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 웃다가 한판 제대로 놀아보다



놀이라는것이, 어떠한 페르조나도 쓰지 않은 상태의

순수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일텐데

어떠한 저항도 느끼지 않는 자발적인 무장해제의 시간일텐데.

난생처음 어머님과 함께 연극을 보러갔다.
평생 처음 보시는 연극... 내용도 감동도 함께하니 더욱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어머니가 간곡히 부탁하여 굿 한판이 크게 벌어지고, 그 굿이 끝나자마자 정말 숨을 거둔 어머니의 장례가 이어진다. 이 장례식장에서 재산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자 어머니가 돌아와 직접 해결한 뒤 다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연극이라고는 하지만, 그리고 그 안에 저런 스토리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이 내용들이 탄탄하게 잘 짜여져있는 작품은 아니다. 굿을 하게 되는 계기도 뜬금없고, 굿에서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근거도 없고, 장례식장에서 갈등이 터지는 사건들도 앞뒤가 잘 연결되서 기승전결로 이어진다기보다는 단발적으로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서 연극 '오구'는 짜여진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1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굿 장면과 2막의 거의 전부인 장례식장에서 보여주는 인간 군상 개개인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 같다.
마치 굿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어 무대에 올라오는 듯한 느낌일 정도로 1막의 굿 장면은 인상적이었고, 훌륭했다. 다양한 레퍼토리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각 레퍼토리 안에서의 한 장면 장면들 역시 어찌나 화려하거나 멋지거나 몰입하게 하거나...등등이던지... 사실 이렇게 내용보다는 다른 것에 치중하는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오구'의 굿 장면은 그런 아쉬움을 모두 덮을 수 있을만큼 괜찮았다. 그러고보니 연극을 보고 왔다기보다는 마당놀이를 본 듯한 느낌이네...
2막의 장례식장에서는 빈소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요 인물들로 등장한다. 물론 딱히 전체의 내용과 관련되는 인물은 아니고, 이런저런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보는게 더 맞을 것 같다. 빈소라는 공간 배경에서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장례식과 엮이면서 재밌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이때 같이 등장하는 저승사자 3 명도 꽤 웃음포인트를 많이 만들어내는데, 장식으로 주렁주렁 달고나왔던 그것은 참...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고 충분히 이런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주변에 앉은 아주머니 관객들이 심하게 좋아하니 도리어 민망해지더라. 흠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1막 중간 굿 할 때 55바퀴를 연달아 회전하던 장면이었다. 이 부분을 연기하신 분이 무당 배미향 씨... 나도 모르게 돌기 시작할 때부터 셋었는데, 55번까지 갈 줄이야... 더 대단했떤 것은 꽤 긴 시간이라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는데도, 무대로의 몰입이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아마 그 전까지 그 장면이 이어왔던 분위기와 주변의 장치 덕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윤택 씨가 연출이고 그의 연희단 거리패가 많이 출연하는 작품이었던만큼, 예전에 봤던 다른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가 몇몇 보였다. '이순신'과 '하녀들'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김소희 씨가 오달수 씨의 상대역인 맏며느리로 나왔는데, 예전에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시더만... 역시 연기를 잘 하는 좋은 배우들은 어떤 역할을 해도 그것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던데, '하녀들'에서 봤던 그 마담이 '오구'의 맏며느리라고 어찌 상상이나 하겠나.
비슷하게 우스꽝스러운 무언가를 달고 우스운 연기만 하는 저승사자 중 한명이었던 이승헌 씨 역시 '수업'의 교수로 봤었던 분이다. 전작의 캐릭터와 '오구'에서의 캐릭터의 차이로 치자면 김소희 씨보다 더 벌어질터, 이렇게 극과 극의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헌데 사실 1막은 어머니 역의 강부자와 두 무당(배미향, 하용부), 2막은 박수무당과 아들들(오달수 등)의 비중이 워낙 커서 다른 분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눈의 띄었던 분들이라면 오달수의 딸로 나왔던 마치 고등학생으로 보였던 배우분(도저히 이름을 찾을 수가 없다). 귀여운 얼굴은 둘째치고 무대에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구석에 있으면서도 표정 하나하나와 발짓 손짓 하나하나가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 정말 열심히 하는 인상이었다. 마지막까지 눈길을 끌고 가는 배우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양한 역할을 했던 하지은 씨... 이번이 7번째인가? 굳이 이 분 보기 위해서 '오구'를 예매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여러 사람과 섞여있을 때에도 눈에 띄는 배우라는 점은 보면 볼수록 더 확실해지는 것 같다. 위에 언급한 딸 역할의 배우에게서 받았던 느낌에 더해서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다. 좀더 큰 역할도 했으면 좋겠구만...

지난 주말을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내려간 작품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올라갈 터. '오구'라는 굿 장면만 보더라도 이 작품을 볼만한 이유는 있을 것 같다.

강부자님이 나오는걸로 봤는데

많이 않나오더라구요... 기대했는데..

기대를 넘 많이 해서 그런가 전 기냥 좀 지루했습니다.

강부자님출연하시는 마지막회 봤어요.
역시 좋더군요칠순이믿기지않아요.
계속좋은연기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