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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드담 드 파리>의 알파와 오메가, 맷 로랑 & 리샤르 샤레스트

작성일2014.12.15 조회수1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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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내한한 맷 로랑과 리샤르 샤레스트는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다. 두 사람은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초연 이듬해인 1999년부터 이 작품과 인연을 맺고 13년간 수백 번의 무대에 올랐다. 게다가 한 사람은 이야기의 화자로서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s)’를 부르며 공연의 서막을 열고, 또 한 사람은 콰지모도의 처절한 아픔을 표현하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Danse mon Esmeralda)’로 공연의 끝을 맺으니, 그야말로 이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인 셈이다.

두 사람은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이들은 2005년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던 첫 내한공연의 중심에 있었고, 원래 페뷔스로 활약했던 리샤르 샤레스트는 이때 처음으로 음유시인 그랭구아르 역을 맡아 잊을 수 없는 무대를 펼쳤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온 이들은 이제 “한국에 집이라도 사야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그 익숙함과는 별개로, “더 새롭고 나은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며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Q 한국 방문이 벌써 여러 차례다. 한국에 올 때마다 들르는 단골집이나 찾는 음식이 있나.
맷 로랑(이하 맷): 이태원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이 다 좋다. 특히 거기 브라질 음식을 하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자주 간다. 또 불고기나 갈비 같은 한국 음식도 좋아해서 많이 먹는다.
리샤르 샤레스트(이하 리샤르):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 음식도 많이 먹고, 이태원에 브라질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맛있는 곳이 있어서 그곳도 자주 간다.
맷: 서울에는 멋진 기타샵도 많다.
리샤르: 맞다. 크고 오래된 악기상가가 많더라. 한국에 올 때마다 거기 가서 기타나 우크렐레 같은 악기를 사곤 한다.

Q 이제까지 한국에서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맷: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리샤르와 함께 유명한 TV쇼(MBC <김동률의 포유>)에 출연했을 때다. 그 프로그램에서 한국노래를 불렀는데, 관객들이 작은 조명을 들고 흔들어줬던 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서 다음날 카페에 갔는데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소리지르면서 반겨줬다.

Q 그 때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불렀더라. 노래는 어떻게 골랐나.
리샤르: TV에 출연하려고 이동하던 중에 차 안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이 노래가 좋겠다 싶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했다. 가끔 그렇게 소리만 외워서 노래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어떤 소리들은 꼭 프랑스 단어와 발음이 비슷한데 뜻은 완전히 다르거든. 앞으로 한국에 있는 동안에 또 TV에 나가서 부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정말 좋은 노래였다.

맷: 한국어를 모르니까 소리에 집중해서 외웠다. ‘어첨 우린 복자판 인연에 서로 엉켜 있는 사라민가 봐~.’(웃음) 원곡을 그대로 부른 게 아니라 둘이서 화음을 만들어서 불렀다. 우리만의 버전이 있으니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샤르: 2005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기억난다. 그때 30회 정도 공연을 했는데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나오니까 사람들이 다 기다리고 있다가 배웅해주더라.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맷: 그리고 나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관객들이 또 버스를 둘러싸고 인사를 해줬다. 그때 만난 한국의 한 팬도 기억에 남는다. 영어를 못하는 분이었는데, 영어를 잘 하는 친구를 데려와서 ‘공연이 너무 좋아서 울었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주더라.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었다.

리샤르: 2005년은 내가 그랭구아르로 처음 무대에 선 해이기도 하다. 그 전까지 페뷔스 역을 하다 한국공연에서 처음 그랭구아르를 연기했기 때문에, 당시의 기억이 정말 생생하다. 처음 한국공연에 온 것이 거의 10년 전이니까, 팬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느낌도 있고 좋다. 한국 관객들은 공연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서 늘 놀랍다. 요즘은 SNS로도 한국 팬들과 많이 소통하고 있다.

맷: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는데, 한국 팬들이 글을 굉장히 많이 남긴다. 싱가폴이나 대만, 일본 관객들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보기도 하고, 서로 만나서 친해지기도 한다. 이제는 한국에 하도 많이 와서 여기 친구도 많고, 조만간 한국에 집이라도 사야 할 것 같다(웃음).


