지시아래 커다란 깃발을 들고 흔들면서 조합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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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내에 예고된 ''맘마미아''뮤지컬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