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대학로 선돌 극장에서 하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다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를 1970년대 잠실을 배경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본 작품이었습니다. 먼저 결론을 말하자면 실망스럽진 않았으나 먼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순우삼촌 역의 이상홍씨의 연기가 연극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러웠는데 약간 겉도는 듯 한 연기가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순진한 시골 아가씨의 모습을 너무 잘 연기한 지숙 역의 이지혜씨가 눈에 띄더군요. 동생이 힘들게 농사지어 보낸 돈으로 유학 생활을 하더니 끝내 가족의 삶의 터전인 땅마저 팔아서 돌아가는 큰 아들 건우와 그런 큰아들에게 존댓말을 하며 하늘처럼 떠받드는 늙은 노모의 모습에서 우리네의 현실을 떠올렸습니다. 아직도 기러기 아빠니 펭귄 아빠니 독수리 아빠니 하며 자식 교육을 위해 생이별을 하고 떨어져 사는 수많은 이산가족이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라.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한다 해도 가족의 중요성만큼은 변할 수도 변해서도 안 되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