Q 맷은 콰지모도로 900번 이상 무대에 올랐다. 처음 연기했던 콰지모도와 지금의 콰지모도가 여러 면에서 달라졌을 것 같은데.
맷: 당연히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웃음). 100회 정도까지는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살피며 캐릭터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특히 콰지모도에게는 그만의 디테일한 표정이나 손가락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콰지모도를 표현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공연을 할 때마다 더 잘 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한다. 아마 이번 투어 때도 새롭게 발견하고 나아지는 점이 있을 것이다.

리샤르: 맷이 말했던 것처럼 어떤 캐릭터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 어떤 배역을 맡으면 먼저 원작 소설을 읽고 그 캐릭터를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 그 다음엔 목소리를 내어 그 캐릭터의 대사를 말해보고, 그 다음엔 신체적인 표현을 연습하는 거다. 그러면서 세세한 표현들을 하나하나 입혀가야 하고, 그 다음에는 매일매일의 공연에서 일정한 톤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

맷: 가장 어려운 것 중 한 가지는 그 모든 요소들을 캐릭터에 넣어 표현하는 동시에 연출가가 원하는 방향에 맞추는 것이다. 가끔은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연출가는 좀 더 큰 비젼을 갖고 다른 방향을 제시할 때도 있다. 그러면 연기하기에 좀 불편해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관객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좋은 연기가 있는 것 같다.

리샤르: 그리고 새로운 배우들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호흡을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에스메랄다 역에 스테파니 베다라는 캐나다 출신의 배우가 새로 합류했는데,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호흡을 맞춰가는 작업도 굉장히 흥미롭다.


Q 콰지모도를 연기할 때 소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몰입한다고.
맷: 맞다. 콰지모도의 노래를 부를 때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서 감정이입을 하곤 한다. 어렸을 때 나는 그렇게 인기 있는 소년은 아니었다. 아웃사이더기도 했고. 그래서 특히 ‘불공평한 이 세상(Dieu que le monde est injuiste)’을 부를 때 열 세 살 무렵 큰 상처를 받은 일을 떠올리면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다.

Q 콰지모도를 연기하는 것이 당시의 상처를 치유하는데도 도움이 됐나.
맷: 그런 것 같지는 않다(웃음). 그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 때 나는 무척 예민했고, 어떤 일로 큰 상처를 받아서 일주일 내내 울었다. 그 일로 트라우마가 남아서, 공연하며 약간의 치유는 받을 수 있어도 그 기억이 다 사라지지는 않더라. 어쨌든 상처는 남는 거니까. 지금은 연기를 하기 위해 그 기억을 활용하고, 그 기억과 함께 존재하는 거다. 어쩌면 그게 바로 치유일지도 모르겠다.

Q 콰지모도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받는 인물인데, 그가 에스메랄다를 그렇게 지순하게 사랑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맷:
콰지모도는 자라나면서 단 한번도 노트르담 성당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으니, 본능적으로 강렬한 사랑에 빠진 것이다. 누구나 맨 처음 사랑에 빠지면 저항할 수 없이 그 감정에 마구 빠져들지 않나. 내가 콰지모도를 연기하며 나의 열 세 살 무렵을 떠올리는 것도 그래서다. 나도 그런 사랑을 해봤으니까. 콰지모도는 자신이 에스메랄다와 같이 살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리샤르: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는 둘 다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Q 리샤르는 페뷔스 역을 하다가 2005년 내한공연에서 처음 그랭구아르로 연기했을 때 소감이 어땠나.
리샤르:
처음 그랭구아르를 연기한 순간은 정말 특별했다. 나는 이미 페뷔스로 400번 이상 <노트르담 드 파리> 무대에 섰으니까 그 때의 나는 굉장히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배우인 동시에 신인배우였던 셈이다. 수년간 무대 위에서 다른 배우들이 그랭구아르를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거야’ 혹은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랭구아르를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새로우면서도 편안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아름답다(Belle)’인데, 그 노래를 직접 부르지 않고 다른 배우들이 부르는 것을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랭구아르는 한 발은 무대 위에, 또 다른 발은 객석에 올려놓고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객들에게 안내하는 인물이다. 그 점이 무척 흥미롭고, 첫 장면을 이끄는 인물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크다.

