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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5년 만에 돌아온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BEST 장면4

작성일2019.10.17 조회수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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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무대예술상 등 이 공연이 초연된 2013년에 무려 8개의 연극상을 휩쓴 작품이 있다. 바로 김재엽 작, 연출의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다. 한 개인의 일생이 한국 근현대사와 톱니바귀처럼 맞물려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게 하는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가 5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품의 주인공인 재일교포 2세이자 경상도 사람인 아버지 김태용의 이야기는 그의 둘째 아들인 재엽의 눈을 통해 때로는 소소한 일상이 평화롭게 그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격동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작, 연출인 김재엽의 실제 가족사이다. 김재엽 연출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일기를 꼼꼼하게 보고, 어머니와 형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에피소드와 대화들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그렸다.
 



1막은 故 김태용님의 연대기(1930년-1979년)를 다루고 2막은 형 김재진과 동생 김재엽의 연대기(1980년-2019년)로 구성된다. 재일교포이자 경상도 사람인 김태용은 언제나 경계에 서있는 사람과 같다. 폭력이 난무하고 정권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급변하는 한국사회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옳은지 고뇌한다. 아들 재엽의 눈을 통해 본 아버지는 혁명가이거나 도드라지는 인물은 아니다. 다독가인 아버지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책을 사고, 자전거를 타는 풍경은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알리바이 연대기 속 베스트 장면을 꼽아보았다.  
 



#치우치지 말고 가운데 삶을 살아라
태평양 전쟁과 한국전쟁, 군부 독재를 겪은 아버지는 큰 아들 재진에게 ‘가운데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민청학련 사건이 발생하고 아버지가 존경했던 장준하 선생이 서거했을 당시다. 재일교포 2세이자 경상도 사람, 하루아침에 정권이 바뀌고 주변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할 때, 재일교포 2세이자 경상도 사람인 아버지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스스로 경계인을 택한 그는 아들에게 말한다.

아버지 재진아, 아버지 말 한번 들어봐. 너는, 언제든지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쪽에 서야 한다. 우리나라 같이 불안한 사회에서는 그게 정말 중요해.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청년 재진 그러면 뭐가 중요한 건가요?
아버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운데 서는 거야.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제일 앞에 나서지도 말고, 제일 뒤에 처지지도 말고. 딱 중간에 서는 거지. 튀지 말라는 뜻이야. 그래야 너와 네 가족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거란다. 알았지?
청년 재진 예에. 명심하겠습니다.

 



# 동아일보만 보는 아버지, 조선일보만 보는 큰아버지
항상 동아일보만 보던 아버지와 항상 조선일보만 보던 큰아버지는 제사날 만나 ‘김대중이 빨갱이라 카더라’는 말을 시작으로 말다툼이 벌어진다. (보도연맹 사건) 하지만 아버지는 새로 구해온 엔카 테이프를 함께 듣자며 음악을 틀고 두 사람은 엔카 ‘카와노 나가레노 요우니(흐르는 강물처럼)’(한국계 엔카가수 미소라 히바리가 불렀다)를 들으면서 이내 평온한 분위기에서 작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소년 재진 아버지는 항상 동아일보를 보셨고 큰 아버지는 조선일보를 보셨다.
아버지는 그 시절에 맨날 동아일보만 봤다. 우리도 소년 동아일보만 구독해줬고. 근데 큰 아버지는 한평생 조선일보만 봤다. 달마다 월간 조선도 빼먹지 않으셨지.
재엽 근데, 조선이나 동아나 똑 같은 신문 아니에요?
소년 재진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옛날에는 아주 다른 신문이었다.

 



# 전교조가 뭐길래 선생님은 잘릴까?
재엽 고 1, 전교조 조합원 교사의 해직이 결정됐다. 전교조 교사들은 투쟁에 돌입하고 학교는 두달 빠르게 방학에 들어간다. 어리둥절한 친구들과 재엽은 선생님들 잘리게 생겼는데 우리가 집에 있을 순 없다고 방학에도 학교에 가기로 한다. 친구들은 재엽에게 전교조가 노동자가 아닌지, 왜 전교조가 나쁜지 영어교사인 아버지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아버지는 의외의 답변을 한다.

아버지 학교 가게, 도사락 싸주라고.
어머니 방학이라는데요?
재엽아, 선생님이 하는 게 늘 옳은 기다. 내일 등교해라. 수업을 안해도 다 배울 게 있다.
어머니 당신 대답이 어째 예상을 빗나가네요.
아버지 이게 다 네 엄마 같은 아줌마들이 노태우를 찍어 가지고 생긴 일인기라.
어머니 와 뜬금없이 내를 걸고 넘어지요?

 



#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대구의 옥상
김대중 후보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밤, 대구의 저녁은 깜깜하고 적막했다. 티비에서는 당선 소식으로 시끄러운데 옥상에 올라 담배를 피우던 재엽은 아버지와 마주한다.

아버지 재엽아
재엽 예에
아버지 네가 원하는 대로 등단하고 작가가 되면, 그때는 직업을 갖도록 해라. 사람은 모름지기 직업이 있어야 한다.
재엽 예에
아버지 김대중이가 대통령이 되는 걸 다 보고.. 아버지가 정말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10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글: 김선경 기자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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