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폐셜테마

[Special 씨어터 2] 일본의 다양한 뮤지컬 전용극장

작성일2012.04.13 조회수12021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2000년대 한국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뮤지컬계의 화두는 전용극장이었다.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처럼 장기공연이 가능한 뮤지컬 전용극장이 있어야 산업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6년 샤롯데 극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디큐브아트센터와 블루스퀘어 극장이 문을 열면서 한국도 이제 ‘뮤지컬 전용극장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뮤지컬 전용극장의 시초 

근대화 과정 중 서양의 공연예술이 이식됐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일본은 어떨까. 우리보다 앞서 뮤지컬을 받아들인 만큼 전용극장의 건립도 빨랐다. 
일본에서 뮤지컬의 발전은 1963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전막 공연이 계기가 됐다. 이후 한국에도 잘 알려진 극단 시키(四季)가 선두주자로 나섰다. 시키를 이끄는 아사리 게이타(淺利慶太)는 1971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갈채(Applause)'의 성공 이후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 1979년 뮤지컬 ‘코러스 라인’을 계기로 전용극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당시 일본의 극장은 1달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롱런을 할 수 없었다. 또 롱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다.

이에 아사리는 1983년 ‘캣츠’를 공연하면서 아예 도쿄 당국으로부터 사유지를 빌린 뒤 가설텐트를 쳤다. 당시 ‘캣츠’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1년 넘게 공연됐다. 시키는 삿포로, 센다이, 시즈오카 등 전국 각지에 잇따라 가설텐트를 세워 수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며 기업형 대형 극단으로 도약하게 됐다.  
이후 시키의 발전은 전용극장 개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키는 도쿄의 5개를 포함해 전국에 10개가 있다. 그런데, 시키의 전용극장을 보면 독특한 특징이 있다. 바로 JR(Japan Railway) 또는 지자체 등으로부터 부지를 싸게 임대해 극장을 세우거나 상업건물 안에 장기 임대로 극장이 들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뮤지컬 시장의 70%, 시키 극장 

시키가 처음 세운 전용극장은 1993년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의 삿포로역 구내에 세운 'JR 시어터'다. 1999년 삿포로역 재개발에 따라 폐관됐지만 지방에서 뮤지컬 전용극장의 성공을 보여줬다. 일본 철도회사인 JR은 삿포로의 ‘JR 시어터’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부지를 시키에 임대해 수입을 올리는 한편 관객의 전철 이용에 따른 수익 및 주변지역 활성화라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후 JR과 시키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도쿄의 하루(春)극장, 아키(秋)극장, 지유(自由) 극장이 JR의 부지에 시키가 지은 전용극장이다. 이외에 도쿄의 나츠(夏)극장은 도쿄의 시나가와구(區)로부터, 요코하마의 캐논캣츠시어터는 요코하마시(市)로부터, 신(新)나고야뮤지컬극장은 나고야시(市)로부터, 삿포로의 홋카이도시키극장은 건축회사인 다케나카 코퍼레이션으로부터 부지를 빌려 시키가 지은 것이다. 이들 극장 가운데 요코하마의 캐논캣츠시어터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카메라로 유명한 기업 캐논이 협찬을 한 것이다.  
그런데, 전용극장 가운데 홋카이도시키극장은 지난해 오픈했지만 5년간 운영된 이후 철거될 예정이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시키는 몇 년간 전용극장을 운영하다 철거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도쿄의 캣츠시어터도 5년 동안 운영되다가 문을 닫았고, 나고야뮤지컬극장도 처음엔 가설극장으로 운영되다가 지금의 신나고야뮤지컬극장으로 바뀌었다. 시키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극장을 건설하는데 최소한의 비용만 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극장 시설이 허술하다는 뜻이 아니다. 음향이나 조명, 의자 등 극장 내부는 뮤지컬을 공연하기에 최적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외관은 대리석 등 고급 자재를 사용해 화려한 국내 극장들과 달리 굉장히 수수하다. 시키를 대표하는 도쿄 하루극장과 아키극장을 보더라도 네모난 상자 모양에 화려한 샹들리에도 없고 외벽은 철판으로 되어 있다. 이미 철거된 도쿄의 캣츠시어터와 나고야뮤지컬극장을 보더라도 외관은 바로 철거가 가능할 만큼 소박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리 게이타 대표는 “극장 외관에 돈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시키 방식으로는 일반적인 극장을 지을 때의 비용의 절반이면 충분하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기도 했다.

상업건물 안에 극장 장기 임대, 교토극장  

시키가 전용극장을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상업건물 안의 극장을 장기 임대하는 것이다. 도쿄의 우미(海)극장과 오사카시키극장은 대기업인 덴츠와 한큐의 빌딩 안에 각각 자리잡고 있다. 두 극장 모두 설계 단계부터 시키가 참여해 뮤지컬 공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덴츠와 한큐는 빌딩 안에 시키 극장을 유치함으로써 관객들이 빌딩 내에서 식사와 쇼핑을 하도록 하는 효과를 얻었다.  
또 일본 최초의 역사(驛舍) 내 극장인 교토극장은 1997년 개관 당시엔 자니스와 요시모토 흥업이 운영했지만 2001년부터 시키가 운영하고 있다. 반면 후쿠오카의 캐널시티 극장은 1996년 개관 때부터 2010년까지 시키가 전용극장으로 사용했다. 관객 점유율이 70% 이하로 떨어져 계약이 해지됐지만 지난해와 올해 5개월간 시키에 극장을 내줬다.

