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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 브로드웨이 트렌드와 전망: 브로드웨이의 지각변동은 현재진행형...ing

작성일2019.09.02 조회수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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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랑루즈(Moulin Rouge!)' 공연 모습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토니 어워드를 기준으로 한 해 시즌이 나뉘는 브로드웨이는 이제 막 2019-2020 시즌이 시작되었다. 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물랑루즈(Moulin Rouge!)' 가 지난 7월 25일 개막한 데 이어 이번 시즌 브로드웨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울 새로운 작품들과 리바이벌 뮤지컬을 먼저 만나본다.
  

젊어지는 브로드웨이
 



▲ '헤이디즈타운(Hadestown)' 공연 모습

브로드웨이의 관객은 40-50대 이상의 백인 중장년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왔다. 여전히 뉴욕 인근에 거주하는 중장년층과 관광객들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주요 관객층이지만, 최근 몇 년 간 선보인 뮤지컬들은 그 특성에 따라 관객의 선호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 크게 증가하면서 젊은 층에서 더 사랑받는 작품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공연되었거나 현재 공연 중인 작품들만 보아도 '디어 에반 한센(Dear Evan Hansen)', '민 걸즈(Mean Girls)', '비 모어 칠(Be More Chill)' 그리고 주인공들은 성인이라서 약간 성격이 다르지만 '프롬(The Prom)' 등이 모두 학교를 배경으로 10대들의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10-20대 관객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아온 작품들이다. 특히 '디어 에반 한센'은 올해 초 고등학생 배우인 앤드류 바스 펠드만(Andrew Barth Feldman)을 주인공 한센 역으로 기용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다른 특징은 여성 중심 서사의 확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크박스나 실존 인물에 바탕을 둔 작품들 중 여성 인물들의 삶을 조명한 뮤지컬들의 수가 증가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트렌드다. 한편 2016년 토니 어워드에서 11개 부문을 수상한 '해밀턴(Hamilton)'이나 2019년 8개 부문을 수상한 '헤이디즈타운(Hadestown)'과 같이 소재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더라도 작품을 풀어내는 방식이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확연하게 구분되면서 젊은 창작진들의 재기발랄하고 신선한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작품들은 중장년층부터 젊은 관객들까지 폭넓게 사랑을 받는 편이다. '해밀턴'과 '헤이디즈 타운'의 여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해밀턴'이 미국 건국의 주역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야기를 린 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 특유의 감각으로 스웨그 넘치게 풀어내었다면, '헤이디즈타운'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젊은 창작진의 패기와 열정이 고스란히 무대를 채우며 관객과의 긴밀한 호흡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리바이벌 프로덕션들도 눈길을 끈다. 특히 2019년 토니 어워드에서 최우수 리바이벌 작품상을 수상한 '오클라호마(Oklahoma!)'는 1943년 초연된 로저스 & 해머스타인 콤비의 첫 작품이자 대표적인 뮤지컬 클래식을 일부 관객들의 참여를 가미한 이머시브 시어터 형식으로 풀어내 주목받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선율 대신 7명의 뮤지션이 선보이는 단촐한 음악이나 적재적소에 영상을 활용한 연출 등 다소 관객들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76년 전 초연된 클래식 뮤지컬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한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새로운 전성기, 여성 서사의 확장
 



▲ '재기드 리들 필(Jagged Little Pill)' 공연 모습

최근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주크박스 뮤지컬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중에는 유독 여성 아티스트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은데, 특히 지난 2014년 1월 개막해 5년 이상 큰 사랑을 받아온 '뷰티풀(Beautiful)'은 싱어송라이터 캐롤 킹(Carole King)의 삶과 음악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세련되게 풀어낸 작품으로 이미 영국과 호주에서도 선보인 수작이다. 뮤지컬 가수이자 배우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 쉐어(Cher)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인 '더 쉐어 쇼(The Cher Show)'는 2018-2019 시즌 작품으로 연령대와 마주한 현실이 다른 세 명의 쉐어가 무대에 올라 그녀의 인생의 단면을 재현하는 무대로 눈길을 끌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흥행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 한 채 지난 8월 18일 막을 내렸다.
 



▲ '티나(Tina)' 공연 모습

개막을 앞두고 있는 이번 시즌 작품들에서도 여성 아티스트의 파워는 이어진다. 이미 2018년 웨스트앤드에서 선보여 주목받은 뒤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기는 '티나(Tina)'는 전설의 로큰롤 스타 티나 터너(Tina Turner)의 음악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그녀의 인생 여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웨스트앤드에서 티나 역을 맡았던 아드리안느 워랜(Adrienne Warren)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다시 한번 티나를 연기하며, 오는 11월 7일 공식 개막한다.

