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내용은 좋은나 좀산만하고 관객 결정으로 유무죄 판단되는것 좀아니것

190714(일) 16:00
가나의 집 열림홀.


최근에 배심원 관련 연극과 영화가 있었다.
연극[12인의 성난 사람들], 영화[배심원들]
둘이 같진 않지만 비슷한 시놉을 가지고 있던 작품들이었는데,
이번 시비노자...역시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시비노자...무슨 의미일까?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너무 좋게 봤는데 같은 소재인 배심원들을 다뤘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비노자(是非怒者) 옳을시/아닐비/성난노/놈자...
시비를 가리는 성난 사람들....이라고 한다.
12인의 성난 사람이 아닌 8인의 성난 사람이네??

내용은 12인의 성난 사람과 같다.
용의자를 여고생으로 바꿨고, 12명의 배심원을 8명으로 바꿨을뿐....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선 유죄:무죄가 11:1로 시작하는데
본 작품에선 5:3으로 시작을 한다.

8명의 자리를 잡고 공연은 시작을 한다.
용의자의 인생보단 빨리 마치고 자신의 일을 하고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당연히 유죄지! 그런데 사는 사람이면 뻔해! 이런 사람들도 있고...

12인의 성난 사람들과 가장 큰 차이는 공연 중간에 관객과 질의응답을 하고, 관객들의 거수로 유/무죄를 결정한다.
그리고 사건 당일을 재구성 해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관람일이 공연 시작후 얼마 안되서 인지...
혹은 관객들의 투표에 의해 변경나 모르겠지만 ng가 좀 많이 보였고...
개인적로는 배심원 장면으만 공연이 채우는게 낫지 않을까...
(동행인은 뒷부분이 좋았다고 하더라구요..ㅋ)

배심원 8일 배우들의 연기 좋았고, 오픈 마인드로 관객과 소통을 하려한점이 좋았던 공연이었다.

''성난 배심원들''
- 연극 시비노자 관극 후기 -

- 공연일시 : 2019년 7월 14일 오후 4시
- 공연장 : 열림홀
- 출연 : 김혜나(1번), 한지윤(2번), 김대영(3번), 박재원(4번), 조계성(5번), 김세환(6번), 박지영(7번), 조운(8번)


시비노자, ''시비(是非)’와 성낼 노(怒), 놈 자(者)의 합성어''.
레이날드 로즈의 ''12인의 성난사람들''의 각색이라고 하는데, 이만하면 꽤 재치, 재기로운 네이밍 센스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12인의 성난사람들''의 각색이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올 봄 개봉한 우리 영화 ''배심원들''과 더 많이 닮았다. ''12인의 성난사람들''의 (무죄)1 대 (유죄)11의 일방적 구도 대신, ''배심원들''과 마찬가지로 4 대 4로 균형을 맞춘 대립 구도를 택한 점이 그렇다.

<시비노자>의 8명 배심원은 유죄와 무죄로 나뉘어 대립하는데, 물리적 충돌을 벌일 정도로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배심원단간 심리가 치열해지면서 드러나는 것은 각 배심원들의 사회적 계급과 전사(前事)다. 이들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사건의 진실을 판단하고 확신하고 심지어 상상한다. 물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노력 또한 확증 편향의 덫에서 허우적거린다. 몇몇 배심원은 유무죄의 진실 ''따위''(?!) 관심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결국 배심원들간 토론은 난리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시비노자>는 ''인간이 타인을 심판하는 사법제도가 얼마나 합리적일 수 있을까''를 질문한다. 그리고 기습적으로 객석의 관객들까지 그 질문 안으로 끝어들인다. 유무죄에 대한 몇몇 관객의 의견과 주장을 추가로 듣고 객석의 관객들까지 확장된 배심원단은 이제 유무죄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결국 이 공연의 모든 것들은 이 순간을 위한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다. 배심원으로 강제 참여된 관객들은 유무죄 어느 한 쪽으로 보팅을 해야 하는 이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상당한 무게의 책임감, 윤리적 압박을 느낄 것이다.

