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프럼어스>는 정말이지 최고의 논리극.
1만4천년을 살았다는 존이라는 남자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학자들이 벌이는 토론은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며 지루해보이나 지루하지 않은 대화를 이어간다.
독특한 소재가 마음에 들었고,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역시 내겐 너무 좋았다.
다만,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듯한 배역의 배우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크게 극을 좌우하진 않았으므로 패스.
단차가 별로 없는 1층에서 힘겹게 보았던 첫번째와 달리, 뻥뚫린 시야로 극을 한눈에 감상 할 수 있었던 2층 자리였던지라, 확실히 극에 대한 이해도가 더 좋았고, 그랬기에 자잘한 것들이 더 눈에 들어왔던것 같다.
역시나 1만4천년을 살았다는 존의 얘기에 급작스럽게 분개하는 린다와 이디스의 모습은 여전히 이해불가였으나, 극의 흐름을 따르기에는 필요한 요소인듯 싶고, 종교토론에서의 린다의 모습은 이해가 되면서도 사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존과 토론을 벌이려면 린다같은 인물이 필요했으므로 이것도 패스.
자잘한 아쉬움으로 극을 평가하기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절대불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정말 멋진 연극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사 안에 해박한 지식들이 많아서 좋았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명료하게 보여짐으로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어 좋았고, 특히나 가장 좋았던것은.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하라. 하지만 나는 너희에게 내게 매어있으라 말한적이 없다"
라는 대사가 가장 좋았음.
한번보고 끝이라 생각했던 공연을, 이벤트 당첨으로 다시 보게된게,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거지만!!!^^*
시간은 흐른다. 그러나 삶은 멈춘다
연극 <맨 프럼 어스>
제롬 빅스비 원작, 배삼식 각색, 최용훈 연출
1990년 2월 1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64억 킬로미터 밖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인류에게 전송했다. 지구는 크기가 0.12화소에 불과한 이제는 별칭이 된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인다. 이 사진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 불멸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맨프럼어스>는 1만 4000년 전 태어나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2007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맨 프럼 어스’를 극작가 배삼식이 각색하고 최용훈이 연출한 작품이다.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일회적이고 한시적인 삶만이 허락된 우리에게 ‘불멸’에 대한 매혹적인 환상을 선물한다.
주인공인 역사학교수 존 올드맨은 10년간 일해오던 종신 교수직을 내던지고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 그런 존을 위해 5명의 학자, 교수들, 그리고 존을 사랑하는 한 여인이 송별연을 연다. 이 자리에서 존은 자신이 1만 4000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질러 왔으며, 현재 모습 그대로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채 이제껏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선물했다는 그림이 그의 짐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붓다의 가르침을 배워 그 가르침을 서방세계에 전한 예수라고 말한다. 자신이 영원히 살아가고 있다는 그의 말을 당연히 동료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존의 이야기는 사실로 검증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지만, 꾸며낸 이야기나 미치광이의 헛소리라고 단정해버리기에는 지나치게 논리가 정연하다. 불멸의 삶을 사는 사람답게 그가 하는 이야기에는 진실성과 초월성을 담고 있지만 그 역시 사람으로서 갖는 소박함이나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성이 실려 있다. 동료 교수들은 차츰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지적인 토론과 감정적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인간의 존재와 믿음 그리고 관계에 대해 다가서기와 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혼란과 감정적 동요가 극에 달한다. 이때쯤이면 관객조차도 무대상황에 함께 휘말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 힘들게 된다. 미술사 교수인 이디스의 항변 혹은 애원을 계기로 일단 상황이 진정되는 듯 하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끝까지 존의 말을 부정하던 심리학 교수인 윌 그루버가 존과 샌디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고 어릴 적에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가 바로 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윌이 충격 끝에 심장마비로 죽으면서 존의 고뇌와 절규가 이어진다. 하루 저녁의 긴 여행이 유한의 초월성과 무한의 한계성에 대한 물음과 함께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죽음을 벗어난 영원한 삶, 그것은 자유인가, 영원한 속박인가? 구원인가, 저주인가? 무한한 삶이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있다 해도 그런 삶이 꼭 행복할까? 무한한 삶이 갖고 있는 그 거대한 공허를 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속적인 관계와 일정한 공간에서 삶을 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초월이고 기적일지 모른다. 연극 <맨프럼어스>는 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우리는 서로를 소중하게 다루고, 따뜻하게 대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무한대에 가까운 시공간을 영화에서 사용하는 효과적인 미장센 등의 특별한 장치 없이 거의 8명의 배우가 끌고 간다. 관록 있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신인배우들의 의지가 어우러져 집중력을 잃지 않는 발군의 무대를 만들었다. 소위 ‘삐끼’연극을 호객하는 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대학로에서 모처럼 머리와 가슴이 함께 하는 좋은 작품을 보여준 열 명의 배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월 말까지 롱런 공연이 잡혀 있다고 한다. 이런 연극은 ‘양껏’보아도 된다. -끝-
주인공 존에게 무슨 비밀이 있을까,
떠나는 날 마지막 인사를 하려했던 존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그 자리에 모였던 10년을 봐온 친구들은 이 사실을 믿어야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처음엔 장난처럼 받아들이는 친구들처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내내 나 또한 혼란스러웠다.
