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아는 이름 햄릿, 그래서 소흘하기 쉬운 이름도 햄릿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충 알기에 다시 알아가기 망설여지고 깊게 들어가기 귀찮아지는? 햄릿..
그럼에도 불구하고 햄릿은 여전히 자주 무대에 오르고 아직도 세계적으로 그에 대한 연구가 끊이질 않는데요.
그건 아마도 우리가 햄릿에 대해 정확히 인지 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비극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햄릿 - 디액터
여기서 드는 의문 !!
세상 어디에 재미있는 비극이란게 있단말이가..
비극은 비극일뿐 눈물 콧물 쏙빼며 감정을 쥐흔들어 놔야 제대로된 비극이 아닐까? 비극이 웃기고 즐겁고 재미있다면 그게 진정한 비극일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햄릿 디액터를 만나보았습니다.

분명 이 극은 종전의 햄릿 무대와는 다른 시각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는게 사실이네요.

일단 전체적인 햄릿 이야기를 말하고는 있지만 무대에서 보여주는 장면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실의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햄릿이 아버지 혼령을 마주하고 진실을 알게 된후 복수를 결심하고
마침 이때 찾아온 친구이자 배우인 캠벨과 사라와 함께 연극을 통해서 어떻게 복수 할것인가를 고민해가는 시점으로 시작해 연극안에서 마무리 되게 됩니다.
또한 원작에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존재하지만 극중극의 형식을 통해서 단지 3명의 배우만을 통해서
햄릿의 모든것을 소화해내고 무대 뒤편에 자리 잡은 라이브 연주를 통해서 극의 긴장감과 감정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장치를 심어 놓았습니다.

분명 햄릿의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것이기에 어떻게 진행되어 간다는 전체적인 흐름과 결말을 아는 상태이지만 이 극에서는 연극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세상에서 가장 비극다운 비극으로 치닫게 되네요. 그들이 가지고 갈수 있는 최고의 비극들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햄릿일수 밖에 없다는 말일수도 있을듯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바라보는 우리 또한 연극의 제작에 동참해 비극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네요.

햄릿의 이야기는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되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듯 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햄릿을 찾게 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는듯 모르는듯 모호함속에서 새롭게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가 또 다른 무대를 찾음으로 이어질듯 하네요.

세분의 열연이 돋보이는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저는 햄릿을 보러 가기 전에 전통적인, 책의 구조를 그대로 따른 극 그대로의 구현을 기대하며 보러갔기 때문에 극 중 인물들의 성격이나 작품의 분위기를 분석한 후 연극과 비교하며 볼 생각이었습니다. 철학적인 메시지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극 중 인물들의 갈등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주의를 가하며 볼 계획이었지만 극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극이었습니다.

햄릿은 망령의 말을 듣고 왕과 왕비 앞에서 ‘곤자고의 암살’을 공연하게 되는데, 이때 클로디어스는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해 극장을 나가게 됩니다. 이를 통해 햄릿은 숙부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확신을 갖게 되죠. 여기까지는 원작 ‘햄릿’과 일치합니다.

재밌는 건 여기부터입니다. 햄릿은 배우인 사라, 캠벨과 함께 ‘복수의 리허설’이라는 극중극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햄릿의 목적은 숙부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의 연극을 만드는 것이었죠. 하지만 연극은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원작과 같이 처절한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클로디어스, 왕비, 레어티스, 오필리어, 햄릿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 것이죠. 물론 이 모든 건 햄릿이 만든 가상의 극중극입니다.

연극이 끝나면 ‘곤자고의 암살’로 화가 난 왕비가 햄릿을 부르고, 햄릿은 미소를 머금은 채 왕비에게 달려가며 끝이 납니다. ‘복수의 리허설’을 마친 햄릿은 현실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참회하며 기도하던 숙부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뽑아들었을까요? 아니면 폴로니어스와 오필리아, 레어티즈를 구원하고 어머니를 되돌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간구했을까요? 우리의 삶 속에도 복수하고픈 순간이 찾아온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는 극을 만들던 중 점점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는 작품에 당황하며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자신의 복수극에 소리치며 절망합니다. “그만할래,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야!” 이에 사라는 이렇게 말하며 연극을 멈추지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원하십니까? 한 번에 복수하는 연극? 신이 하듯 완벽하게 왕을 암살하는 연극? 당신이 원하는 연극은 도대체 어떤 연극입니까? 비극은 우리의 의지대로 흐르지 않는 운명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결국 햄릿의 말처럼, 비극의 교훈은 하나입니다. “음모의 끝은 지옥일 뿐. 삶에는 나사가 풀어져 엉망진창인 세상에 여전히 정의의 필요성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연극’이라는 환상이 필요하다. 연극은 삶을 위한 ‘리허설’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은 하나의 거대한 연극 무대와도 같다는, 셰익스피어 특유의 테아트룸 문디 사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테아트룸 문디: 이 세계는 신에 의해 연출된 무대이고 인간은 그곳에서 맡은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간 스스로가 깨닫고 있음을 이르는 말.)