이 후 관객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윤리적 충격을 안겨주기 위하여) 보여지는 사건의 재현(아마도 2개의 결말이 준비되어 있겠지)은 사족에 불과하며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아 보인다. 또한 지나치게 희화된 표현들이 이 장면의 의도 대부분를 휘발시킨다. 거의 개콘 스타일의 학예회 연극처럼 연출되어 차가운 성찰보다 즉물적인 웃음만을 끌어낼 뿐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 충분히 흥미로운 앙상블 극을 전개시킨다.
아쉬운 건 연출의 산만함이다. 특별한 무대 효과 없이 단일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극인지라 배우들과 그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간 대사와 대사를 주고받는 타이밍과 호흡, 많지도 않은 배우들의 동선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극에 대한 집중을 흐트린다.

시비노자_진실의전쟁, 시비를 가리는 성난 사람들이 벌이는 진실에 관한 전쟁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8명의 배심원이 국민재판에 참여하여 평결을 앞둔 상황, 그 평결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다투는 자신들의 견해, 상황, 주장이 공연의 일부이면서 전부가 되어 무대 위에서 펼쳐집니다. 100분의 시간 중에서 대부분의 시간동안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도 나오지 않고 증인도 증거물도 나오지 않은 채 모든 것은 배심원들의 상황에 대한 묘사와 서로를 설득하기 위한 재연, 상상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배심원들의 묘사와 재연은 그들이 참여했던 법정에서 보여지는 증거와 증인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자신의 의심과 가치관이 적당히 섞여서 보여집니다. 그들은 분명히 같은 법정, 같은 피의자와 증인들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에 입각한 판단과 증거와 증인에 대한 해석을 보여줍니다. 법정에서는 이미 소녀를 살인자로 확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배심원들은 각자의 주장을 통해서 평결 안에서 소녀를 무죄, 혹은 유죄로 확정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일부는 이럴 바에야 그냥 평결을 하지 않으면 안되느냐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일부는 적어도 피의자인 소녀가 의심할만한 증언과 증거로 인해서, 즉 신뢰성을 잃는 결과물로 판단되기를 원하지 않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관객들의 의견을 묻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묻습니다. 관객들은 몇 사람이 저마다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피의자의 유죄, 혹은 무죄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관객들의 판단에 따라 유죄, 혹은 무죄 평결을 내리는 것으로 평결은 종료됩니다. 그리고나서 이후에 보여지는 재연은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한 상황을 재연해서 관객들에게 제공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의 재연이 관객들의 평결과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로 회귀하는 타임능력자나 진실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배심원들로서는 진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혹여 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알게된 진실을 다른 배심원들에게 설명해서 평결의 방향을 획득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평결은 평결대로, 진실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심원 제도가 소용없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못할 겁니다.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무대 위의 이야기와는 어긋난 판단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피의자가 억울한 판결을 받지 않기 위해서 여러 분야의 일반인들이 자신의 상식과 지식을 총동원해서 의심점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적어도 신뢰할 수 없는 증거들, 의심해야만 하는 증언들에 대해서 고려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서로에 대한 감정의 충돌과 희극적 상황들이 보는 재미를 더했고 배심원제도와 평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하나의 판결로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인생에 처할 수도 있는 사회수호의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극을 통해서 그 무게를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가나의집 열림홀에서 연극 <시비노자>를 관람했다.
연극 시비노자는 히스씨어터 제작, 레지날드 로즈(Reginald Rose. 1920-2002) 원작,
강봉훈 각색/연출이고 공연시간은 80분이다.
이날 공연의 캐스팅은 김혜나, 한지윤, 김대영, 박재원, 조계성, 김세환, 송보은, 남슬기 배우였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배심원들이다.
배심원이 등장하는 연극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작품이 레지날드 로즈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다.
연극 시비노자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에서 다루는 미국식 배심원제는 12명의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와 무죄 중 어느 한쪽을 결정해야만 하고
배심원단이 선택한 결론은 법적 구속력(기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배심원단이 평결한 대로 판사의 판결도 내려진다.
그러나 한국의 배심원제는 미국식 배심원제와는 차이가 있다.
배심원 수가 12명이 아니라 8명에서 10명 내외로 구성이 되고
만장일치제가 원칙이긴 하지만 의견이 통일되지 않을 때에는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는 쪽으로 평결이 내려지는 가중다수결제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배심원단의 평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 <배심원들>에서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판사가 유죄 선고를 고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극 시비노자는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50분간 펼쳐지는 1장은 재미있었다. 약 2시간 분량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절반의 시간 동안 압축하여 보여준다.
원작에서는 유무죄를 묻는 첫 번째 투표에서 11명의 배심원들이 유죄를 선택했고 단 한 명의 배심원이 무죄를 선택했으나
이 연극에서는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평결이 내려진다는 국민참여재판의 규정 때문에
첫 번째 투표에서 8명의 배심원단 중 5명이 유죄를 선택하고 3명이 무죄를 선택하는 걸로 설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극적 긴장감이 원작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11대 1과 5대 3이 주는 뉘앙스는 다를 수밖에 없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 연극도 각 캐릭터의 개성을 잘 살려내고 있어서
배심원단의 토론 과정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배심원단의 토론 진행을 주도하는 배심원장 즉 1번 배심원은 유치원 교사로 설정되어 있다.
1번 배심원을 연기한 김혜나 배우는 배심원들의 언쟁을 중재할 때
교사가 어린이들을 타이르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여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8명의 배심원 중 3명이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홍삼점(紅三點) 모두 미인이어서 관극에 즐거움을 더했다.
2번 배심원 역 한지윤 배우는 이 연극이 무대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전혀 신인으로 느껴지지 않는 끼와 매력을 보여주었다.
7번 배심원 역 송보은 배우는 손가락을 다쳤는지 손에 부분 깁스를 하고 무대에 섰다.
7번 배심원은 피고처럼 불량 청소년 시절을 경험했었기에 피고에 대한 동정심이 많은 캐릭터다.
말다툼 끝에 유죄를 주장하는 남자 배심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몸짓으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원작에서는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가 소년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이 연극에서는 소녀로 설정했고
범죄에 사용된 흉기가 원작에서는 칼로 되어 있으나 이 작품에서는 미용가위로 되어 있는 등
세부적으로는 다소 설정이 변경된 부분이 있긴 하나
범죄현장에서 피고를 목격했다는 두 명의 목격자가 아래층에 사는 할아버지와 철길 건녀편 집의 중년 여성인 점과
목격자의 증언에 관하여 배심원 토론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의문점 등 중요한 사항은 원작과 대동소이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1장은 재미있게 흘러갔으나 문제는 2장이다.
1장의 후반부에서 배심원 투표 결과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인원수는 4대 4로 동률을 이룬다.

