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 봄, 한낮의 우울은 범인 없이 아이를 살해당한 어느 중년 부부의 일상을 다룬 작품입니다.

사실상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다고 저는 보면서 느꼈는데요,

이미 깊어질 때까지 깊어진 마음의 병을 안고 벌어지는 극한의 지점에서의 '어느 하루'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에요.

극은 처음부터 많은 정보를 주지 않고 시작해요.

하지만 대사를 듣고 따라가다보면 많은 내용들을 알수 있어서 하나하나 진실과 마주할 때의 쾌감이 있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이 정말 진리처럼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제작 의도에 보면 극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해서 정밀하고 정확한 일상성을 구현하고자 하셨다고 하는데 실제로 음식을 드시고 요리를 하며, 살아있는 강아지까지 등장하는 등 정말로 누군가의 집을 옅보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어요.

부부는 범인 없이 아이를 살해 당했다고 플롯은 말하지만 극을 끝까지 보면 범인을 알 수 있으실거에요.

다만 끝까지 이 부부는 그 범인이 누군지 알수 없었겠죠. 아니, 모르고 싶었겠죠.

범인은 다수이고 단체이지만 동시에 그들 자신일수 있으니까요.

정말 밀도있는 비꼼과 거침없는 디스에 움찔움찔했습니다.

끝나고 나오면서 아직 진정되지 않은 슬픔과 범인을 알게 된 충격에 감정이 추스러지지가 않더라구요.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평연한 대사 속에 숨은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는 극, 그 봄, 한낮의 우울

이제 1주일이 채 남지 않은 공연 기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