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극이라 너무 무겁고 이해가 어려울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좋았습니다.

지식을 갈망하는 한 여학생이 교수를 찾아와 수업을 받기 시작하게되고
수학, 언어학 등으로 이어지는 수업은 점점 더 미로 속으르로 빠지면서
둘사이 갈등이 악화되며 극단적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제도성 주입식 교육에 거부하는 학생에게
교수는 칼을 꽂고야 말게됩니다.

관크없이 아주 적막한 가운데
배우들의 열연에 집중하며 몰입해서 극을 잘 즐길수 있었습니다.

부유층 자녀인 학생을 보며
교수의 괴리감/모멸감/열등감이 점점 고조되고
싸이코패스적 폭력성이 최고조에 이르러
살인을 행하게 됩니다.


소통의 부재, 빈부와 신분의 차이, 싸이코패쓰 등의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귀한 연극 이었습니다.

이런 스토리에 이런 연기를 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에 박수를. 전부 말랑말랑해진 대학가 극장에서 드문 진행 형태에 처음엔 긴장됐지만. 또 그 연기에 행여나 배우분들 다칠까 걱정됐지만. 그 긴장을 줄 수 있었던 힘에 또 박수를. 다만 그 경직에서 조금만 끈을 놓아주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 다음 극엔 또 어떤 괴력으로 뭉칠지 기대해봅니다.

골로 간다.

살면서 처음 겪어본 부조리극이었는데
배우님들의 열띤 연기와 좋은 각색으로
부조리극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 있었습니다.
다음 부조리극도 기대가 됩니다

대학로에서 살짝 떨어진 공간에서, 현재 연극계 흐름과는 많이 떨어진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네요.
이오네스코의 ''수업''이라는 부조리극입니다.

부조리극은 좀 전에(좀 몇 십년 전에) 더러 시도되다가 이제는 그리 많이 올라가진 않아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표현방식이 일반적인 극의 이해 방식과는 많이 다른 지라 대중적으로 퍼지기엔 애초에 무리가 있는 장르지요. 정통 부조리극을 쓰는 작가들도 거의 사라졌고. 모르시는 분을 위해 대충 분위기 설명하자면..

수학 수업이랍시고 1+1, 2+1, 3+1, 4+1...을 계속 묻고 잘 대답하다가 4-3은 모르겠다며 논쟁하고..
언어학 수업이라고 선생이 말장난을 늘어 놓는데 학생은 이가 아프다고 계속 소리지르고..
선생이 화가 나서 학생을 칼로 죽이자 하녀가 선생을 아이 어르듯 따귀 때리고..

뭐 대충 이런식으로 비논리적인 상황과 대사의 연속을 통해 진행하는 연극입니다. 영화로 치면 컬트영화쪽인데.. 이게 그냥 충격을 주기 위한, 장면을 위한 장면이 아니라, 실존주의 철학과 맞닿아서 철학적인 기반이 있는 장르에요. 실존주의 연극도 (주로 사르트르 희곡이) 간간히 시도됐다가 지금은 뭐.

어쨌든 흔히 오해하듯, 아무 뜻없이 대충 만들고 관객은 제멋대로 받아들이고.. 이런 게 아니라 명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부조리''가 있는데 그걸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 관객이 부조리함을 절감할 수 있게 증폭해서 (더더욱 부조리하게) 보여주는 극인 거죠. - 근데 이렇게 접근방법을 알고 봐도 워낙 비논리적인 장면의 연속이다 보니 한 장면, 한 장면을 속속들이 이해하긴 어려우실 거에요.

원작에서 애초에 표현하려 했던 부조리는, 논리적인 대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서로의 이해는 더욱 멀어져 결국, 폭력을 부른다 또는 이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곳에 반대로 원초적인 지배가 남는다... 정도로 볼 수 있는데요, 원작과 이 공연이 살짝 다르기도 하고.. 보시다가 잘 이해안되고 그래서 재미 못 느끼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렇게 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공연 중간 중간 굳이 머리로 열심히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선생과 학생이 어떤 감정으로 서로를 대하는지, 서로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심리를 따라가 보세요. 이 극단이 배우의 감정선을 꽤나 매끄럽게 뽑아놔서 아마 귀 닫고 눈으로만 봐도 충분히 잘 따라갈 수 있을 거예요.

이 공연은 원작과 다른 지점이 좀 눈에 띄는데요, 언어학 관련해서 한국어로 바꾼 건 윤색으로 봐서 크게 다른 점은 아니구요, 그보단 선생-학생 간의 입장이 전복되는 속도와 마지막에 학생을 죽이며 성적인 긴장이 살짝 드러난 지점이에요.

원작에선 처음의 선생이 말을 떨거나 어색한 행동을 보이고 학생이 똘똘한 모습을 보이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자신감이 바뀌어서 나중엔 학생이 제대로 말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선생이 폭발하듯 변하는데, 중요한 건 둘이 변화하는 속도에요. 이 변화가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이루어져야 한다..가 원작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포인트인데, 이번 공연에선 과감히(...라기 보단 좀 엉겁결인 것 같긴한데.. 하여튼) 버렸구요. 수학은 학생이 주도하는 분야로, 언어학은 선생이 주도하는 분야로 거의 양분되다시피 연출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학생이 죽기 직전 마지막 발악을 할때 수학 수식을 온통 벽에 낙서하지요.

학생을 죽일때 나타나는 성적인 긴장감은.. 너무 마지막에 잠깐만 있어서 애매해요.

배우들 감정선 매끄러운 것 만큼이나 중간중간 괜찮은 아이디어가 보여요. 칼을 만드는 방법이라든지, 학생 죽이는 장면에서의 비주얼이라든지. 뭐 이해가 되든 안되든 처음부터 끝까지 쭉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을 거예요. 왠지, ''뭐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안되는데 그렇다고 어디 한 군데 확 말 안되는 부분은 없는 거 같다''며 극장문 나서는 분 많으실 듯.ㅋ

좀 다른 얘기로 여기 뜻밖의극장을 누가 운영하는지 몰라도 전략이 좋은 거 같아요. 라인업이 부조리극이라든지 포스트 모던 극처럼 주류 상업극이 아닌 걸 내놓는데 모텔과 술집 사이에 극장이 있어요. 성북구 주민, 성신여대생은 무료에요. 접근성은 떨어지는데 의외로 탄탄한 공연을 보여주고 있으니 성공하면 매니아층을 길러내고 지역 명물이 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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