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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스니커즈 신은 조정석의 모차르트는? 연극 <아마데우스> 리뷰

작성일2018.02.28 조회수10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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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내 인생을 마감하려 합니다. 내 마지막 관객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27일 개막한 연극 <아마데우스>는 어두운 무대 위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살리에리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죄책감과 회한에 잠긴 그는 자신이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고백하고, 극은 그가 모차르트를 처음 만났던 42년 전 비엔나로 이동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이 연극은 <에쿠우스>의 작가 피터 쉐퍼 극본, <광화문연가><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이지나 연출, 조정석·김재욱·한지상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공연 첫 날 만난 무대는 신선한 캐릭터 표현과 단조로운 흐름이 엇갈리는 모양새였다.
 
■ 이런 모차르트, 신선한 걸?
‘세기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그간 국내에서도 많은 연극과 뮤지컬에서 재조명되어 왔다. 이번 작품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신선한 모차르트 캐릭터다. 조정석이 연기한 모차르트는 얄미울 만큼 천진하고 경망스런(!) 모습으로 웃음을 던지며 참신한 인상을 남겼다. 밍크코트를 헐렁하게 걸치고 핑크색 스니커즈를 신은 채 등장한 그는 연신 ‘하!’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극중 대사처럼 “야하고 천박한”, “겸손이라는 단어는 모르는” 태도로 아내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자신의 천재성을 자랑했다.  
 
이같은 캐릭터 설정은 살리에리가 맞닥뜨린 운명의 아이러니함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모차르트가 술집에서 여자들과 어울려 놀면서 쓴 악보는 명작이 되고, 살리에리가 경건한 마음으로 수없이 고쳐가며 완성한 악보는 ‘쓰레기’가 되는 짓궂은 운명을 말이다. 우리네 대부분도 천재가 아니기에, 1막 마지막에 이르러 신을 향해 “이제 당신은 나의 적”이라 선포하는 살리에리의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 살리에리는 설명충? 이건 아쉬웠어
그러나 일관되게 가벼운 모차르트의 캐릭터는 후반부에선 오히려 독이 됐다. 가벼움 이면의 고뇌와 갈등이 충분히 무게감 있게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과 살리에리의 계략으로 궁지에 몰려 고통스러워하는 모차르트에게 감정이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조차 모차르트는 “작곡은 너무 쉬워요”란 코믹한 대사로 금세 긴장을 무너뜨렸다.
 
장면마다 자신의 심정을 지나치게 친절히 설명하는 살리에리의 모습도 아쉬웠다. 설명이 과한 탓에 그의 주요한 감정선이 대사 뒤로 묻혀버린다. 살리에리의 감정을 대사보다는 극적인 행동으로 더 많이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6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장엄한 음악과 앙상블의 합창은 곳곳에서 인물들의 심경을 극대화하며 단조로움을 덜었다. 조정석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활약은 든든했고,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을 나누며 푼수 같은 콘스탄체를 연기한 함연지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오는 4월 2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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