시키가 일본 뮤지컬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시키를 중점적으로 다뤘지만 일본엔 시키 이외에 다양한 뮤지컬 극단 및 제작사가 있다. 이 가운데 전용극장을 운영하는 곳으로 시키와 같은 극단 시스템인 다카라즈카 가극단, 와라비좌 등이 있고 제작 회사 시스템으로는 토호(東寶), 호리 프로, 우메다예술극장 등이 있다.

스타시스템 입각한 MD사업, 다카라즈카 극장 



여성들만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본거지인 효고현(縣)의 다카라즈카시(市)의 다카라즈카 대극장과 바우홀, 도쿄의 다카라즈카극장을 전용극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카라즈카 대극장과 도쿄 다카라즈카극장에선 꽃, 달, 눈, 별, 하늘 등 5개 조가 출연하는 작품이 번갈아가며 공연되고, 중극장에 해당하는 바우홀에서는 규모가 작거나 신인들이 출연하는 작품이 공연된다. 
시키를 제외하고 일본 뮤지컬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타 캐스팅을 중시한다. 그 중에서도 다카라즈카는 각 조의 남자역 톱스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타 시스템을 철저하게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카라즈카의 전용극장에는 스타를 활용한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한국과 달리 기념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다카라즈카의 팬층이 두터운 만큼 매출액도 상당하다.
이외에 다카라즈카는 모기업인 일본의 대기업 한큐한신토호 그룹이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오사카의 우메다예술극장과 후쿠오카의 하카타좌를 비롯해 나고야의 주니치 극장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공연을 가진다.

토호가 운영하는 제국극장&시어터 클리에 


일본에서 창작뮤지컬을 가장 많이 만드는 와라비좌는 본거지인 아키타현 센보쿠시(市) 타자와코 예술촌의 와라비극장과 에히메현 도온시(市)에 보짱(도련님)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뮤지컬을 만들기 때문에 청소년 대상으로 인기가 높으며 타자와코 예술촌은 호텔과 온천, 공방도 운영하기 때문에 수학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극단이 아닌 제작 회사 시스템으로는 토호(東寶)가 가장 대표적이다. 토호는 도쿄의 제국극장과 시어터 클리에를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제국극장은 일본에서 처음 지어진 서양식 극장으로 토호가 1940년 인수했다. 한때 영화관으로 사용됐으나 1966년부터 연극과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엔 연극은 거의 하지 않고 연간 5~6편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다. 대신 시어터 클리에가 규모가 작은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이외에 일본생명이 운영하는 닛세이(日生) 극장의 연간 절반 가량을 토호가 사용하고 있다. 
토호의 경우 연간 무대에 올리는 작품 편수가 30여편이나 되기 때문에 전용극장 외에 다른 극장을 대관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단순 대관보다는 다른 극장과의 공동 제작 형태가 많다. 덧붙여 토호는 연극과 뮤지컬의 제작 및 배급사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영화 제작 및 배급사, 영화관으로 더 유명하다. 또한 300여명의 배우, 감독, 작가, 프로듀서, 작곡가, 카메라맨 등이 소속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극장겸 제작사, 우메다 예술극장 

토호와 모회사가 같은 우메다예술극장은 오사카에 있는 극장 겸 제작사다. 한국에서는 서울 외에 공연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지만 일본에서는 도쿄와 함께 오사카가 한 축을 이뤄왔다. 대극장과 중극장을 가지고 있는 우메다예술극장은 토호처럼 연극과 뮤지컬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배우 매니지먼트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호리프로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연예인이 소속돼 있는 만큼 매니지먼트와 드라마 제작이 중심이지만 음반 제작 및 콘서트 주최, 연극 및 뮤지컬도 제작한다. 2006년부터 도쿄의 텐노즈 은하극장을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도큐그룹이 오는 7월 개관하는 도큐시어터오브도 뮤지컬 전용극장을 표방하고 있다. 도큐그룹은 도쿄의 중심지인 시부야에 오페라와 발레 중심의 오차드홀, 연극 전문 시어터 코쿤, 예술영화 전문인 르 시네마(2개관), 미술관, 서점 등이 있는 복합문화시설인 분카무라를 설립했다. 분카무라가 도큐시어터오브의 운영을 맡았으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한공연,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의 20주년 콘서트 등이 예정돼 있다.

뮤지컬 전용극장 사례에서 보듯 일본은 뮤지컬이 산업화돼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철도회사, 대기업 등이 극장 건립에 필요한 부지를 싸게 임대하거나 직접 짓는 등 매우 큰 역할을 해왔다. 한국에서도 지자체나 기업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지지부진한 뮤지컬 산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글/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 일부 이미지 출처 : 각 공연장 홈페이지


[ⓒ 플레이DB www.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RSS 구독
글자크기 본문 글자 크기 확대 본문 글자 크기 축소 스크랩 이전글 다음글 목록

댓글쓰기

입력
플레이DB의 모든 공연DB는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공연정보로 연동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