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剩餘 [명사] 1. 쓰고 난 후 남은 것. '나머지'로 순화
2. <수학> '나머지'의 전 용어.
국어사전에서 잉여를 찾아보면 위와 같은 뜻으로 해석된다. 즉,『잉여인간 이바노프』을 풀어보자면 나머지 인간이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에서 필요하지 않고 도태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방황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잉여인간 이바노프』의 주인공 이바노프 또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여 방황하고 괴로워 한다.
『잉여인간 이바노프』은 흡사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막장 드라마와 다름 없다. 사람으로서 부르짖어야 할 사랑이나 믿음, 우애 따위 찾아볼 수 없다. 주인공인 니콜라이 이바노프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가장임에도 일을 하지 않고 지방의회 의장이자 친구인 파벨 레베데프의 아내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다. 그는 6촌 친척인 보르킨이 일꾼이 온다며 돈을 어떻게 지불할 것이냐는 물음에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는 결핵으로 죽어가는 아내을 책임지지 않고 도망치며 자신에게 짊어진 삶의 무게에 진저리친다. 이바노프는 무기력하다.
이바노프가 처음부터 이렇게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지방의회 의장이었던 파벨 레베데프나 주변 인물의 묘사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총명하고 매력적이었던 인물이었고 한다. 그러나 관객이 무대에서 보는 이바노프는 누구에게나 신경질적이며 의욕이 없고 책임을 회피한다. 그러나 『잉여인간 이바노프』에서는 그가 왜 우울하고 추잡한 사내로 변하였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이바노프가 점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잉여인간 이바노프』에는 비단 이바노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부조리하다. 이바노프의 6촌 친척인 보르킨은 이바노프에게 얹혀사는 샤벨스키 백작을 꼬득여 돈 많은 미망인 마르파와 결혼하도록 부추기고, 부유한 재산은 있으나 그럴 듯한 지위가 없는 마르파는 백작부인이라는 지위를 얻기 위해 기꺼이 샤벨스키 백작과 결혼하려고 한다. 이바노프에게 돈을 빌려준 지나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에 집착한다.
재미있게도 『잉여인간 이바노프』의 무대는 시종일관 시커먼 속을 드러내는 군상과 다르게 흰 색으로 꾸며져 있다. 새하얀 벽과 바닥. 그 뿐만이 아니다. 이바노프와 그의 아내 안나, 샤벨스키 백작, 마르파 등등 주요 인물 대부분이 새하얀 옷을 입고 있다. 흰 색은 보통 순결하다,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옷차림은 인간다움을 잃은 인간상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러나 4막에서 조강지처인 안나가 사망하여 친구의 딸인 사샤와 결혼하는 이바노프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모두 장례식에 온 듯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된다. 4막은 그야말로 막장의 절정이다. 지나이다는 딸 사샤가 이바노프와 결혼하며, 그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노골적으로 슬퍼하고, 샤벨스키 백작은 마르파와의 결혼에 회의감을 들며 괴로워 한다. 축복받아야 마땅할 결혼식은 우울하고 음침하다. 사람 좋은 지방의회 의장인 파벨 레베데프 만이 가운데에 끼어서 안절부절 못할 뿐이다.
그렇다면 결혼식의 주인공인 사샤와 이바노프는 어떨까? 이바노프는 다른 등장인물과 달리 처음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정장을 입고 있다. 사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샤는 이바노프가 약혼을 한 이후부터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시종일관 우울해한다고 한탄한다. 파벨은 딸에게 결혼식을 무르라고 하지만, 사샤는 이바노프를 사랑하는 것이 운명이며 책임이라고 강행한다.
『잉여인간 이바노프』을 본다면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사람다운 캐릭터가 사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샤의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은 오히려 이바노프에게 독이 되었다. 그는 사샤에게 소리친다.제발 그따위 싸구려영웅주의로 자신의 품격을 높이려 하지마!
사샤의 새하얀 옷은 다른 등장인물과 다르게 다가온다. 그녀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순수하다. 그녀는 젊고 당당하며 순수하게 이바노프를 사랑하며 믿는다. 그러나 사샤의 새하얀 옷 또한 결국 이바노프를 죽음으로 몰아놓는 소품일 뿐이다.
『잉여인간 이바노프』의 결말을 이야기하자면 이바노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입은 검은색 정장은 이바노프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복장으로 바뀌며, 한 편으로는 이바노프 라는 인물을 죽음으로 밀어놓은 군상을 비판하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삼촌은요? 삼촌더러 절 좀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해주세요.