저 사람 혹시 외계인인가? 아니면 거짓말로 농락하는건가? 그것도 아니면 정신이상자인가?
이런 호기심에 공연을 보는 내내 몰입하며 봤다.
스포가 될까봐 결말이나 반전의 내용을 말하진 못하겠지만,
문종원 배우를 비롯하여 이대연, 서이숙, 최용민 배우 등의 노련함과
캐릭터의 습성(?)을 그대로 잘 보여줘서 정말 잼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영화 원작을 보지는 않았지만,
무대로 옮겨진 이야기에 작은 미묘함의 차이를 공격하는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논리정연한 사실에 입각하기도 하고 황당한 종교적인 이야기까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들도 꽤 잼있었다.
오늘의 캐스팅
존 올드맨 역할에 문종원 배우님.
윌 그루버 역할에 김재건 배우님.
댄 역할에 이대연 배우님.
이디스 역할에 서이숙 배우님.
해리 역할에 정규수 배우님.
린다 역할에 조경숙 배우님.
샌디 역할에 박지나 배우님.
아트 역할에 오근욱 배우님이 출연해 주셨습니다.
영화와 연극
영화와 같이 작은 오두막 무대 하나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맨 프럼 어스. 전반적인 전개는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고 중간중간 대사와 애드립만 7년이 지난 현시점에 맞게 바뀌어진 모습이었습니다.
클로즈 업을 구현할 수 없는 연극의 특성상 총에 든 실탄의 유무와 자동차 등장씬의 유무, 그리고 '스타트랙'을 '스타워즈'로 바꾸고 SNS시대에 맞춘 '인증샷'의 등장 등 좀 더 현시점에 맞춰 친근감있게 다가왔습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으로 익숙했던 문종원 배우님이 맡으신 존 올드맨 교수. 약간은 대사가 먹히는 부분이 있어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영화에선 자신이 겪은 바를 아주 체계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막힘없이 설명하며 각 분야 최고의
교수들도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날이 문종원 배우님 이틀차 공연이었기 때문에 점차 좋아지시리라 생각됩니다.전문 : http://blog.naver.com/fireiceboy/220180627656
전문 : http://blog.naver.com/fireiceboy/220180627656
마침
1만 4천년이란 시간을 살아온 교수의 황당한 가설이지만 철학적인 논리와 과학적인 지식으로 단단하고 논리정연하게 정리합니다. 각 분야에선 최고봉이던 동료들도 점차 동요되기 시작하고 혼란에 빠지게되는 정말 완벽하고도 치밀한 이야기. 이 연극의 매력은 존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허구인지를 놓고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데 있습니다. 진실 같으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고정관념 때문에 믿기 어렵지만, 반대로 거짓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던 연극이었기 때문에 보러 가기 전부터 너무나도 설렜는데 역시나였다!
문좋원 배우님을 비롯하여, 이대연, 정규수, 서이숙 배우님 등등... 너무나도 극에 몰입하여 연기를 해주셨다.
특히나 브라운관에서만 볼 수 있던 배우님들이 출연하신다고 해서 혹시라도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 했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어떤 캐스트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조화로운 극의 진행을 위해 열심히 해주셨다.
극을 보는 내내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고 특히 존 올드만을 연기하신 문종원 배우님의 절제 된 모습과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연극을 보다보니 정말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파괴'되는 것 같았다.. (시놉시스를 보며 '상식 파괴'라는 저 문구가 잘 와닿지 않았었는데 극을 보다보니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이걸 믿어야하나 저걸 믿어야하나 싶을 정도로 그만큼 몰입해서 관람했던 것 같다.
연극을 보고 나오며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조만간 예매를 할 예정이다. 다른 배우님들도 무대 위에서 만나보고 싶다. (특히 박해수 배우님 회차가 기대되는데 꼭 막이 내리기 전에 보고싶다.)
아.. 역사, 생물, 고고학 등의 용어 등장과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이 나타나는 작품이긴 하지만 보다보면 이미 극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니플렉스 2관 1층의 단차가 좀 아쉽긴 했고 대사를 읊조리거나 혼잣말을 할 때면 집중해서 들어야 했지만 이것 이외에는 관람 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