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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디테일,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보따리
공연만족도   배우만족도   공연장만족도 2017.04.21 muduc** 조회수: 157 추천수: 0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훌륭한 디테일,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보따리-



10년 만에 다시 무대로



국어의 용법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때 ‘~같아요.’ 와 같이 추측성으로 표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차례씩 스쳤다가 사라지고, 뒤바뀌기도 하는 우리의 감정을 명징하게 한 단어로 축약하여 표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렇듯 한 단어로 우리의 감정을 적어내는 일은 순간순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감정의 측면을 배제하기 십상이라 꽤나 위험하기까지 하다. 언어라는 도구는 단순히 사물을 지칭하는 것 이외에 감정의 층위로 그 기능이 넘어올 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측면에서 감정을 바라본다면, “오히려 우리가 평상시 느끼는 감정들을 추측 형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합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휴식의 시간을 갖게 된 한 사람이 느낄 행복감과, 선천적 색맹으로 태어난 사람이 색맹 교정 안경을 통해 난생 처음으로 이 세상의 색깔을 본 후 느낄 행복감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두 사람의 행복을 그저 ‘행복하다.’라는 단어로 동일하게 적어낸다면 두 사람의 행복의 차이는 무색해져버리고 만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은 오히려 잘못된 표현임에도 자신의 감정을 추측성으로 표현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또한 추측성으로 표현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한국인의 언어습관이 있는데, 이는 바로 여러 감정을 혼재된 형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시원섭섭하다거나 걱정 반 기대 반 등의 표현이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관객들 곁으로 돌아온 작품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품는 감정도 대게 이러한 양상을 띤다. 초연 이후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재연 소식이 개막 전부터 뮤지컬 애호가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며, 많은 이들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를 <미스터 마우스>에 대해 설렘 반, 기대 반의 감정을 키워왔다.



빛나는 수록 곡, 배우 김성철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귀환에 관객들이 기대 반, 설렘 반의 감정을 느꼈다면, 설렘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반길 변화된 프로덕션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초연을 보지 못했던 관객이라면 <미스터 마우스>의 재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설렘의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다면 기대의 축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마도 기대감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배우 홍광호가 ‘인후’역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미 관객들의 기대가 홍광호에 쏠려있음은 선 예매 당시 그가 출현하는 회차의 표가 순식간에 동이 나며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오페라의 유령> 등 남자 배우라면 모두가 소망하는 꿈의 배역을 섭렵하고, 최근 영국 웨스트엔드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며 25주년 <미스사이공>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홍광호 배우에게, 많은 기대가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를 음반으로 치자면, 홍광호 배우가 점하고 있는 위치는 이미 싱글로 발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타이틀곡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음반을 통째로 듣다 보면 타이틀곡만큼, 혹은 타이틀곡보다 더 좋은 수록곡을 발견하곤 하는데, 그때의 기쁨은 다른 기쁨들과 맞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크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에게도 홍광호 라는 타이틀곡만큼 훌륭한 수록곡이 있으니, 그 수록곡의 이름은 바로 홍광호와 함께 ‘인후’역으로 더블캐스팅 된 배우 김성철이다.



뮤지컬계에 데뷔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신인 배우 김성철은 홍광호라는 뮤지컬계의 독보적인 스타와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그동안의 그의 출연작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진지한 태도로 작품을 고르고 또 임해 왔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어느 한 인터뷰에서 홍광호 배우와의 더블캐스팅이 오히려 부담보다는 기대의 요인이라고 말한 바 있는 김성철 배우는, 과연 이번 <미스터 마우스>에서도 ‘인후’역에 본인만의 색깔을 입혀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었다.



