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만 보고 ‘아 그린피그다!’ 라고 알아차릴 정도면 그만큼 개성이 있는 극단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 눈길도 확! 사로잡아서 안 볼 이유가 없었습니다. ㅎㅎ 예전에 데스데모나를 처음으로 보고 난 후 후유증이 꽤 컸었어요. 연극을 막 보기 시작할 때의 저로서는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이번엔 어떤 내용일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평범한 주제도 남들이 생각하지 않을법한 방식으로 표현하겠지? 라고 기대하면서 관극을 했고, 내용이 호불호가 갈리든 어쨌든 간에 결과는 “유쾌하다! 이게 그린피그지!” 였습니다. 난해하고 어수선하고 뭔가 이말년의 와장창!!!!!!! 느낌이 있지만 이것 역시 자신들을 표현하는 방식이니까요.
1954년 소설 자유부인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 2015년 한국고고학회의 채팅장에서 벌어지는 논쟁, 현대 조폭과 한국의 정치사, TV뉴스 속 강력범죄 사건 등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많은 이야기들이 무대위에 종횡무진 펼쳐집니다.
13명의 배우들이 40개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며 공연 내내 사교댄스를 선보이는데, 배경음악은 라이브 밴드가 실제로 음악을 연주하네요.
너무 많은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져서 잘 이해는 안되지만, 크게 두 가지 스토리로 압축이 될 것 같습니다.
전반주는 소설 자유부인을 둘러싼 사건, 후반부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의 논쟁과 집착이 실제로 살인사건으로까지 이어진 해운대살인사건입니다.(두 이야기가 인과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모르겠어요)
무대 위에서 수시로 보여지는 남녀들이 사교댄스를 추는 장면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불륜의 의미인것 같긴 한데, 그 이면에 더 숨겨진 뜻이 있을것 같아요.
마지막 부분에 영호남의 폭력배들이 싸우는 이야기가 도대체 뭔가 했는데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과 오레스테스의 이야기를 그대로 펼친 것이라고 합니다.
쉼없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연극 자체를 이해를 하면서 보는 것은 포기를 하게 되더군요. 아무리 집중해서 봐도 무슨 메세지가 숨어 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내용을 이해를 하고 봤다면 더 재미있을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이긴 한데 연극 자체는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