이 연극에서 독특했던 점은 세 명의 인물들이 가면과 옷을 통해 1인다역을 한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극중극의 인물들을 가면과 옷을 통해 연기하는 것이죠.
재밌는 건, 배우들이 연기를 하던 도중에 상대 배우의 가면과 옷을 뺏으면서 역할을 갑자기 바꾸기도 하고, 한 장면에서 한 명의 배우가 두 명의 인물을 연기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두 명의 배우가 햄릿과 숙부의 연기를 펼치던 도중 햄릿이 궁지에 몰리면 햄릿 역을 맡은 배우가 숙부 역을 맡은 배우의 가면을 뺏음으로써 역할이 교체됩니다.

또,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오필리아 역은 대사를 뮤지컬로 치는데요, 이 뮤지컬이 하나의 인물에게만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작품의 주제라든지, 꺾여버린 꽃과 같은 오필리아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고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특히 오필리아가 강에 빠져 죽은 뒤, 죽은 자신의 모습을 뮤지컬로 노래를 부르는데, 이때 위에서는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피를 상징하는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면서 비극적인 향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희생된 제물(?)

이외에도 다양한 특수효과가 제 눈을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극과 극중극을 구분 짓기 위해서 연출은 조명을 사용했습니다. 극 중 현실은 노란색 조명을, 극중극은 파란색 조명을 사용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연출했더군요!

하지만 아무래도 현대적으로 코믹하게 재해석한 연극이다 보니 비극적인 요소는 과하게 덜어졌고 철학적 메시지나 햄릿의 내적 갈등, 인물들 간의 갈등과 같은 깊은 감정선은 표현해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희곡 속 햄릿의 성격을 완전히 무시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희곡 속 햄릿은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인물로 그려졌는데, 작품 속 햄릿은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희곡 속 햄릿은 망령의 존재를 의심하고 의심하는데, 연극 속 햄릿은 곧바로 아버지라 부르며 쫓아갑니다.

또 망령을 보았을 때 영화 ‘시련’에서 아비게일이 연기하는 것처럼 격정적인 감정 변화를 기대했는데, 그런 변화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고, 아버지를 죽인 것이 숙부라고 다그치다 어머니를 달래는 연기도 어설펐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비극적이고 철학적인 원작의 매력은 뒤로한 채 현대적인 화려하고 코믹한 요소로 재해석하여 연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했던 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극중극이라는 설정과, 원작의 스토리, 자신을 향한 물음에 관한 철학적 메시지 등을 충실하면서도 좀 더 현대적이고 화려하게 연출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텍스트를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여 재배열하고, 원작에 대한 전례 없는 신선하고 색다른 해석과 깊이 있는 이해가 돋보인 작품이었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요, 이렇게 화려하고 코믹하게 연출하는 건 쉽고 간편한 연출인 것 같습니다. 뭐랄까 기술적인 연출(?) 물론 이것도 엄청 힘들지만, 영화계에서 인정받는 예술은 깊은 감정선이나 내적 갈등, 인물간의 갈등이 우리의 응어리를 건드릴 때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위대한 쇼맨보다 라라랜드의 느낌? 제 목표는 라라랜드 같이 뮤지컬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불꽃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희곡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의 연주를 직접 듣는 것, 다양한 조명과 장미 등의 다양한 특수 효과들이 재밌더군요

+젊은 연출가상, 여우주연상, 남우신인상, 연기상을 수상한 작품

+햄릿 속의 극중극이 중요한 이유는 햄릿이 전문 배우들에게 직접 연기를 지도한다는 데 있다. 이 모습은 마치 극단을 지도하는 셰익스피어 본인의 모습을 투영한다는 것과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두 배우는 햄릿의 동창이었던 로젠크란츠와 길던스턴, 그리고 그들에 이어 등장하여 <곤자고의 살인 The Murder of Gonzago>를 연기하는 이름 없는 배우들을 통합하여 새로 이름 붙인 캐릭터다. 원작에서는 이름조차 붙일 가치가 없었던 이 두 배우의 존재가 바로 <햄릿 - The actor>의 핵심 요소가 된다

+왜 햄릿은 일인이역을 했을까?
그는 극중 계속해서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연극을 그만두려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죠, 그러다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진실에 다가가 서로를 향한 칼날은 자신을 겨눈 ‘죽음’이 된다는 깨달음에 닿게 되는 것 같습니다!

+햄릿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라면?
저였다면 미래의 비극을 핑계 삼아 복수를 망설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곧, 또 다시 복수심은 불타올랐을 것이며 원작의 ‘햄릿’처럼 처절한 비극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햄릿은 다릅니다. 햄릿은 이성적이고 계획적이며 물러날 줄도 아는 인물입니다. 처절한 비극을 상상해냈다면 한발짝 물러서 후일을 도모했을 것이며 결국엔 복수에 성공했을 것입니다. 저는 희곡을 읽으며 이런 햄릿의 이성적인 성격을 본받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대사도 많고 세명의 배우가 극중에서 하는 연극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연기하니 정신차리고 보지 않으면 연극 햄릿-디액터? (Hamlet - the actor)를 따라 갈 수 없습니다. 대사 한마디까지도 놓치지 말고 보아야 햄릿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3중주는 극적 긴장감을 더해줍니다. 때로는 관객석까지 나와 꽉 찬 무대를 보여준 세명의 배우와 연극 햄릿-디액터? (Hamlet - the actor)에 박수를 보냅니다.

와 햄릿에 대해서 잘모르는 사람들은 지루할수있지만 저는 너무 재밌게봤어요. 특히 이호협배우님의 연기력 최고입니다.

우연히 표를 얻어서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이호협 배우님의 연기력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꼭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