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잼 꿀잼 핵잼 하~~또 보고싶다

모처럼 이번 대학로 나들이를 함께 한 연극은 그류? 그류!에요.

첨에 연극 제목이 넘 특이해서 과연 이 연극을 무슨 내용일까 호기심이 들었어요. 그류? 원작이 루이지 피란델로라는 외국분인걸로 봐서 아.. 이 연극 제목의 그류는 뭔가 외국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연극을 보고나니 충청도 사투리인것 같아요. 같은 단어의 끝을 올리거나 내리기만 해도 수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마법의 사투리(단어)가 있죠. 여기서 그류는 그런 단어를 의미하는 것 같아요^^

작품 소개에 나오는 루이지 피란델로, 100년을 건너 아르케를 만나다. 라는 말부터 살펴볼까요?

''루이지 피란델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인간의 다면성과 내면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여 20세기 전반 유럽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해요.

이번 작품 그류? 그류!는 루이기 피란델로의 원작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거죠> 라는 작품을 새롭게 각색한 연극이에요. 연극을 보고나니 원작은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100년을 건너 아르케를 만나다는 말은 이미 작고하신 ''루이지 피란델로''의 원작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거죠>가 창작공동체 아르케를 만나 새롭게 각색되어 우리에게 선보인다는 말이었네요. 이제 완전 이해됨!

원작과 각색된 작품에 대한 이야기라면, 락뮤지컬 지하철 1호선 작품도 떠올라요.

<락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폴커 루드비히의 <Linie 1>이 원작이에요. 학전 대표 및 연출가인 김민기님이 우리나라에 맞게 새로 번안, 각색한 작품이라 후에 폴커 루드비히가 저작권료를 면제하고 자신의 작품과 다른 완전한 새로운 창작물로 인정해주었다는 후기는 더 놀라워요.

다시 작품 그류? 그류!로 돌아오면...

무대는 태풍 올가가 불어닥친 1970년 초반 충청남도의 한 시골마을의 초여름이 배경이고,
얼마 전 마을에 이사 온 한 가족의 이상한 이야기로 마을이 쑥대밭이 되버린 상황이에요.

무슨 이상한 이야기냐구요? 새로 이사온 가족은 사위, 아내, 장모 3명인데. 사위가 장모만 따로
방을 얻어서 살게하고, 아내는 집에 가둬놓고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막고 있다는 해괴한 이야기에요.

순수한 시골 마을사람들은 분노하게 되고, 오해를 풀기위해 장모, 사위가 번갈아가며 마을 사람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으니 좀 특수한 사연이 있는 것 뿐이니 제발 관심을 갖지 말고 그냥 인정해달라고 하지만, 그들의 말은 서로 다르고. 마을사람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되죠..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진실의 문이 열리기를 고대하지만...

과연 마을 사람들은 진실, FACT 체크를 할 수 있게 될까요? ^^ 정답은 나중에 공연장에서 확인하시길...
전 그류? 그류! 공연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보통 누군가에게 진실만을 말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내 말이 틀렸어? 맞잖아. 사실이잖아"라면서요. 이를 가리켜 FACT 폭격이라는 말도 쓰죠. 근데 이 FACT라는 건 정말 FACT일까요? 아니 세상에 FACT라는 게 정말 있기나 한 걸까요?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면, 원작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거죠> 라는 작품이 머리 속에 그려져요.

서로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혹시 우리가 생각해온 FACT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 사람의 영혼을 보는 것이 아닌 그저 거죽을 보는 것. 감정 깊은 곳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닌 감정의 테두리만 읽어내는 것. 참을 수 없는 가벼운 깃털같은 그것이 바로 우리가 믿어왔던 FACT가 아닐까 하는 그런 두려움.

특히나 ''정''이라는 특수한 감정을 가지고 알아온 우리나라, 거기에 한 가족같은 개념을 섞어버린 비빔밥 같은 시골의 분위기 속에서 개인은 사라지고, 공동체, 우리란 개념만 남아 있을 때, 집단 속에서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폭력에 대한 서늘한 느낌도 느껴졌어요.