또한 9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 로커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히트 앨범 제목을 그대로 따온 '재기드 리들 필(Jagged Little Pill)'도 주크박스 뮤지컬의 형식을 띠며, 그녀의 음악이 중심에 놓이지만 아티스트의 일대기가 아닌 현시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 창작한 신작이다. 이미 지난해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American Repertory Theatre)에서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통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개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여성 아티스트를 조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 작품으로 전설의 R&B 그룹 템테이션의 음악을 엮어 만든 '에인트 투 프라우드(Ain’t Too Proud)'도 여전히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한편 2019-2020 시즌 첫 뮤지컬로 개막한 '물랑 루즈'는 무려 70여 곡의 히트곡을 원작 영화의 스토리에 적절하게 믹스해 화려한 쇼뮤지컬을 선보이며 순항 중이다. 특히 '물랑루즈'는 '글래디에이터', '에비에이터', '007 스카이폴' 등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존 로건(John Logan)이 뮤지컬의 대본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으며, 마치 프랑스 파리의 물랑 루즈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무대도 쇼뮤지컬을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큰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외에도 밥 딜런(Bob Dylan)의 음악을 엮어 만든 '걸 프롬 더 노스 컨트리(Girl From The North Country)'도 2020년 3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밥 딜런의 음악으로 뮤지컬이 창작된 것은 지난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더 타임즈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 이후 두 번째다.


영화 또는 실존 인물에 바탕한 작품들
 



▲ '식스(Six)' 공연 모습
 
주크박스 뮤지컬만큼이나 영화에 기반 한 작품들의 비중도 높다. 앞서 언급한 '물랑 루즈' 이외에도 올해 초 개막한 작품으로 신작군에 속하는 '비틀주스(Beetlejuice)'와 '투씨(Tootsie)'도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미디의 계보를 잇고 있다. 또한 신작은 아니지만 여전히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민 걸즈'와 '웨이트리스(Waitress)'도 원작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들이다.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대부분 실제 아티스트의 인생을 재해석하는 것과 유사하게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기반해 새로운 음악과 함께 창작한 뮤지컬들도 종종 소개되곤 하는데, 이번 시즌에 개막하는 두 편은 특히 여성 서사가 중심에 놓이는 작품들이다.

2020년 3월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다이애나(Diana)'가 개막할 예정이다. 올해 초 샌디에고의 라 호야 플레이하우스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2010년 토니 어워드에서 '멤피스(Memphis)'로 극본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조 디피에트로(Joe DiPietro)와 데이빗 브라얀(David Bryan) 콤비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눈길을 끌며, 2017년 '컴 프롬 어워이(Come From Away)' 연출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애슐리(Christopher Ashley)가 함께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또한 같은 달 영국의 왕실 이야기를 다루는 또 한 편의 뮤지컬이 개막해 더 큰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두 작품 모두 한 시대를 살다간 역사 속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작품의 결은 전혀 다르다. 헨리 8세를 거쳐간 6명의 왕비들이 헨리왕과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서로 경쟁하는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질 '식스(Six)'는 2017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소개된 이후 영국과 북미 여러 도시에서 소개된 바 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2020년 3월 12일 개막이 예정되어 있다.

한편, 2019-2020 시즌 개막이 예정된 리바이벌 작품들도 기대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실험적이면서도 탄탄한 연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보 반 호브(Ivo van Hove)가 연출을, 벨기에 출신 현대무용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Anne Teresa De Keersmaeker)가 안무를 맡아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탄생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다. 오는 12월 프리뷰를 시작해 2020년 2월 6일 개막이 예정되어 있는 이 작품은 이 두 창작진의 합류만으로도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의 오리지널 무대가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지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리바이벌 작품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Company)'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이다. 지난해 웨스트앤드에서 이미 선보였던 버전으로, 주인공인 바비 역을 여성 캐릭터로 전환하고 그 외 캐릭터의 성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주어 화제를 모았던 새로운 '컴퍼니(Company)'가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컴퍼니'는 2020년 3월 개막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04년 초연되었던 '캐롤라인 오어 체인지(Caroline, or Change)'가 15년 만에 다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도 많은 관객들을 설레게 한다. 라운드어바웃 시어터 컴퍼니(Roundabout Theatre Company)에 의해 재연되는 이 작품은 토니 쿠시너(Tony Kushner)와 제닌 테소리(Jeanine Tesori)가 창작한 작품으로 초연 당시 흥행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 했지만, 인종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2017년 런던에서 리바이벌되었던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겨 공연되며, 2020년 4월 7일 공식 개막할 예정이다.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작품들로 풍성하게 채워질 브로드웨이의 2019-2020 시즌인 만큼 과연 어떤 작품이 내년 토니 어워드의 주역이 될지 한껏 기대가 모아진다.
 
지혜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로 공연칼럼니스트이자 공연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공연예술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연세대학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저서로는 “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본 고장에 살아 있는 예술경영”이 있다.
 
사진 출처 : http://www.playbill.com/,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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