이후 객석의 불이 켜지고 배우들이 객석을 향하여 과연 피고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의견을 묻는다.
몇몇 관객이 자발적으로 또는 지목을 받아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나면
배심원장이 유죄라고 생각하는 관객과 무죄라고 생각하는 관객 중 어느 쪽이 많은가를 관객들의 거수로 측정한다.
약 10분간 진행되는 관객 참여의 시간에서 나온 결과에 따라서 2장이 진행된다.

2장에서는 피고의 범죄현장을 재현한다.
유죄이든 무죄이든 내용에 큰 변화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이 연극에서는 원작에서는 따로 언급되지 않는 피고의 남자친구라는 캐릭터를 추가했다.
이날 객석 투표에서는 무죄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을 아는 관객이라면 첫 배심원 투표에서 유죄와 무죄의 인원수가 11대 1이었으나
피고의 무죄를 주장하는 단 한 명의 배심원이 기나긴 토론 끝에 전원을 설득하여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죄 쪽에 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재현극에서는 소녀가 진범인 것으로 끝을 맺었다.
연출가는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평결이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관극 후의 느낌으로는 관객 토론과 2장은 불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결말이 알려져 있는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아니라
다툼의 여지가 있는 판례나 오리지널 대본을 활용했어야 관객 토론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2장 재현극에서는 인물들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1번 배심원과 7번 배심원의 여고생 교복 의상은 그다지 위화감이 들진 않았으나
세련된 의상만으로도 전문직 여성임을 알 수 있었던 2번 배심원이
촌스러운 실내복 차림으로 건너편 집 여자를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제목 시비노자는 옳고 그름의 시비(是非)에 성낼 노(怒)와 사람 자(者)를 결합시킨 조어다.
관객 토론과 2장 없이 1장을 늘려서 8인의 성난 사람들로 구성하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연극은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서 인사하는 시간 즉 커튼콜이 없었다.
꽤 많은 공연을 봐 왔지만 커튼콜 자체가 없는 연극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커튼콜도 없이 공연을 끝내는 건 일종의 관객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커튼콜 있는 무대로 변경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