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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잊거나 잃었던 무언가를 찾아가는 두사람

작성일2009.05.14 조회수9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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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무대에서도 레이몬드를 벗지 않은 임원희가 고맙다



한 때 멋진 실적을 올리고 큰 돈을 손에 쥐며 ‘잘 나갔던’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찰리는 지금 파산 직전이다. 애인과의 여행 중에도 한 시도 컴퓨터를 놓지 못하던 그에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 소식 보다 유산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건 이제 퇴물이 되어버린 자동차 한 대와 장미 정원 뿐. 문명의 이기가 충만한 현대 사회에서 누구보다 영민한 머리로 살아가고 있는 찰리에게 이것이 성에 찰 리 없다. 여기에 그가 짐작 하고 있는 상당한 액수의 돈이 유일한 자식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갔다는 말이 더해지니, 그는 ‘다른 누군가’와 그와 얽혀있을 ‘사건’이 궁금할 수 밖에.

연극 <레인맨>은 인물이 이미 알고 있거나, 또는 모르고 있는 무언가를 향해가는 여정이다. 공연 시작부터 찰리와 그의 연인 수잔나는 휴가 여행 중이었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오랜시간 찾지 않았던 ‘집으로’ 가며, 그곳에서 존재를 모르던 친형 레이몬드를 만나 또 다시 길고 긴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물리적인 여행 뿐만이 아니다. 찰리는 고향으로 향하고, 또, 현재 살고 있는 도시로 돌아오며 오해로 얼룩졌던 자신의 과거를 되찾는다.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외우지만 대중들의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외된 천재 형 레이몬드는 여전히 사랑하는 동생의 손을 다시 잡는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는 동생과, 정해진 식사, 정해진 잠자리를 단번에 바꿀 결심을 하는 형의 모습에서 관객 역시 ‘무언가’를 느끼게 되고야 만다.

연극 <레인맨>은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폐증 형과 세상에 영리한 동생의 뜨거운 우애의 감동 스토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소극장 무대 쓰임에는 제법 경제적이나, 작품의 여정이나 로드 무비의 느낌을 싣고자 했다면, 회전 무대는 그리 효과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무대의 거친 회전음은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고, 암전 사이 회전을 마친 빈 무대에 조명으로 포커스를 주는 것은 여전히 이해 되지 않는다. 장면 사이를 채워주는 비틀즈의 곡들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와 매우 어울리지만, 긴장과 위기로 고조된 몇몇 장면 후에 너무나 경쾌한 기타 소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꺼이 이 작품을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탄탄한 작품으로 이야기 하는 중요한 까닭은 배우 임원희가 있기 때문이다. 형 레이몬드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임원희는 작품 속 인물처럼 실로 놀랍고 정확하게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한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자폐증을 가지고 뜨거운 가슴으로 동생을 배려하는 ‘레이몬드’가 되어 생각하고 듣고 말하며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이 배우에게 갖는 믿음은 배가 된다.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는 말은 이 작품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세상살이에 영리한 동생, 찰리 역의 이종혁도 반갑다. 건조하고 날카롭게 쏘아대는 그의 말투는 곧 적응이 된다. “이번 작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둘 다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이라고 한 두 배우의 열정을 쉬이 알아차릴 수 있다.

뮤지컬 <이블데드>, 연극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 작품으로 연출가의 길을 열고 있는 임철형은 ‘효과적’에 십분 다다르고 있진 않지만, 매 작품 마다 소재, 형식, 무대화 등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연극 <레인맨>에서 두 형제가 ‘둘이 같이 스무 번’ 공을 주고 받는 다던가, 귀엽게 자신을 자랑하는 형의 모습 등을 통해 작품 속으로 편안하게 관객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재치가 빛이 난다. 그래서 이 작품의 내일 무대가, 연출가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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