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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의 뉴욕 에세이] 제1편 - 뉴욕 소네트

작성일2019.05.30 조회수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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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ustav Mahler,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말러,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다)
타인이 ‘세상을 믿지 못하겠다’ 함을 이해 할 수 있는 건 내가 세상을 믿지 못함이요, 타인이 누군가를 사랑함을 눈치 챌 수 있는 건 내가 그 타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건 이 둘과 모두 친밀하기 때문이며 세상의 부도덕함을 지적할 수 있는 건 부도덕함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2. Franz Schubert, 4 Impromptu, op.90 no.3 (슈베르트 즉흥곡)
행복해지고 싶다는 의지
너를 갖고 싶다는 의지
단순해지고 싶다는 의지
마음먹은 대로 해낼 수 있다는 의지
이 모든 것은
버려야 생겨지는 의지

3. Giacomo Puccini, Humming chorus from opera ‘Madama Butterfly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中 허밍코러스)
누군가가 무척 그리울 때 편지를 적어요
전화하지 않아도 찾아가지 않아도
그 사람 이름을 손으로 적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거든요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고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큰 아픔이며 기쁨인지...
오늘도 그 누군가를 떠올리며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보내지 않을 편지를 적으며, 기열
 



4. Edvard Grieg, Solveig’s song (그리그, 솔베이그의 노래)
당신의 잊지 못할 사랑이 나이길 빌어본다.
사랑의 빈틈 속에 내 향기를 느끼고
시간의 흐름 속에 내 빈자릴 찾으며
당신의 두려움 속에 내가 여전히 숨 쉬어 살아있기를.

이제 비록 멀리에 있지만

당신의 행복을 변치 않고 기도한다.

5. Fryderyk Franciszek Chopin Nocturne no.20 in c sharp minor(쇼팽, 녹턴 20번)
내려놓으려 해도 쌓아지고
걸어가려 해도 뛰어지며
웃으려 해도 눈물이 흐른다
고개를 들어도 땅이 보이고
꽃 향기를 맡아도 한숨이 나오며
혼자 있어도 귀 끝이 소란하다.
서른아홉 사춘기.
 



6. Georges Bizet, Flower song from opera ‘Carmen’ (비제, 오페라 카르멘 中 내게 던진 이 꽃은)
평온한 휴식 전에 고단한 여정이 있고
사랑의 완성 전에 험난한 이별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결실을 얻게 되니
고통을 용서한 끝에 영원한 기쁨을 만끽하리다.

그것이 비록 우리로서 완성되지 않는다 하여도.
 



7. Gustav Mahler symphony no.5-4. Adagietto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첫’
첫사랑의 ‘첫’은 내게는 다른 ‘첫’
가장 큰.
가장 깊은.
가장 아픈.
가장 먼.
가장 슬픈.
가장 아름다운.
가장 그리운.
가장 잊혀지지 않는.
가장 잊고 싶지 않은.
가장 진한.
그러나 내 것 아닌. 이라는 뜻

8. Eric Satie, 3 Gymnopedies no.1 (사티, 짐노페디 1번)
나 혼자 쓰고 읽는 일기에도 적을 수 없는, 도저히 적기 싫은 감정이 존재한다. 지워지지 않고 흔적조차 남기기 싫은 그런 감정. 칼로 베이는 상처를 내 눈으로 지켜보며 끝끝내 적어내는 순간의 고통이란. 나날을 거슬러 문득 읽게 되었을 때, 그날의 감정이 성장시킨 나만이 존재하길 간절히 기도하네. 지금 이 글은, 매스꺼운 오늘을 덮기 위한 변명같은 마무리.
 



9. Claude Debussy, Beau Soir (드뷔시, 아름다운 저녁)
이 저녁을 누가 저녁이라 이름 지어 마무리라 의미하였는가. 주홍빛 저녁 앞에 고개를 떨구며 사과를 건넨다. 나 오늘 너를 저녁이라 부르나 시작이라 의미하리. 일을 마치고 웃음으로 귀가하는 이들에게 출근이라 이름하고 하루를 아쉽게 이별하는 연인에게 만남이라 부를 테며 내일을 기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시작이라 명령하리.

10. Giacomo Puccini, Vissi d’arte, vissi d’amore from opera ‘Tosca’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中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테너와 바리톤 같은 나눔은 왜 생겼을까. 석사냐 박사냐의 높이는 왜 생겼을까. 이것이 좋은 발성이라는 기준은 왜 생겼을까. 노래, 사랑, 그저 바람과 별이 되어 언제나 너의 곁에 존재하길 바랄 뿐.
 



[카이의 뉴욕 에세이] 제2편 - 비행기 속 열 개의 단상 보기
[카이의 뉴욕 에세이] 제3편 - 맨하튼에서 당신을 생각하다 보기


글: 카이 
사진: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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