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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하룻밤> 솔직남녀의 일상적이며 감각적인 하루

작성일2010.01.04 조회수7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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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로또에 당첨될 확률 820만 분의 1, 1년 동안 벼락맞을 확률 180만 분의 1, 그렇다면 결혼식장에서 자신이 먹고 싶어 하는 연어 초밥을 먹어버렸다며 벌컥 화를 내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시작부터 드라마틱 하다. 연어 초밥 때문에 여자는 화를 낸다. 남자는 어이가 없지만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한 이 여자를 물리칠 수 없다. 키스 한번 해 보고 사귀어 보자 달려드는 여자와 그런 여자와 기꺼이 하룻밤을 보내는 남자의 모습이 흔하진 않을 것이다. 이 연극의 제목이 왜 <극적인 하룻밤>인지 이젠 알겠다.

19세 이상 가능한 관람 제한에 더 큰 호기심이 발동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의 제한은 시청각을 더욱 자극하는 표현으로 19세 미만 미성년자들의 정신건강에 파장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방책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이 즈음이면 여물기 시작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19세 이상의 남녀에게 더욱 와 닿을 법한 이야기라는 뜻을 내포한다.

이렇게 극적으로 만난 두 남녀는 하룻밤 동안 무엇을 할까. 만리장성도 쌓을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그리고 그 하룻밤이 이끌어내는 또 다른 하루하루를 살펴보면, 이 둘의 이야기가 더 이상 극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태우며 또 이별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나에게는 세기의 로맨스일지 모르나 남에게는 흔하디 흔한 사랑 중 하나’가 되어 버리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한 이들의 하룻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몸과 마음이 맞아 완성되는 사랑의 진리를, 더 나아가 몸으로 시작해 마음으로 맺어지는 솔직한 사랑의 흐름을 애써 감추거나 낡은 포장지로 덧대어 꾸미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안에 담긴 나와 너의 사랑의 상처도 숨기지 않는다. 아프다고 악을 쓰는 도중에, 괜찮아 질 거라며 애써 외면하는 사이에 새 살이 돋아난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업신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적인 하룻밤>에서는 두 남녀가 쉴 새 없이 주고 받는 말과 행동을 통해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 때론 가장 감각적이고 친밀한 교류임을 깨닫게 된다. 공연 중 관객들이 공감 혹은 이질감을 떠올릴 수 있는 충분한 무게의 포즈가 없는 건 상큼한 전개라는 장점이 될 수도, 또는 가벼운 젊은이들의 해프닝으로 장면을 넘길 수 있는 단점도 된다.

선택과 완성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무대 곳곳의 젠가 블록은 효과적으로 활용되진 못하고 있다. 블록에 새겨진, 다분히 상징적이기 위해 존재하는 날짜와 대화의 한 구절들은 극이 가진 신선한 시선을 안전한 길로 단속하려는 듯 하다. <그 자식 사랑했네>에 이어 정훈 역의 민준호는 그야말로 리얼한 연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시후 역의 손수정은 집요하나 순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연우무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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