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당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회사원 커플과 대학생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번갈아가면서 풀어낸다. 드라마나 영화의 멋있는 한 장면처럼 보이는 사랑 이야기 속에는 때로는 민망하고, 부끄러워 감춘 말들이 있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사랑의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코믹함을 관객 앞에 낱낱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와 그녀의 은밀한 속사정, 관객에게 울려 퍼지다”

‘삐’하는 버저 소리와 함께 그와 그녀의 진심이 울리기 시작한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커플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방백’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연애 초반, 연인들은 서로의 진짜 모습을 ‘내숭’으로 포장하며 자아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작품은 사랑의 시작과 만남의 초반부에서는 ‘방백’의 기법을 자주 활용한다. 연인들은 상대방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이는 주인공들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 관객들이 캐릭터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얌전하고 조신해 보이는 선애는 사실 과격하고 성급한 여자다. 선애는 첫 데이트에서 영훈이 건네주는 ‘쌈밥’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는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관객에게 열변을 토하며 말한다.

영민은 지원의 달콤한 샴푸냄새에 끌린다. 매일 아침 지원의 샴푸 냄새를 맡는 건 영민의 행복한 일과 중 하나다. 그런데 지원은 관객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며칠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아 향수를 뿌렸음을 고백한다. 연인 앞에서는 얌전하고 사랑스러웠던 주인공들이 솔직한 속사정을 관객에게 털어놓으며 이중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보통의 연애’ 공감이 가게 만들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현실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낸다. 복학생 선배가 등장하며 오해를 빚는 상황, 결혼 적령기를 맞은 커플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주된 갈등을 이룬다.

대단하고 거창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보통의 연애’이야기는 관객이 공감할 요소가 많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변화하는 모습, 프러포즈를 받고 싶은 여자와 이를 회피하는 남자의 모습은 이들의 이야기가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음을 드러낸다.

보통의 연애 이야기를 잘못 풀어나가면 관객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코미디 요소를 적극 활용해 재미와 공감의 요소를 잘 살려냈다. 멀티맨은 레스토랑 직원, 영민의 친구, 음식점 할머니, 선애의 친구, 영훈의 회사 상사까지 다양하게 변신해 웃음을 제공한다.

거기에 더해진 만화적 기법들은 연극 ‘그남자 그여자’ 만의 매력과 볼거리를 더한다. 대학생 커플과 직장인 커플은 ‘누가 더 닭살스러운지’ 대결을 벌이는 시합을 벌인다. 여자친구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고도 좋아하는 남자, 남자친구에게 애교를 넘어선 추태를 보이는 여자의 모습은 코믹 그 자체다. 

드라마와 현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다

처음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사람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하고 세상을 다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사랑은 현실이다. 진짜 사랑은 낭만을 뛰어넘어 오물을 뒤집어쓴 상대방의 모습도 기꺼이 안아줄 수 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바라보고 지킬 수 있어야 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네 남녀의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라도 그대로 믿어주고, 상황보다는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의 중요성을 조심스레 담아낸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