김성철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스위니 토드>의 ‘토비아스’ 역으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 신인상을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하였는데, 그의 차기작 <미스터 마우스>의 ‘인후’는 ‘토비아스’와 닮은 구석이 많다. ‘러빗 부인’을 돕는 것이 자신의 삶의 낙이라고 여기던 ‘토비아스’가 작품 후반부에 이르러 광기를 표출하며 사건을 반전으로 이끈 것과 같이, ‘인후’ 역시도 강박사의 실험으로 인해 바보에서 천재로 변모하는 반전의 청년이기 때문이다. ‘토비아스’역에 성실히 임했던 것이 큰 덕을 보았던 것일까? 김성철은 미세한 표정, 발음 등의 많은 디테일들을 캐릭터에 녹여내며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김성철 배우를 보며 생긴 유일한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면, 이는 홍광호 회차에 비해 공연장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더라는 것. 이 빛나는 배우를 많은 관객들이 그냥 지나칠까봐 조바심이 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뿜어내는 밝은 빛을 앞으로 더 자주 볼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다. 공연 시작 전 뮤지컬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 했던 한 관객이 막이 내리자 김성철 배우를 입이 마르도록 자신의 지인에게 칭찬하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이 예감은 필자만의 예감은 아닌 듯하다.



섬세한 디테일, 높아지는 작품의 완성도



초대받은 손님을 위해 깨끗하게 손질해놓은 이부자리나 욕실에 새롭게 마련해놓은 칫솔 등은 집 주인의 성품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출연진의 훌륭한 연기뿐만 아니라 작품 곳곳에 세심한 디테일들이 묻어나는데, 이 작품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섬세함을 갖춘 마음씨 좋은 집주인과 꼭 닮아있다. 뮤지컬 작품에서 섬세한 손길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높은 완성도는 바로 이렇듯 섬세한 디테일들에서 기인한다.



가장 먼저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부분은 무대 연출이다. 막이 오르기 전, 블록 모양으로 쌓아올려져 있는 모음, 자음 형태의 오브제는 장면 장면마다 재배치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중국집 ‘짜짜루’의 대목에서 오브제는 테이블로 그 용도가 변하고, 도서관 시퀀스에선 도서관의 벽처럼 쌓아 올려 진다. 또한 이 블록들은 단순히 소품에서만 그치지 않고 배경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데, 이 디테일이 꽤나 훌륭하다.



사진4

(자료제공 : 쇼노트)



‘인후’는 강박사의 연구 보조 ‘채연’과 전에는 미처 몰랐던 ‘가슴으로 알아가는 진실’을 깨달아 간다. 이 과정에서 ‘인후’와 ‘채연’은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는데, 이때 이 블록 모양의 오브제는 S대학교의 교문 심볼로 사용된다. 또한 도서관에선 ‘ㄷㅗㄱㅅㅓ’ 의 모양으로 배경에 놓이며 ‘독서’라는 글자를 형상화한다. 언뜻 보면 캐치하기 힘들어 쉽사리 넘어가기 쉬운 부분이지만, 이러한 디테일들은 극의 재미와 재치를 더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높이는 요소이다.



또한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에선 “관객들에게 평범한 장면이라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창작진의 고심이 엿보이는 순간들이 많다. 예를 들어, 인후가 실험용 쥐와 ‘미로에서 길 빨리 찾기’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타이즈 복장과 쥐 분장을 한 배우가 통통 튀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등퇴장 하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러한 고심의 흔적들은 많은 관객들이 작품에 애정을 품게 하기 충분하다.



특히 <미스터 마우스>의 재치는 인후와 강박사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다른 교수들에게 설명하는 대목에 이르러 정점을 찍는다. 동료 교수들을 각각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박사를 패러디한 모습으로 등장시키는 이 대목은 여타 다른 작품에서의 진부함을 탈피한 모습이다. 우유, 사과와 태블릿 PC, 구형의 손지압기 등 (‘Confrontation'' 때 하이드의 괴상한 손동작이 손지압기 때문이었다니!) 재치 있는 설정은 덤이다.



