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고수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설정이 돋보였다. 하지만 그 설정을 온전히 살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철학자, 경제학자 그리고 페미니스트 역은 계속해서 같은 말을 중언부언했고 논쟁은 치열한 것 처럼 보였지만 사실 성노동자인 ''나용자''의 외침을 위한 멍석일 뿐이었다. 극의 재미 요소를 위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반대자들은 희화화되었다. 시종일관 나용자 역은 진지하기만 할 뿐인데 말이다.
지레 짐작하기로는, 이 극의 목적이 매춘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는,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은 이 사회의 목소리들을 정면에서 반박하려는 것으로 느껴졌다. 만일 그런 목적이라면 더욱 더 반대 의견을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철학가는 성풍속에 대해서, 성윤리에 대해서 제 나름의 논리를 펴 설명할 줄 알아야하고, 경제학자는 성산업 내에서 벌어지는 착취 구조와 그 착취가 다른 산업에서 행해지는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하만 하는 것인지를 설명할 줄 알아야한다. 페미니스트는 성산업이 전제하는 차별적인 성인식에 대해서 설명해야한다. (이 부분에서 남과 여의 양분구조를 뛰어넘어 다양한 젠더를 수용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그렇게 공고히 쌓여진 논리의 빈틈을 노려야 한다. 쉬운 판을 깔아두고 나용자가 정신승리를 하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다. 현실을 외면한 그들만의 리그는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이 극에 높은 별점을 준 것은 성매매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 자체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연극이라는 매체로 관객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자리에는 더 이상 설득 당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내게는 적어도 같은 고민의 과정을 거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내 옆에, 존재한다는 걸 확인한 것 만으로도 의미가 깊었다.
앞으로 지지가 더 발전된 극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