가끔씩 명절날 가족 모두 모였을 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가져줄 때. 취업은 했는지.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가질껀지. 등등 예민한 질문들이 나오고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기도 해요. 집단 속에서 아니 다수의 사람들이 주도가 될 때 작은 목소리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죠.

우리는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해요. 구석에서 들려오는 그런 작은 목소리요.
과연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호기심을 채우고 싶을 것일까요?

&#8203;집단적 관음증. 사회적 광기. 사라진 개인. 빅브라더가 떠오르는 연극이에요.
하지만 이런 깊은 고민을 선물해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진행과정은 너무나 유쾌하고 찰떡같은 연기로 너무 몰입되도록 우리 곁에 다가와요. &#8203;

마을 이장님 역할의 배우님. 와.. 진짜 방금 시골에서 올라오셨다고 해도 딱 어울리는 비주얼, 말투, 행동까지 정말 최고였어요. 다른 배우님들도 정말 연기력이 너무 좋으셔서 넋을 읽고 그 혼란의 현장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답니다. 정말 최고의 배우, 연기로 좋은 작품을 우리의 상황에 맞게 각색해주신 연극.

이 연극이 최고의 연극이 맞냐구요? 제 대답은 역시 그류? 그류! 랍니다. ^^

사람이 선의를 가지고 행한 일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피해가 간다면 그 행동은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 것인가
그리고 그 행동에 있어서 책임을 져야하는가 아닌가와 같은 질문을 기반으로
충청도의 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고 있는 연극 <그류? 그류!>는
배우분들의 좋은 연기와 사투리가 더해져 그 질문의 답을 관객들에게 직접 던져주는
방식을 활용하여 결말까지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연극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류? 그류!]는 극단 아르케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스테디셀러이자 ''연극성''을 중시하는 극단 아르케의 취지에 꼭 맞아 배우들과 한판 놀아보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일반 건물 지하에 있는 소극장 선돌극장은 위치나 무대나 객석이 공공극장에 비해 좋은 편이 아니다. 열명이 넘는 배우들이 서기에는 당연히 비좁다. 2018년 11월 20일 정도 길게 꼽은 선돌극장 공연 때에는 극 배경이 경부고속도로가 뚫린 시원시원한 시골 마을 전경이었던 것에 반해 무대가 뭉개놓은 듯 좁아 배우들이 놀기 아쉬웠던 기억이 있었다. 헌데 느낌으로는 닳은 빗자루, 낡은 바가지 하나 당시 무대를그대로 복원한 무대가 새록새록 떠올라 반가운 시골집에 온 듯 반갑다. 무대와 객석이 말 그대로 맞닿아 있으니 같은 상황을 두고 여러 배우들이 보이는 반응을 이모저모 볼 수 있는 재미가 또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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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로 이사온 한가족의 히스토리는 이 마을의 이슈거리이고 당사자들이 원치않는 지나친 관심은 당사자들에게 독이 될 수 있슴을 시사하면서 현실의 팩트보다는 그냥 묻어가 흘러가는 대로 뇌둘 필요가 있다는 강한 메세지를 준다. 진실이 뭐든간에 모두 해피한 방향으로, 진실은 각자의 생각대로 만들어지 허구속에서 말이다. 연예인의 사생활 가십거리, 정치인들의 정치와 무관한 행보들은 매스컴으로 왕왕 이슈가 되고 포커싱이 맞춰져 뉴스꺼리로 회자된다. 진실이 뭐던간에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판단으로 진실은 규정되며 그 왜곡은 당사자에게 때론 치명타를 날리게 되는 걸 종종 본다. 자신의 일이 아닌 타인의 삶을 왜? 지나친 관심으로 바라보는 건지 무슨 이익을 본다고 그러는 건지... 그런 의미에서 이 연극은 사회 현상 속에 빈번히 이뤄지는 축소판을 한 무대에 펼쳐준다.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연극은 탄탄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에서 엄지척을 외칠 수 밖에 만든다. 최근 작품들은 전부 섭렵한 이유도 연극다운 연극의 정통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연극 애호가들에겐 항상 만족감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13명의 배우들의 시선처리나 각자의 캐릭터를 완전체로 살리다니, 대단할 뿐이다. 연극 애호가는 꼭 봐야할 추천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