맷: 리샤르가 첫 장면을 책임진다면, 나는 맨 마지막 장면을 책임져야 한다. 리샤르와 내가 각각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게 참 재미있다. 우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오랫동안 함께 해왔고, 배우나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오랫동안 깊은 우정을 쌓아온 친구다. 리샤르가 결혼할 때 내가 들러리를 섰을 정도다. 공연을 할 때마다 그가 시작을 잘 이끌어줘서 고맙고, 다른 배우들 역시 너무 잘 해주고 있다.

Q 그랭구아르는 단지 전달자일 뿐, 에스메랄다나 콰지모도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인가.
리샤르: 그랭구아르는 그저 극중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콰지모도나 에스메랄다에게 어떤 감정을 느낄 권리는 없다. 내가 처음 원작소설을 읽었을 때는 그랭구아르가 무척 재미있는 캐릭터로 다가왔는데, 뮤지컬을 봤을 때는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그랭구아르를 맡게 됐을 때 그 역할에 좀 더 위트와 재미를 가미하고 싶었다.

Q 예전 공연에서는 짧은 머리로 그랭구아르를 연기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헤어스타일을 보여줄 예정인가.
리샤르: 이번엔 긴 헤어스타일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가발을 가져왔다. 그랭구아르는 지적이면서도 로맨틱한 인물이기 때문에 연출가가 그렇게 결정했다. 긴 머리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아직 조금 어색하다(웃음). 가발을 쓰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 적응을 해야 한다.


Q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올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았다. 이 작품이 이렇게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리샤르: 많은 것들이 있다. 일단 이 공연에서 배우는 노래와 연기만 하고, 댄서들은 춤만 춘다. 그만큼 노래와 춤의 난이도가 높고, 음악도 워낙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좋다. 무대가 높고 넓게 트여 있어서 그것들을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가 있고. 또 아시아 사람들이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작품에는 그런 것들이 다 들어있지 않나.

맷: 프랑스어가 갖고 있는 로맨틱한 감성도 아름답고, 이야기 자체가 매우 감동적이다. 음악은 물론이고.

Q 이번엔 영어가 아닌 불어로 노래를 한다. 노래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나.
맷: 영어로 공연을 하다가 불어로 하는 것은 공연 자체를 새로 배우는 것과 같다. 영어와 불어가 어순이나 단어가 다 다르다 보니 뜻은 같더라도 아예 새로운 소리를 내야 하니까.

리샤르: 뉴욕이나 런던에서와는 다르게 파리에서만 느껴지는 어떤 정서나 매력이 있지 않나.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불어로 불렀을 때만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창작자들이 이 노래를 만들었을 때 불어로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가사를 썼기 때문에, 불어로 불렀을 때 그들이 처음 표현하고자 했던 열정과 감동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영어와 불어를 둘 다 쓰는데, 영어로 부를 때는 아무래도 그 느낌을 전부 다 표현하기 힘들다. 영어를 쓸 때는 내가 원작에 담긴 감동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몰라서 좀 긴장하기도 하고. 또 이야기 자체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지명 같은 것을 원어로 말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색하지 않고 편하다.

Q 이번 공연 안무팀에는 한국 배우들도 있다고.
맷: <노트르담 드 파리>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가 공연 안에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타이거(이재범) 등 한국 댄서들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무척 기뻤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보니 서로 다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다.
리샤르: 그들이 전하는 색다른 에너지 때문에 공연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다.


Q 둘 다 오랫동안 <노트르담 드 파리>와 인연을 맺어왔다. 이 작품이 두 사람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맷: 누군가를 볼 때 그의 내면을 보지 않고 외면에서 나오는 아름다움만 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리샤르: 콰지모도 외에도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에게는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페뷔스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선뜻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갈등하는 인물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 이 작품의 모든 인물이 우리가 공감할 만한 요소와 깊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그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Q 맷은 비행기 조종이나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리샤르는 작가로도 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맷: 파일럿 면허를 따기 위해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레슨을 마칠 때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책도 여전히 쓰고 있는 중이다. 뮤지션으로서의 내 경험과 내가 이제까지 만나온 뮤지션들에 대한 기억을 담은 책인데, 열 세 살 때부터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리샤르: 나는 프랑스 연극을 몇 편 썼고, 뮤지컬도 썼다. 앞으로도 창작활동을 계속 하고 싶고, 나중에 한국에서도 내가 쓴 작품이 공연되면 좋겠다. 지금 쓰는 건 제목이 <랭보>인데, 랭보의 삶과 사랑, 비극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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