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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만 관객 만난 세계적 명작, 처음엔 망할 줄 알았다고? 공연 탐구생활 ‘캣츠’ 편

작성일2020.09.23 조회수2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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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 40년간 전세계 8천만 명의 관객을 만나온 ‘캣츠’의 내한 공연이 지난 9일 막을 올렸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이 명작을 팬데믹 시대에 선보이기 위해 제작진은 특별 제작한 ‘메이크업 마스크’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시도 속에 ‘캣츠’의 명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40주년을 맞은 ‘캣츠’를 만날 이들을 위해 이 작품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정리했다.

■ 모두가 실패를 예상했던 초연
‘캣츠’가 첫 무대에 오른 것은 1981년이다. ‘캣츠’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당시 이미 작사가 팀 라이스와 함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요셉 앤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에비타’를 성공시킨 바 있지만, 그가 신작 ‘캣츠’를 선보인다는 소식은 기대보다 우려를 낳았다. ‘캣츠’의 원작은 기승전결의 서사구조에서 벗어난 시였기 때문이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작사가 팀 라이스와 결별해야 했다.

게다가 ‘캣츠’가 초연된 뉴런던씨어터는 1970년대에 한 번도 공연을 흥행시킨 적이 없었다. 공연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제작진은 공연 전날까지도 투자자를 찾았고, 신문에 소액 투자자를 찾는 광고도 냈다. 개막 5일 전에는 여주인공이 부상을 입는 바람에 새로운 배우가 투입됐고, 이 때문에 예정보다 2주 늦어진 개막일에는 폭탄 테러 제보로 관객들이 극장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악재가 거듭되는 가운데 펼쳐진 ‘캣츠’는 단번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각양각색 고양이들의 사연을 엮은 독특한 스토리, 파격적인 안무와 아름다운 음악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나가며 ‘캣츠’는 런던에 이어 뉴욕과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뮤지컬 흥행사를 새롭게 쓴 작품이 되었다. 여주인공의 부상으로 급히 공연에 합류한 그리자벨라 역 일레인 페이지는 일약 스타가 되었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비롯해 연출가 트레버 넌, 안무가 질리언 린,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무대 디자이너 존 내피어 등은 훗날 공연계의 거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뉴런던씨어터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웨스트엔드 역사상 최장기간 공연을 해낸 공연장이 됐다.
 



■ T.S. 엘리엇과 ‘메모리’ 
뮤지컬 ‘캣츠’의 원작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T.S. 엘리엇이 쓴 우화시집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다. 엘리엇이 어린 대자녀(신앙적 후견인)들을 위해 쓴 시를 묶은 책으로, 고양이들을 의인화하여 인간사회를 풍자한 작품이다. ‘늙은 주머니쥐(Old Possum)’는 시인 에즈라 파운드가 엘리엇에게 붙여준 별명이기도 하다. 
 



▲ T.S. 엘리엇과 그가 직접 표지 그림을 그린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지침서’ 초판본(1939)

‘캣츠’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 그리자벨라는 이 시집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자벨라의 사연은 어린이들이 읽기엔 너무 슬퍼서 제외된 것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트레버 넌은 공연 대본을 쓰던 중 엘리엇의 미망인으로부터 미발표시 ‘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를 받고 이 캐릭터를 뮤지컬에 넣었다. 그리자벨라의 넘버 ‘메모리(Memory)’ 역시 엘리엇의 또다른 시를 각색한 곡으로, ‘밤의 랩소디(Rhapsody on a Windy Night)’와 ‘서곡(Preludes)’이 원작이다. 엘리엇은 자신이 아끼던 청년 장 베르날이 제1차 세계대전 중 사망하자 그를 기리며 이 시를 썼는데, 인생의 덧없음과 슬픔, 희망을 노래한 두 편의 시는 ‘메모리’로 재탄생해 세계적인 명곡이 되었다.
 



▲ '메모리'를 부르는 그리자벨라

■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따온 고양이 이름?
엘리엇이 애정을 담아 지은 ‘캣츠’ 캐릭터들의 이름도 흥미롭다. 승부욕 강한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메피스토펠리스’는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서, 도둑고양이 ‘럼플티저’는 독일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 ‘룸펠슈틸츠헨’에서 착안해 지은 이름이라고. 어린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마음씨 좋은 중년 고양이 ‘젤리로럼’은 엘리엇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이며, ‘젤리클’은 ‘귀여운 고양이(Dear Little Cat)’의 줄임말이다.
 



■ 분장은 셀프?
고양이로 변신한 ‘캣츠’ 배우들의 얼굴 분장은 매우 정교한데, 놀랍게도 이 분장은 모두 배우들이 직접 한다. 이는 40년째 이어져온 ‘캣츠’만의 전통으로, 배우들이 인간에서 고양이가 되기 위해 치르는 중요한 의식이기도 하다. 분장을 다 마친 뒤에는 ‘인간’들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다.
 



▲ ‘캣츠’ 2017년 공연 분장 모습(멍커스트랩 역)  

분장은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되며, 가발 착용까지 포함하면 최대 1시간 20여분의 시간이 걸린다. 땀과 물에 강한 파운데이션으로 먼저 기초를 쌓고 그 위로 파우더와 섀도우를 사용해 고양이의 털과 수염을 표현한다. 분장이 의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목이나 귀 등에도 분장을 한다.

올해 ‘캣츠’의 분장은 지난 2017년 공연과 거의 동일하지만, 몇 가지 작은 변화가 있다. 일례로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의 경우 ‘강렬한 레드와 번개’라는 컨셉 아래 가발과 분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 점프하는 곡예 고양이 빌 베일리(2018)

■ 아찔한 공중제비…뮤지컬계 철인 3종?   
'캣츠'의 캐스팅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 춤, 일정 수준의 운동 감각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뮤지컬계의 철인 3종’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배우들은 캐릭터에 따라 공중제비나 아크로바틱, 공중그네 등의 고난이도 안무를 소화하거나 오페라 곡을 불러야 한다. 

더욱이 배우들은 이 모든 것을 인간이 아닌 '고양이'로서 해내야 한다. 이들은 연습 초기 단계에서 고양이가 어떻게 서고, 앉고, 달리고, 씻고, 먹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최대한 고양이가 되는 훈련을 한다. 고양이의 습성과 움직임을 완전히 몸에 익힌 다음 각 캐릭터의 나이, 성격, 특징에 맞춰 즉흥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조아나 암필은 연습 과정을 돌아보며 “재미있었지만, 아직 서로 낯선 첫 연습부터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고양이가 되어 연기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고 색달랐던 심경을 전했다.
 



▲ ‘메이크업 마스크’를 쓴 배우들


■ 고양이 시점으로 확대된 무대…코로나19 시대 변화는
‘캣츠’ 무대에는 인간세계의 골목 쓰레기장을 고양이의 시점에 맞춰 확대해 놓은 세트가 놓여 있다. 버려진 자동차부터 쓰레기통, 타이어, 세탁기, 자전거 등 모든 물건이 실제 크기보다 세 배 이상 크게 특별 제작된 것이다.
 

‘캣츠’ 고양이들은 원래 객석을 등퇴장 경로로 자주 이용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객석 이동이 최소화됐다. 대신 고양이들은 거대하게 구현된 쓰레기장의 자동차 본네트와 하수구 구멍 등에서 깜짝 등장하거나 사라지며, 오프닝 장면을 비롯해 극의 흐름상 불가피하게 객석을 통과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각 캐릭터의 분장을 반영해 만든 ‘메이크업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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