과유불급, 넘쳐나는 이야기



그러나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훌륭한 출연진과 섬세한 디테일들에도 불구하고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아쉬운 지점이 있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가 작품을 통해 묻고자 했던 질문은 바로 ‘행복의 조건’ 이다. 이 문제의식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며, 질문에 대한 답 역시도 쉽게 도출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인간의 실존적 조건을 규정하는 행복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심도 깊은 성찰을 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각도에서 문제의식을 조명하여 관객들의 보다 깊은 성찰을 끌어내려고 했는지, 혹은 관객들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서 길을 잃을까 하는 염려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스터 마우스>는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들을 작품의 주제의식과 연결시키려한다. 시대든 인간이든 모두 다면차를 가지고 있다. 여러 면을 바라보는 것은 어떠한 질문의 답을 도출하기 위해서 꽤나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미스터 마우스>가 노출한 아쉬운 지점은 단순히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냈다는 점이 아닌, 많은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작품의 주제의식으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마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구입하기 전 여러 가지 맛을 맛보느라, 정작 아이스크림을 구입하기도 전에 가게 문이 닫히고 마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다. 물론 시식 때 맛 본 여러 가지의 아이스크림들은 맛이 좋았지만, 정작 사려고 했던 아이스크림을 구입하지 못한 아쉬움은 꽤나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미스터 마우스>의 장면 장면은 소모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져, 장면간의 이음새가 마치 실력이 좋지 못한 편집자가 여러 영상 클립을 투박하게 붙여놓은 듯하다. ‘강 박사’와의 갈등이나 ‘채연’에게 느끼는 사랑 등은 해당 시퀀스 후에는 등장하지 않다보니, 새로운 시퀀스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 전의 장면들은 관객의 뇌리에 각인되지 못한 채로 사라진다.



<미스터 마우스>는 여러 이야기를 산만하게 전개하는 대신, 차라리 ‘인후’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동생을 잃고 말았던 유년기의 트라우마에 초점을 맞추어 서사를 촘촘히 짜는 편이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 포스터에 ‘인후’가 소년의 형상으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창작진 스스로도 ‘인후’의 트라우마가 작품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더 크다.



넘버의 사용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앙상블들이 소화하는 넘버는 영리하게 리프라이즈 되어 관객들에게 선율을 각인시키지만, 그 밖의 다른 넘버들은 장면장면 소모적으로 사용되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넘버가 부재한 상태에 놓여있다.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들이 투박하게 연결되는 문제는 서사가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문제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미스터 마우스>는 캐릭터와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추운 겨울 날 얻어 타는 지인의 자동차가 예열되지 않은 상태라면, 차가운 시트의 감촉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은 멋진 자동차의 실내를 구경할 여유와 지인에 대한 감사한 마음보다 앞서는 법이다.



<미스터 마우스>의 서사 전개는 때로 작위적인 느낌을 자아내기까지 하는데, 특히나 ‘인후’가 자신의 아버지와 재회하는 이발소 시퀀스가 그러하다. 또한 이 이발소 시퀀스에선 ‘인후’ 어머니의 모습이 일종의 회상의 형태로 등장하며 넘버를 소화하는데, 굳이 이 대목에서 어머니의 과거 모습이 등장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엄마’ 역이 순간 오버랩 되었지만, 작품 전체를 통해 ‘엄마’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해놓았던 <빌리 엘리어트>와 <미스터 마우스>가 ‘엄마’의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의 깊이는 사뭇 다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훌륭한 작품에 항상 완벽이라는 덕목이 따라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어쩌면 해피엔딩> 역시도, 버려진 로봇들이 따로 살아가는 아파트가 있다는 설정 등 자세히 곱씹어 보면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훌륭한 넘버, 예쁜 무대 등 많은 장점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들을 용인하게 하는 매력을 지졌다. 결이 다른 두 이야기를 다소 투박하게 묶어 낸 것 역시도 작품의 매력이 이를 무난히 커버한다.



반면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다른 작품에 뒤지지 않는 매력으로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투박하고 산만한 전개라는 큰 단점으로 인하여 작품의 사랑스러운 부분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미스터 마우스>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경우와는 달리, 보호자의 소재가 불문명한 상황에서 ‘인후’를 두뇌개발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설정마저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없었던 부분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많이 있었던 이야기를 줄이는 것이 훨씬 더 쉬운 편이라는 것이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가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까닭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다른 리뷰기사는 아트엠콘서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artmconcert.com/


 
미스터마우스
2017.03.09 ~ 2017.05.14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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