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재연 무대로 돌아왔다. 작품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즈’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다.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펼쳐지는 소설은 염세주의적인 변호사 ‘시드니 칼튼’이 사랑스러운 여인 ‘루시 마네뜨’를 만나 변화하고 숭고한 희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동시에 프랑스 혁명의 가운데에 놓인 사람들의 삶을 깊고 짙은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올해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원조 ‘시드니 칼튼’인 ‘제임스 바버’가 연출을 맡았다. 출연진으로는 초연에서 열연했던 류정한과 윤형렬, 임혜영, 최현주, 신영숙 등의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여기에 서범석, 백민정, 김대종 등이 새로운 캐스팅이 더해져 초연과 또 다른 감동을 전하고 있다. 아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관람한 4인의 기자가 작품을 보고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한층 더 매끄러워지고 깊어진 재연 무대

김재정(이하 김) : 초연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재연을 봤다. 과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노오란(이하 노) : 초연을 못 봤다.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는데, 그와 별개로 ‘문학적 가치’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혁명을 겪는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변화 등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매끄러운 작품이었다.

정지혜(이하 정) : 초연과 재연을 모두 봤다. 재연이 상당히 매끄러워졌다는 데 동의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들은 많다. 대부분의 작품이 방대한 원작을 줄이면서 서사에 구멍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원작을 잘 축약한 것 같다. 재연 무대는 초연에 비해 20분 정도 러닝타임이 줄어들었다. 이야기가 한층 더 탄력적이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박민희(이하 박) : 요즘 뮤지컬 시장을 보면 ‘재미’를 강조한 작품이 많다. 그 반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주제적으로 드러나는 측면이 크다.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해 담는다.

정 : ‘사랑’이라는 주제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진정성 있게 담아낸 것 같다. 원작이 갖고 있는 견고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박 : ‘루시’와 ‘다네이’의 결혼 이후, 이들 가족 간의 사랑이 많이 드러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가족의 사랑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면 희생하는 ‘시드니’의 의미가 더욱 깊어졌을 듯하다. ‘다네이’의 ‘I Always Knew’가 추가되긴 했지만, 이들 가족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좋을 것 같다.

김 : 의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이야기가 많이 길어지지 않았을까.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세련된 연출, 아쉬운 무대 소품

김 : ‘단두대’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시드니 칼튼’이 단두대에 오를 때, 주황빛 배경 위로 칼날 같은 검은 셔터가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와 무대를 암흑으로 만들지 않나. 그 장면이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표현법이었다.

정 : 그 암흑 위로 별이 떠오르면서 시드니가 죽음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참 아름다운 장면이다.

노 : 조명도 좋았다. 조도가 안정적이라 시선이 분산되지 않아 이야기에 집중도가 높았다. 연출적인 부분으로는 ‘If Dreams Came True’ 장면을 꼽고 싶다. ‘루시’와 ‘다네이’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한 곡 안에 녹여낸다. 특히, ‘루시’가 결혼식에 썼던 면사포가 아이를 싸는 포대기가 되고, 성장한 아이의 옷으로 변하는 과정이 굉장히 세련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웃는 관객이 많더라.

김 : 연출은 좋았지만 어쩐지 웃음이 나긴 했다.(웃음) 음악은 기억에 남는 곡은 많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해서 좋았다.

정 : 초연을 보고 음악이 약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재연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곱씹을 수록 좋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 이 음악이 아니었다면 서사를 탄탄하게 쌓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무대도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나무로 뼈대만 세운 무대 세트는 합쳐지고 분리되며 대부분의 장소와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점이 혁명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앙상한 느낌, 메마른 느낌, 그들의 비어버린 위태한 삶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세트 뒤로 펼쳐지는 배경도 클래식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물감으로 채색한 듯한 무대는 책 속의 삽화를 보는 듯했다.

박 : 하지만 당시 프랑스의 현실을 비극적으로 드러내는 ‘마차 사고’ 장면은 많이 아쉽다. 등장하는 말의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다.

정 : 실제처럼 보여줄 수 없는 무대의 한계는 알지만, 아쉽긴 했다. 주변 관객 중 웃는 이들이 꽤 있었다. 프랑스인들의 비극적인 현실과 이후 벌어질 ‘프랑스 혁명’을 설명해 주는 중요한 장면이라 더욱 아쉬웠다.

- 극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배우들

정 : 초연은 류정한 배우의 ‘시드니’를 봤다. ‘시드니’ 그 자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더라. 그만큼 잘 어울렸다. 재연은 윤형렬 배우로 봤다. 초연 때 류정한 배우의 ‘시드니’가 깊게 박혀 걱정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윤형렬 배우를 보며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와 조화를 잘 이뤘다는 생각이 든다.

노 : 윤형렬 배우가 대사할 때 일관된 톤으로 말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부분만 다듬어지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박 : 노래를 할 때 성량이 참 좋았다. 반면 진성과 가성 사이의 소리의 음폭이 커서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정 : 워낙 저음이라 그런 것 아닐까.(웃음) 임혜영 배우와 카이 배우는 어떻게 봤나?

김 :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렸다. 카이는 뮤지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웃음)

정 : ‘케미’(화학적 반응을 의미하는 케미스트리의 준말. 인물 사이의 강한 감정적 기류, 궁합이란 의미로 사용)라고 하지 않나.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연인 같은 풋풋함이 뚝뚝 묻어나서 좋았다. 임혜영 배우는 지난해에 비해 노래와 연기 등 모든 면에서 한층 더 안정을 찾았다. 작년에 불안하게 느껴졌던 ‘Without you’도 호흡이 안정적이어서 듣기 편했다. 카이 배우는 모든 면에서 관객에게 고른 만족도를 주는 것 같다.

박 : 지난해 임혜영 배우의 공연을 봤을 땐 ‘루시’가 감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체념한 듯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더라. 지난해 캐릭터 위주의 연기에서 벗어나 이번 재연은 조금 더 극 전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연출의 힘과 배우의 노력이 잘 어우러진 듯하다.

정 :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말하려면 ‘드파르지’ 역을 맡은 신영숙 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는 에너지를 터트리는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컨트롤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훨씬 좋았다. 적재적소에서 강약 조절을 했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다 조화를 잘 이룬 것 같다.

박 : 맞다. 올해 ‘바사드’ 역을 맡은 김대종 배우도 ‘넘치면 넘칠 수 있는 인물’을 과장되지 않게 연기했다. 묻어가는 듯하지만 묻히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러한 인물들의 조화는 배우 출신 연출가의 힘이 아닌가 한다.

좌담_박민희, 정지혜, 김재정, 노오란
정리_정지혜 기자, 사진_비오엠코리아 newsta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