이바노프가 사샤와의 결혼을 파하고자 하며 샤벨스키 백작을 찾는 부분에서 말하는 대사이다. 이바노프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바노프가 그토록 돌아가기를 원하는 집은 1막에서 어떻게든 도망치고 빠져나오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공간이었다.
이바노프에게 집은 무엇일까? 집에는 누가 있는가? 아내 안나가 있었다. 안나는 종교를 바꾸고 부모와 인연을 끊을 정도로 이바노프를 헌신적으로 사랑하였다. 그 또한 누구보다도 안나를 사랑했고,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자신이 안나를 사랑하지 않음을 괴로워하며 고뇌한다. 이바노프가 안나를 사랑하지 않는 순간부터 모든 삶의 의욕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의사인 예브게니 르보프가 크림반도로 안나와 요양을 가도록 권유해도 거부하고 도망치며 그녀가 기어코 죽도록 방치한다.
안나가 죽은 이후, 이바노프는 사샤와 결혼하여 새로운 시작을 꾀한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것은 금붕어 똥처럼 매달려 있는 안나와의 결혼에서 재산을 노린 소인배라는 질책과 손가락질이다. 그는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사샤 또한 진저리치며 밀어낸다. 이바노프는 사샤와 결혼한다고 한들, 자신이 그리워하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기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바노프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아내가 있는 집로 돌아가 잉여인간이 아닌 제대로 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나는 이미 죽은지 오래이다. 그렇기에 이바노프는 다 내려왔다고 울부짖으며 자살한다.
『잉여인간 이바노프』은 인간미를 잃은 군상과 사회를 단순하지만 막장인 줄거리로 적나라하게 풀어내며, 이바노프의 자살로 하여금 관객에게 자기 자신과 그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권유한다. 『이바노프』는 1899년에 수정되어 처음으로 상연되었다. 초연으로부터 이미 10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그 당시와 그다지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인간미보다도 돈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로 바뀌었다. 인간미가 사라진 사람은 이바노프가 그러하듯 결국 끝없이 추락하며 파멸하고 만다. 우리는 이바노프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그가 사랑했던 아내 안나를 찾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혼을 충족시켜줄 헌신적인 사랑이 있는 집으로 말이다. *상기 관람 후기는 제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라와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http://yunchea0722.blog.me/220269357308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주인공은 거액의 빚에 시달리고, 부인은 불치의 병에 걸려 병마와 싸우고 있는데 매일 밤 외출하면서
친구의 딸과 바람을 피며 재산때문에 그녀와 결혼하려 한다?
환갑이 다 된 외삼촌은 30살 연하의 미망인과 연애중이며, 백작의 이름을 팔고 거액의 돈을 얻기 위한 결혼사업을 진행중이다?
기가막힌 막장드라마는 120여년전 러시아에도 있었다.
(연극소개 팜플릿에 실린 글)
우선 좋은 공연 관람할 수있는 기회를 주신 PLAYDB에게 감사의 말씀 전해요..그리고 죄송한 말씀도요..분명히 신분증 가지고 가라는 말이 있었는데..ㅜ.ㅜ
우선 변명을 하자면 제가 덜렁거리는 성격이여서 지갑을 자주 잃어버리거든요..그래서 평소에 교통카드랑 체크카드 한장씩 가지고 다녀요..오늘 일이 바빠서 부랴부랴 그냥 나왔어요..평소처럼 그래서 신분증을 못 챙겨갔어요..
유난히도 추운 오늘 공연장도 혜화역이랑 멀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공연장에서 신분증 검사의 말에 헉!! 전에 카드랑 핸드폰으로 본인인 것 확인받고 표 받은 적이 얼핏 스쳐지나가서 카드랑 폰을 보여주었는데..ㅠ.ㅠ 본인 인증이 안된다고해서 그냥 왔어요..ㅠ.ㅠ 그래서 저 도착한 것만 확인하시라고 부탁만 하고왔네요..ㅠ.ㅠ 가격도 저럼해서 현매를 할려고했으나 매표소에 적힌 카드단말기 고장?? 헉! 정말 고장일까?? 이런 생각도했지만 현재로서는 현금도 없고..ㅠ.ㅠ 다행히 혼자 부랴부랴 대학로간게 다행이였어요..ㅠ.ㅠ 지인이라도 데리고갔으면 대략 냥패..ㅠ.ㅠ
오랜만에 당첨된 리뷰단이라서 리뷰를 제대로 적고싶었지만 저의 신분증을 안가지고 다니는 사태때문에 좋은 공연 관람의 기회를 차버리게 되어서 죄송하게 되었네[요..
못본 극이였지만 공연에 대한 만족도는 높을 것같아서 별 다섯개 드리고갑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하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