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과 ‘갈등’, ‘헤어짐’과 ‘재회’의 과정을 남녀의 시각으로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사랑에 빠진 남녀의 만남과 갈등, 헤어짐과 재회 등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남자와 여자의 시각으로 나누어 흥미롭게 펼쳐낸다. 공연은 회사원 커플과 대학생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번갈아가면서 펼쳐진다.

두 커플의 사랑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여자 주인공 선애는 자신의 이상형과 전혀 다른 남자를 짝사랑한다. 선애는 패션 감각이 없고, 커피를 숭늉처럼 마시는 까만 뿔테 안경남인 직장동료 영훈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대학생 영민은 같은 대학을 다니는 지원을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보고 첫눈에 반한다. 영민은 버스에 떨어뜨린 지원의 지갑을 돌려주는 것을 핑계로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작품은 보통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연애의 모습을 소소하고 세밀하게 그린다. 짝사랑 일기 쓰기, 예뻐 보이고 싶어 애를 쓰다 매번 약속시각에 늦는 여주인공의 모습, 손수 뜬 목도리를 선물하려다 실패하는 장면들은 주변의 연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연극에서 인상 깊은 기법이 있다면 바로 ‘삐’하는 버저 소리다. 이 소리가 중간에 나면 다른 배우들은 모든 동작을 멈추고 한 캐릭터가 나와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남녀주인공들이 똑같은 상황을 각각 다르게 서술하는 모습이 묘미다.

- 연애하고 싶다면? ‘공감’하라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풋풋한 대학생 커플과 결혼을 앞둔 커플의 사랑을 통해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사랑의 경험이 있다. 이 작품은 결혼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한 적이 있는 미혼 남녀, 헤어짐의 아픔을 겪은 적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또한,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연애하고 있는 모습은 솔로들에게 자연스럽게 사랑의 욕구를 불러온다.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의 모습에 공감하며 울고 웃다 보면, 마음속 깊숙하게 숨겨왔던 사랑의 감각이 찾아온다.

-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랑하라

물질은 풍요하지만, 마음은 각박한 요즘 시대에는 진정한 사랑을 하기가 어렵다. 솔로들이 애인을 찾기 힘든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주인공들의 사랑을 담았다. 작품은 선애와 영훈의 연애의 달콤한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연애’에서 ‘결혼’으로 발전해가는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주인공들은 결혼이라는 현실의 벽을 쉽사리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은 ‘연애는 괜찮지만, 결혼은 부담스럽다’는 많은 미혼 남성들의 실체를 그린다. 사랑하기 힘든 세상 속에서 진짜 사랑을 찾는 선애와 영훈의 모습은 관객을 찡하게 한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