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관객모독-자연인으로 사는 양동근

작성일2005.03.07 조회수8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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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우림청담씨어터에서 올려졌던 <관객모독>을 기억한다. <관객모독> 공연장에서는 숨소리 조차 쉴 수 없이 무대는 진지했고,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제 기억으로 녹음이 짙었던 봄날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모독>을 보고 나와서 이런 연극도 있었구나. 연극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졌어요. 정극은 드라마식으로 스토리가 전개가 되는데 <관객모독>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정극은 관객이 없더라도 공연은 되지만 <관객모독>은 관객이 없으면 성립이 되지 않는 연극이었죠. 그런면에서 이건 다른 연극과 다르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양동근은 처음 <관객모독>을 대했던 느낌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말 뜻은 <관객모독>은 관객과 대화하는 연극이고, 양동근의 고정관념에 있었던 정극 곧 연극의 이미지를 벗어나 있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고 고백한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 이후 그는 TV와 스크린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재충전의 시기라 생각했다. 그랬다. 그런데 뜻밖의 연극이라니. 궁금했다. 갑자기 연극을 하게 된 동기가 궁금해졌다.

“저요? 연극을 하게 된 동기요? 음.. 숨쉬기 위한 거죠. 제가 영화다 드라마다 앨범이다 많이 했잖아요. 제 자신이 퇴색되어져 가는 것 같았어요. 좀 엉뚱하지만 휴가를 갈 때 가쁜 마음으로 떠나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왔어요. 휴가를 떠나 자연으로 가면 많은 것을 배우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재충전하고 돌아 오게 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온 거예요.”

양동근은 자연으로 왔단다. 무대가 자연이라니 엉뚱한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50-60대 풍채가 느껴지는 할아버지같은 구석으로 이야기 한다. 놀면서 배우면서 재충전하고 자연에서 배우는 것처럼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관객들이 동근씨를 볼 때 어떤 배우로 보이고 싶으신가요?”라는 틀에 박힌 질문을 던질 때 양동근은 이야기한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기 위해서 연기를 하지는 않아요. 자신의 삶과 생활을 표출하는 거죠. 그냥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보게 되는 거죠. 배우의 삶을 보여주는 거겠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보여주기 위해 산다는 게 배우잖아요. 그래서 우울해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잖아요. 그건 또 보람이 있네요. 하하.”그도 그랬다.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표출하면 관객들이 보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관객의 위치에서 어떻게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는 게 있지 않을까요?” 또 우매한 질문을 던졌다. 양동근에게 또 맞았다.

“사람들은 개개인의 감정지수가 다 틀리잖아요.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각양 각색으로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 아는 거죠. 강요하는 건 정말 아니죠. 나름대로 감상하고 보고 듣고 그러다가 예술이라는 것과 관계를 맺고 그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양동근은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인에 가까웠다. 지금은 연출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가기 위해 열심히 한다고만 한다. 앞뒤 안보고 외우고, 앙상블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중이라 한다.

보여지는 배우가 아닌 살아 숨쉬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했다. ‘그냥 제 삶이 이런 거예요.’라고 말하는 양동근이 부럽기까지 하다. 다른 활동은 모두 접었다. 그래도 <관객모독>을 하면서 다른 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에 양동근은 이렇게 말한다.
“생각 없어요. 몰두하고 싶어요.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까 나를 잃어 버리는 것 같아요. 일 때문에 제가 있더라고요. 그러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오늘 하루를 몰두해서 열심히 하고 싶어요. 분산되는 거 말고 하나만 열심히 하고 싶은 거 있잖아요.”

그래 하나 밖에 모르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사람이 아닌 팔자 ‘배우’라는 직업은 직업이 아니었고 삶이고 생활이었다.

<관객모독>은 이번 공연을 기획한 극단 76의 대표이자 배우인 기주봉의 권유로 선택했다. 선배들이 ‘연기를 배우려면 연극을 해봐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던 양동근은 서툴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관객모독>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살 것 같다는 표현을 하지만 못내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한 감이 많다. 소위 얼굴 알려진 배우라 모든 포커스가 양동근에게 비추어지기 때문이다.


“미리 죄송한 마음이 있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요. 조언도 많이 해 주시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싱글벙글 그는 <관객모독>을 하게 된 자기 자신이 편한가 보다. 오랜만에 편안한 모습을 대하는 것 같아 필자도 마음이 좋았다.

“예전부터 느낀 것이 있는데 젊은이들이 놀이문화가 없다고 하잖아요. 이해가 안가요. 대학로에만 나가봐도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많은 놀이들이 있잖아요. 공연문화를 즐기는 정서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볼거리, 놀거리가 곧 문화적인 인식을 바꾸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연극, 뮤지컬 등을 보고 놀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잖아요. 그럼 놀이문화가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건 아닐까요?”

양동근은 그랬다. 자연스러웠다. 배우인가? 아니면 가수인가? 이렇게 봐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자기의 삶을 들켜버리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했다. <관객모독>에서 배우고, 재충전하는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한 인간이었다. 무대 위에 자연인으로서 자연스럽게 무대를 오가는 양동근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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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전대수(cloudsclea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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