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유서를 써본적이 있으신가요? 유서를 써보라!는 말은 비단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열가지 방법 같은 책에만 써있는 말은 아닙니다. 인생이 덧없고, 내 인생이 한없이 초라해질 때 혹은 반대로 복잡하고 무겁게 느껴질때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유서를 써보라고.
유서를 쓴다는 건 다시 말해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는 것이겠죠. 죽음과 인생에 관한 진지한 고찰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을 다시 바라보도록 해줍니다.

삼순이 김선아가 살 쪽빼고 시티홀로 안방극장 컴백한 후 2년 공백기 끝에 더 살 쪽빼고 나온 반가운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는 로맨스 드라마를 가장한 아우라에 죽음과 인생에 관한 진지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여인의 향기의 주인공 연재는 10년 넘게 라인투어에서 성실하게 일한 고졸 말단 여사원입니다. 술만 마시면 은근슬쩍 어깨동무와 허리에 손을 쳐감는 성질 드러운 부장 밑에서 드럽고 치사하지만 억척스럽게 버티며, 사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참으며 살다보니 어느새 서른 중반이 되버린 그저그런 노처녀죠.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6개월 시한부라는 청천벽력 같은 암선고가 떨어집니다. 죽음을 앞둔 그녀가 남은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가장 하고 싶은건 찐한 로맨스!

여인의 향기는 요즘 드라마의 공식처럼 등장하는 재벌2세와 노처녀, 여기에 그녀를 또! 사랑하는 전문직(특히 의사) 남자의 삼각구도(최고의 사랑, 보스를 지켜라 등이 모두 그렇지요)를 답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로맨스에 영락없이 빠져듭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역후 더 깊어진 눈빛으로 여심을 뒤흔드는 마성의 이동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솔직히 좀 그래요. 재벌2세 본부장이 '어 내가 왜이러지. 처음 느껴본 생소한 감정이야' 하며 별볼일 없는 처녀에게 뻑가는 설정은 우린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시한부를 사는 연재는 전혀 뻔하지 않습니다. 끝을 알게 된 이후, 점점 더 본연의 자아를 찾아갑니다. "저 남자 오늘 내가 꼬실거야"라며 감정을 숨기지 않고, 본부장의 약혼녀가 주는 돈봉투를 넙죽 받는 등 원하는 것,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집니다.

사실 여인의 향기를 보다보면 여러가지 영화들의 장면이 떠오르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알파치노 주연의 영화 '여인의 향기'는 대놓고 제목을 가져다 쓰기도 했고, 영화 속 장님 알파치노의 탱고 댄스씬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이쯤되면 영화 여인의 향기는 오마쥬 정도로 봐야 할듯하네요) 람세스란 닉네임으로 밤에는 가발 쓰고 탱고를 가르치는 수준급 댄서 윤봉길 과장은 일본영화 샐위댄스를 떠올립니다. 영화 속 패러디와 차용은 오히려 여인의 향기에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이 애틋한 로맨스에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는건 드라마 OST의 역할입니다. 여인의 향기 속 음악은 배경음악을 넘어 드라마 스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캐릭터의 감정을 대변하며 극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김준수가 부른 'You are so beautiful'은 연재의 테마. '사랑한다 사랑한다'를 외치는 김준수의 음색이 절절한 안타까움을 전해주는 이 노래는 방송후 포털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노래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직접 출연하여 뮤지컬 무대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을 공중파에서 처음 보여주기도 했죠. 여기에 빅마마 이영현의 '화답', JK김동욱의 '버킷리스트' 등 노래 잘부르는 보컬리스트들이 대거 참여했고, 아이돌 그룹 엠블랙과 로티플스카이 등이 참여해 다양한 감성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무대를 드라마 밖에서 곧 볼 수 있습니다. 오는 9월1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김준수, 엠블랙, JK김동욱, 이영현 그리고 김선아, 이동욱 드라마의 두주인공까지 출연하는 여인의 향기 콘서트가 펼쳐집니다. 한창 드라마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방영중인 드라마 콘서트는 처음이네요. 이 콘서트의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된다고 합니다.

오늘 밤 유서와 함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린 이 복잡한 인생을 좀 더 가볍고 좀 더 단순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